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4.7 재보궐 선거 서울/부산 시장 개표결과
 4.7 재보궐 선거 서울/부산 시장 개표결과
ⓒ 포털 화면갈무리

관련사진보기

 
2021년 4.7 재보궐선거가 보수 야권 압승으로 마무리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약 18.3%p 차이로 압도했으며, 전통적인 민주당 우세 지역에서도 모두 승리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김영춘 민주당 후보를 28%p가량 차이로 앞질렀다. 2016년 총선 이후 네 차례 선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한 민주당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겪는 참패였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직에서 물러나면서 "자신들의 승리로 착각 말라"는 말을 남겼다. 그의 말처럼, 국민의힘 진영은 민주당의 실패에 대한 반사 이익을 확실히 누렸다. 부동산 이슈가 모든 걸 집어삼킨 듯 보이지만, 선거의 출발점은 권력형 성범죄 이슈였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두 광역시 지자체장이 모두 권력형 성범죄 의혹 때문에 공석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젠더 폭력 때문에 치르는 선거인만큼, 어느때보다 성평등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한 선거였다. 그러나 현실은 그와 거리가 멀어 보였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6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평등 이슈가 경쟁 후보자를 비난하는 도구로 전락했다", "젠더 이슈가 실종된 선거가 됐다"고 비판했다.

명분없는 공천에... 페미니즘이 시대착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7일 밤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 들어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7일 밤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 들어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민주당은 지난해 당원 투표를 통해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라는 당헌을 개정하고, 공천을 확정했다. 진선미, 고민정, 남인순 의원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피해 여성을 '피해호소인'으로 지칭했던 것이 논란이 되어 캠프 요직을 내려놓았다.

'박 전 시장 행위는 성추행이 맞다'는 인권위 조사를 민주당이 수용하고 공식 사과를 했음에도, 일각에서 가해자를 미화하려는 듯한 시도는 계속되었다. 중진 우상호 의원은 '박원순이 우상호고, 우상호가 박원순'이라는 글을 게시했다가 거센 비판을 받았다. 박원순 시장 당시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냈던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박원순이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냐'라는 발언을 했다.

박영선 후보가 '피해자의 상처를 건드리면 안 된다'며 진화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민주당은 선거 결과는 물론, 명분과 피해자에 대한 존중을 모두 놓쳤다고 본다.

10년 만에 돌아온 오세훈 시장은 시장직 복귀와 함께 피해자의 업무 복귀를 약속했다. 피해자 입장에선 고무적인 일일 것이다. 구역별 경비원 지원, CCTV 확대 설치, 전담경찰제 도입 등 안전 공약을 제외하고, 성평등 정책이 부재했다는 것은 오 시장이 임기 동안 깊이 성찰해야 할 부분이다(관련 기사: "'성평등 공약' 하나 없던 오세훈, 끝까지 지켜보겠다" http://omn.kr/1srwb).

청년 운동가들의 모임인 '서울시장 선거대응을 위한 청년활동가 네트워크(청활넷)'가 불평등과 성평등, 기후위기, 청년참여 등 네 가지 주제에 대한 질의서를 후보들에게 발송했는데, 오세훈 후보로부터는 답변이 도착하지 않았다. 오세훈 캠프 소속 이준석 뉴미디어본부장이 본인 선에서 응답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이준석 본부장은 자신의 SNS에서 '답정너에게 답하지 않겠습니다. 안전, 자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 남녀구분이 필요한게 뭡니까. 시대착오적인 페미니즘 강요하지 마십시오'라는 글을 게시했다. 그러나 여기서 남녀구분은 단순히 편 가르기를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현상을 정확히 짚고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8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성범죄 피해의 성별 비율은 여성이 93.3%, 남성이 6.7%로 나타났다. 사진 합성과 공공장소 불법 촬영 피해도 각각 997건, 655건씩 나타났으나, 남성 관련 피해는 1건도 나타나지 않았다.

물론 남성 피해자의 사례를 외면해선 안 된다. 그러나 여성에게 치우쳐진 피해자 성별 비율 수치의 함의 역시 외면해선 안 될 것이다. 이번 보궐선거가 여성에 대한 남성 권력자의 젠더 폭력으로 발생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청활넷의 질문은 시의성과 진정성이 있으며, '답정너'로 치부될 것도 아니다(관련 기사: 오세훈 캠프한테 '답정너' 소리 들은 사람들입니다 http://omn.kr/1spo1).
  
인권은 영업 수단 아닌데... "고객이 관심없다"는 이준석
  
 제38대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으로 첫 출근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38대 서울특별시장에 당선된 오세훈 시장이 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으로 첫 출근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저는 동성애에 반대합니다. 고민정 후보는 반대합니까, 찬성합니까?" - 오세훈 서울 시장, 2020년 국회의원 선거 토론 중

"차별금지법, 동성애법, 인권관련법. 이거 저희 다 반대합니다. 특히 동성애법은 자연의 섭리와 하나님의 섭리를 어긋나게 하는 법입니다." - 박영선 후보, 2016년 2월 국회에서 열린 기도회 행사 중


'차별금지법을 부산시 차원에서 적극 홍보하고, 성소수자 커뮤니티 지원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했던 김영춘 후보를 제외한 주요 거대 정당 후보들은 모두 노골적인 차별 발언 전력이 있다. 물론 이들 역시 시대의 변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박영선 후보는 지지자들 클럽하우스 미팅에서 '생각이 바뀌었다'라고 했다. 오 시장 역시 '차별에 반대한다'라며 비교적 순화된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나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 1월 한 기독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창조 섭리'와 '문화공동체의 뿌리와 연속성'을 이유로 들며 "저는 동성애에 반대한다. 동성애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도 '역차별'이며 '헌법정신에 대한 도전'이라며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밝혔다.  

지난 2월, 금태섭 전 의원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 토론에서 '퀴어 퍼레이드에 참석할 의사가 있느냐'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안 대표는 '(성소수자) 안 볼 권리'를 논했다. 이후 이준석 본부장은 한 라디오에서 금 전 의원 질문을 '실수'라고 규정했다. "야권 단일후보가 되겠다고 나왔는데 자기가 영업해야 하는 고객들은 사실 이 문제에 대해서 크게 관심이 없다" "영업하는 데 있어 고객 분석도 안 해온 것"이라는 분석을 덧붙였다.

이 본부장 발언은 매우 상징적인 장면이다. 그의 선거공학적 분석은 옳다. 보수 유권자들은 인권 문제를 후보 선택의 근거로 삼지 않는다. 누군가에겐 소수자 인권이 생존의 문제라면, 동시에 누군가에게 이것은 언급 자체가 '나중'으로 미뤄야 할 '실수'가 되는 것이다.

그와 같은 생각은 여야 정치권을 가리지 않고 퍼져 있다. 그러나 인권과 성평등이 언제까지 당위 대신 '선거 영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변수로만 받아들여질 것인가? 안타깝게도 2021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두 도시에서 열리는 선거는 이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아홉.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