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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 이준석 페이스북.
 7일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 이준석 페이스북.
ⓒ 이준석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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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지상파 방송3사(MBC·KBS·SBS)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20대 남성을 정치적 주체로 호명해왔던 야권 정치인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72.5%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에게 투표했다. 이는 오세훈 후보에게 투표한 60대 이상 남성의 표심(70.2%)을 넘어서는 수치다.

국민의힘 오세훈 캠프에서 뉴미디어본부장을 맡은 이준석은 페이스북을 통해 "20대 남자. 자네들은 말이지..."라는 짧은 멘트로 기쁨의 표현을 대신했다.

20대는 동등한 정치적 주체가 아니었다

20대 남성의 낮은 지지율이 여당의 골칫거리가 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해석은 그들을 동등한 주체로 존중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루어져 왔다.

지난 2019년 모 언론사와 인터뷰를 가진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은 "20대 남성의 현 정부 지지율이 하락한 이유"를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20대 지지율이 낮은 것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답해 구설에 올랐다. 지난 보궐선거 기간 중 박영선 후보는 같은 물음에 대한 해답으로 "20대의 역사 경험치가 낮음"을 제시했다.

2021년 현재의 20대는 대부분이 1990년대생이다. 이들이 10대 시절 귀가 닳도록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바로 정치인 문재인을 상징하는 캐치프레이즈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의 핵심으로 '공정'을 내세웠다. 그래서 한동안 20대는 문재인 정부의 든든한 우군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기대는 곧 실망감으로 변했다. 시작은 조국 사태였다고 본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 조민씨가 부산대 의전원 입시를 위해 제출한 '7가지 스펙'이 모두 허위로 드러났다. 어떤 이들에게는 기회가 '평등'하지 않았다.

그러나 떳떳하지 못한 일들이 드러났음에도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의 태도는 견고했다. 조국 장관 후보자 청문회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30·40세대는 임명에 찬성했지만 20대에서는 반대가 우세했다. 조국 장관 임명에 반대하고 나선 분노한 청년들은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세상 물정 모르는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청년기는 노동시장 진입을 준비하는 '이행기'로 해석되기도 한다.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도 있으나, 왠지 모르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 같은 무게감이 공존한다. 이를 위해 20대 청년들은 평생을 살아갈 보금자리(땅)를 마련하기 위해 땀 흘려 노력하는 삶을 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반부터 땅과의 일대 전쟁을 치렀다. 그러나 부동산값은 오히려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얼마 전 "15억 원으로 구매할 수 있던 아파트 변천사"라는 게시물이 인터넷 공간을 뜨겁게 달군 일이 있다.

2016년 최저가 15억 원이었던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2021년 현재 최저가 36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주거지구인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한 아파트마저 15억 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해당 게시글에는 "내년에 15억 아파트를 찾으려면 경기도로 내려가야 겠다"는 푸념 섞인 덧글이 달렸다.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들은 언제나 '땀(노동)'의 해법을 통해 불확실성을 해소해왔다. 그러나 지금의 20대 청년들은 더 이상 땀의 해법을 통해 평생을 살아갈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어떤 이들에게 과정은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땀 대신 주식과 가상화폐를 택한 청년들은 인터넷상에서 "한탕주의에 빠진 최악의 무능세대"라는 조롱을 받는다.

지난 3월 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졌다. LH 직원들이 정부가 신도시 예정지로 지정한 광명·시흥 지구에 100억 원대 토지를 매입해두었다는 의혹이 폭로된 것이다. 어떤 이들에게 결과는 '정의'롭지 않았다. 땅의 주인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기존의 질서가 형성해둔 넘을 수 없는 벽이 청년들을 막아섰다.

7일 치러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20대 남성들이 오세훈 후보에게 몰표를 던졌다. 혹자는 이들의 '극우화'를 우려했으나, 현 정권 심판에 주력한 청년들은 이렇게 외치는 것 같았다. "기회는 평등하지 않았습니다. 과정은 공정하지 않았습니다. 결과는 정의롭지 않았습니다."

이날은 천대받던 20대가 정치적 주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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