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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7일 밤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힌 뒤 당사를 떠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7일 밤 당사를 떠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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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은 했지만 미처 예상하지는 못했다. 짐작한 것은 여당의 패배고,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엄청난 표 차이다. 대중 여론의 흐름이 이미 정권 심판으로 넘어갔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여당은 사실상 고정 지지표조차 지켜내지 못했다. 반(反)정부 표심은 강한 투표 동기로 무장하고 적극적으로 투표장에 달려간 반면, 민주당을 소극적으로 지지하던 이들은 투표를 포기하거나 반대투표로 넘어갔다. 민주당은 회초리가 아니라 몽둥이로 난타당한 모양새다.

어차피 결과는 나왔고,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을 복기해 대책을 모색하는 일이다. 그러나 선거만큼 결과 의존적인 해석이 난무하는 대상도 없다. 이기면 모든 것이 승리요인이고, 패배하면 모든 것이 패배의 원인이 된다. 이제 한동안 민주당에 대한 온갖 비판이 넘쳐나겠지만, 무엇을 패배의 요인으로 성찰하고, 대안을 모색할 것인지를 판별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다.

여전히 텅 비어 있는 촛불 정신

민주당의 패배와 국민의힘의 부활을 추동하는 자잘한 이슈들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와중에 터진 LH 사태는 보궐선거의 성격과 판도를 바꾼 결정적 계기였다. 그러나 이런 흐름의 근원에는 촛불정권을 자임했지만 촛불의 정신을 구체화하지 못하고 빈 구호로만 남겨둔 민주당의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21대 총선으로 거대 정당이 된 민주당 정책 추진의 난맥상을 보노라면 큰 그림을 놓치고 지엽적인 이슈에 빨려 들어가는 패턴이 반복됐다. 민주당 정권에 대한 민심 이반의 계기가 된 부동산 문제도 그렇다. 수십 가지의 대책을 쏟아내는 와중에도 이 정책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단순히 현재의 수도권 집값 폭등과 투기 수요를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하는 것에 머물려는 것인지, 아예 부동산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까지 나아가려는 것인지조차 모호한 가운데, 정책 추진의 의지와 진정성조차 의심되는 돌발 이슈가 반복해서 터졌다.

집으로 돈 벌지 않은 시대를 만들겠다며 다주택을 처분하라는 지시에 보기 좋게 사표를 던지는 고위 공직자나 집값을 잡을 정책이라며 열변을 토하면서 "어차피 집값은 안 잡힐 것"이라고 마음속 이야기를 들켜버린 의원, 잘못된 관행을 바꾼다면서 자신의 사례에서는 관행을 변명하는 모습에서 일말의 의지와 진정성을 찾기란 쉽지 않다. 단순히 정책실패가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실패를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운 언행과 상호 모순적인 정책을 국민이 지지하긴 어려운 일이다. 정부의 약속을 신뢰했던 이들일수록 배신감은 컸다.
 
 4ㆍ7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시장 당선이 확실해진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운데)가 8일 자정께 서울 여의도 당사 개표상황실에서 부인 송현옥 씨,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꽃다발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서울시장 당선이 확실해진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운데)가 8일 자정께 서울 여의도 당사 개표상황실에서 부인 송현옥 씨,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꽃다발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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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소탐대실

미래는 모호하게 버려둔 채, 현실의 실리는 확실하게 챙기려는 민주당의 모습은 보궐선거 참여 결정에서부터 드러났다. 귀책사유가 자당에 있을 때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당헌 96조 2항을 제정한 이유는 책임정치와 선출직 공직자의 도덕성을 강화하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그러나 대선 1년을 앞둔 선거라는 정치 현실을 명분으로 26%의 당원 투표로 당헌을 개정하는 무리수를 뒀다. 이번 재보궐 선거가 치러진 19곳 중 8곳이 민주당의 귀책사유다. 차라리 시민 후보를 물색하는 시늉이라도 했다면 좀 나았을지 모른다.

더 멀리 올라가면, 21대 총선의 위성정당 논란부터 민주당의 행보는 소탐대실의 징후를 보였다. 소수정당을 배려하기 위한 연동형비례대표제가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의 꼼수로 왜곡되어 버렸더라도, 민주당까지 거기에 올라탈 필요는 없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이 소수정당과 시민사회에 보인 태도는 정치개혁을 위한 협력이라기보다 부자의 적선에 가까웠다.

그래서 총선에서 압도적 다수당이 된 정당의 '더 많은 권력을 달라'는 호소는, '차악을 선택해 달라'는 읍소는 위선이 된다. 단지 의석이 이미 많기 때문이 아니다. 그 많은 의석과 권력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청산을 외치면서(물론 청산도 제대로 진행했는지 의심스럽지만) 미래에 대한 비전은 실종된 채, 오로지 적대의 정치에 의존해 치렀던 것이 이번 선거다.

세상을 두 개의 거대한 진영으로 구분해 내는 적대의 정치는 거대 세력의 심판과 실망, 분노를 다른 진영의 지지로 옮겨가게 만드는 메커니즘이 있다. 그동안 민주당이 얻은 지지표에도 민주당에 대한 선호만이 아니라 국민의힘에 대한 분노가 상당수 반영되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 역의 현상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완승한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선거캠프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4.7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완승한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선거캠프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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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필요한 2가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비전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으면 이미 경험한 과거의 어느 지점으로 회귀하려는 향수가 힘을 얻는다. 2017년 타계한 지그문트 바우만은 이런 과거에 대한 향수를 레트로토피아라 불렀다. 이번 선거로 지금처럼 낡은 적대 구도에만 의존한 득표 전략에 얽매이거나 지엽적인 문제만 쫓은 채 현실에 안주해서는 역사의 회귀를 막을 수 없음이 분명해졌다.

그런 점에서 이번 보궐선거 결과는 국민의 현명한 판단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강력한 경고로 이해한다면 할 일이 보인다. 물론 미래의 모습을 채워 넣는 일은 민주당만 해야 할 일도 아니고 민주당의 힘만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여전히 '촛불 정신'이라는 말이 유효하다면, 그것이 구현될 미래의 비전을 수립하는 것 역시 '촛불'의 공통 과제다.

이것이 단지 누구나 듣기 좋은 몇 가지 말을 던져 놓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라면, 기득권을 해체하는 과정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일은 누구와 맞서 싸우고, 누구와 함께 싸울지를 선택하는 일이기도 하다. 다주택자와 일주택자와 무주택자, 임차인과 임대인, 사용자와 중대 재해에 노출된 노동자가 모두 만족하는 근본적 정책은 없다.

이제 민주당은 '모호함의 이점'만을 취할 것이 아니라 기득권을 먼저 버리고, 새로운 청사진을 국민과 함께 그리는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물론 혹독한 언론 환경과 기득권의 반발은 지금보다 더욱 심해질 것이다. 맞서 싸울 대상에는 민주당 내부도 포함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싸움이라면, 지금과 같은 참담한 패배로만 남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민주당에게 필요한 것은 단호한 결별과 확고한 의지다. 그것만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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