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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회의원 정수는 300명이다. 전국의 각 선거구와 비례대표로 선출된 300명이 5000만 대한민국 국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법률을 제정한다. 행정부는 어떤가? 대통령을 중심으로 각 부처 장·차관 및 핵심 간부들이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지방자치제 도입으로 권력이 분산되었다고는 하나, 대한민국은 여전히 소수의 권력을 위임받은 사람들에 의해 움직인다. 

인구의 증가와 국가 조직의 확장으로 직접 민주주의가 어려워지면서 국민들을 대표하는 사람들에 의한 대의(代義)정치가 자리잡았다. 국민들에 의해 '선출된' 대표들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이러한 대의정치는 많은 문제점을 노출해 왔다. 선출된 대표자들은 국민의 뜻을 따르기보다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국민들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대의정치는 결국 국민들을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다. 선거철이 되면 우리는 흔히 "그때 뿐이지" "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거야"라는 자조섞인 말들을 듣게 된다. 

이러한 현실은 정말 바뀔 수 없을까? 과거와 달리 눈부신 IT기술의 발전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스마트폰을 통해 정보를 파악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이 법률 제정이나 국가의 주요 의사결정에 사용되지 못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또한 전반적인 국민의 의식 수준이 향상되었다. 전국민 중 대졸자의 비율이 50%를 넘어선 나라는 OECD국가 중에도 캐나다, 일본, 룩셈부르크, 이스라엘과 대한민국 뿐이다. 다수의 정치(의사결정) 참여로 인한 의사 결정의 지연 및 질 저하의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다수의 정치 참여로 의사 결정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고,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일 수 있는 사안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반대토론이 가능하다. 더 많은 사람들에 의해 검토되고, 더 많은 사람들에 의해 결정되어지는 국정 운영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무엇보다 더 많은 국민들이 주요 의사 결정에 참여하게 되면 결정된 사안에 대한 국민 공감대 형성이 쉬워지고, 추진력이 높아질 것이다. 

브라질 남부에 위치한 포루트 알레그레시에서는 1989년부터 시 예산 편성에 일반 국민들을 참여시켰다. 이 도시에서는 시민참여 예산제의 도입으로 부패가 줄어들었고, 시민들의 삶은 더 나아졌다. 우리나라도 포루트 알레그레시의 사례를 참고하여 기획재정부와 각 시도에서 국민참여예산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2017년 시범도입되어 2018년부터 본격 시행 중이다. 

대의정치의 전반을 급격하게 수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점진적으로 국민참여를 높여가야 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국회의원 정족수를 유지하더라도 법안 심의 과정 및 의결에 더 많은 국민의 참여를 허용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해 보인다. 다만 기존 정치인들과 기득권 세력이 권력을 내어 놓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의 변경을 추진하는 시점부터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태그:#대의정치, #정치참여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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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분야에서 오랫 동안 일해오고 있습니다. 역사, 인문 등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요즘은 기술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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