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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이 8일 여의도 국회에서 4.7재보궐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전원 사퇴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이 지난 8일 여의도 국회에서 4.7재보궐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전원 사퇴한다는 내용의 대국민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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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9일 오후 2시 59분]

군대 후임과의 대화

오랜만에 군대 후임에게 메신저로 말을 걸었다. 녀석과는 전역 이후로도 명절과 생일에 맞춰 꾸준히 연락하던 사이였는데, 메신저가 오늘이 마침 그의 생일이라고 가르쳐줬다.

아무리 나이가 먹어도 불편할 수밖에 없는 군대 선임이건만 고맙게도 후임은 이번에도 반갑게 나의 생일 축하를 받아줬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화.

"그래, 형님은 잘 살고 계십니까?"
"뭐, 그럭저럭. 서울시장 오세훈 된 것 빼고."
"그럴 듯요. 형님은 아직 여당 쪽이죠?"
"여당이라기보다 반 야당이지. 내가 아무리 그래도 광주 학살자의 후예들에게 표를 줄 수는 없잖아."


후임의 고향은 전라도 광주다. 대학은 광주 조선대. 우리가 군인이었던 2000년은 출신 지역 때문에 심한 차별이 있었던 시기는 아니었지만, 유독 부산 출신이 많았던 소대에서 녀석은 문화적으로 조금 힘들어 했었다. 나는 그런 그가 안쓰러워 챙겨주던 고참이었다. 덕분에 녀석과 나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서로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됐다.

후임은 정치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는 편이었지만 차별에는 민감한 편이었다. 녀석은 대부분 해외에서 일을 하는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신접살림을 광주가 아닌 울산에다 차렸는데, 이는 아이 때문이라고 했다. 대한민국에서 전라도보다는 경상도 사람으로 크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는 게 후임의 생각이었다.

술자리에서 그래도 그건 아니라고 잔소리를 했지만 그런 후임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엄연한 현실이었고, 서울 출신인 내가 그의 상처를 모두 이해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가 나의 '광주 학살자의 후예들'이란 표현에 반응했다.

"그래서 저는 대선 때는 허경영 뽑으려고요."
"농담이지? 설마."
"요즘 사회적 박탈감이 커요."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허경영은 아니잖아."
"제 동생도 경기도 사는데 결혼하면서 정부 말 믿고 집 안 샀다가 뒤통수 맞았어요. 저도 순진해서 동생 편 들어주고."


할 말이 없었다. 차마 '광주 학살자의 후예들'은 뽑을 수 없으니 민주당 대신 허경영을 찍겠다는 녀석. 비록 1년 뒤에도 지금의 생각이 그대로일지는 알 수 없었으나 어쨌든 그게 2021년 4월 대한민국의 민심이었다.

서울 사람들은 모두 부자 됐다?

허탈한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내게 후임이 당연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나저나 형님 좋으시겠네요."
"응? 왜?"
"서울 집값 무지하게 올라서 부자 되셨잖아요."
"집도 없는데 무슨. 더 가난해졌지."
"서울 사는 사람이 집을 안 사면 어떡해요."
"안 사는 거냐? 못 사는 거지. 돈 없어."
"여기 지방 사는 사람들도 대출 최대한 당겨서 사가지고 부자 됐는데. 아이구. 아쉽네요. 한 턱 쏘라고 하려 했는데."


아찔했다. 후임의 생각은 서울 이외의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시선인 듯했다. 현 정부 들어서 급격하게 오른 서울 집값을 보면서 집 없는 서울 사람들은 좌절감과 분노를 느꼈다면, 서울 바깥 사람들은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다. 뭐든지 서울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서울공화국'에서 그들이 지지할만한 대상은 없었다.

"대통령 간첩이라고 정부 정책 반대로 살던 놈들이 다 성공했어요."
"그러게. 더 웃긴 건 집값 올라간 사람들은 그들대로 또 대통령을 싫어해."
"정부가 계속해서 집값을 떨어뜨리려 하니까요."


웃픈 현실이다. 어떤 부동산 정책을 펼쳐도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현 정부. 과연 이런 현실에서 이번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의 메시지는 일관성을 가지고 있었던가.

부동산, 민주당은 태도를 분명히 하라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민의힘 경선 당시인 지난 2월 3일 서울 노원구 재건축 단지 인근 부동산에서 노후 아파트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민의힘 경선 당시인 지난 2월 3일 서울 노원구 재건축 단지 인근 부동산에서 노후 아파트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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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의 이번 4.7 재보궐선거 패배 원인 분석은 여기저기 넘쳐난다. LH 부정부패부터 시작해서 2030세대에 대한 무시 발언, 코로나19 백신 논란, 성추행 피해자 2차 가해 등등 모두 현 정부가 뼈아프게 새겨들을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역시 부동산 문제를 거론할 수밖에 없다. 노동보다는 돈이 돈을 훨씬 더 많이 버는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불패의 신화를 쓰고 있는 부동산으로부터 자유로운 이는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자고 일어나니 집값이 1~2억 원 훌쩍 뛰었다는 보도 앞에 과연 누가 태연할 수 있을까.

소위 '영끌'해서 집을 산 20~30대부터, 남은 건 집 한 채 밖에 없는 60~70대까지 집 주인은 하루아침에 1~2억 원을 앉아서 벌어도 세금이 많아졌다고 불만을 쏟아내고, 정부 말을 믿고 집을 사지 않은 사람은 그 허탈함과 좌절감에 분노를 느끼는 현실. 문제는 이와 같은 현실 속에서 민주당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투기 세력을 발본색원하고 이해충돌방지법 등을 만들겠다고 외치고 있지만 아직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집값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 특혜는 여전하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재건축을 풀겠다는 메시지로 오세훈 후보와 함께 부동산 시장을 다시 띄워놨다.

도대체 국민은 어떤 장단에 맞춰 춤을 추란 말인가. 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것인지, 아니면 계속해서 집값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이 질문에 대해 민주당은 분명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른 국민들의 실망은 분노로 이어지고 있다. 그것이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진 이유이며, 이대로라면 내년 대선도 위험하다. 

그래도 어떻게 '광주 학살자들 후예'에게 표를 줄 수 있냐고? 그럼 차라리 허경영 후보에게 표를 주겠다는 것이 요즘 민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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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지금은 비록 회사에 몸이 묶여 있지만 언제가는 꼭 공부를 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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