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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폭등과 LH 투기 사태의 여파 속에 치러지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내세운 부동산 공약을 두 차례에 걸쳐 비교·분석합니다.[편집자말]
토지임대부 형식의 반값 아파트 vs. 민간토지를 임대한 전세 아파트.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격돌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공공주택 정책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박영선 후보는 공공 토지를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반값 아파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반면 오세훈 후보는 과거 자신의 정책인 장기전세 아파트를 확대하되, 민간 토지를 빌려서 짓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박영선 후보가 '공공주도'라면 오세훈 후보는 '민관협력 '형태를 띄고 있다.

[박영선 반값 아파트] 20평 2억원, 확실한 집값 안정 효과... 그런데 어디에 짓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31일 서울 동작구 총신대입구역 인근에서 거리유세 중 한 시민과 셀카를 찍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31일 서울 동작구 총신대입구역 인근에서 거리유세 중 한 시민과 셀카를 찍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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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후보의 '반값 아파트' 구상은 이렇다.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만 민간에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3.3㎡당 1000만원짜리 아파트 30만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박 후보는 토지임대부 주택 도입을 줄곧 주장해왔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정책협약도 맺었다.

이 구상대로라면 20평짜리 아파트는 2억원, 30평짜리 아파트는 3억원에 분양이 가능하다. 현재 서울 아파트 평균 시세가 10억원에 육박하는 점을 감안하면, 반값 아파트가 아니라 '반의 반값 아파트'도 가능한 셈이다. 박 후보는 지난 3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SH공사가 짓는 아파트의 평당 건축비는 550만원 정도"라며 "이보다 조금 업그레이드해서 평당 600만~650만원 정도의 건축비로 아파트를 지으면 평당 1000만원 아파트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은 이미 제도적으로는 정비가 돼 있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서울 강남에 공급했던 토지임대부 주택의 경우, 일정 기간이 지나면 건물소유권을 사고팔 수 있도록 하면서 '투기 불쏘시개'가 되는 부작용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통과된 주택법개정안은 토지임대부 주택 입주자가 주택을 되팔 때, 반드시 공공(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 팔도록 명시했다. 3기 신도시 등에 토지임대부 공급 활성화를 위한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반값아파트 공약은 시민단체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날을 세웠던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본부장은 "공약대로만 된다면 집값 거품이 꺼질 것"이라며 "2~3억짜리 신규 아파트가 계속 공급되면 주변 아파트값도 당연히 하락하게 된다"고 반겼다.

문제는 대규모 택지 확보의 어려움이다. 박 후보는 경부고속도로 지하화에 따른 10만평 등을 비롯해, 서울에서 활용되지 않는 국·시유지를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대규모 택지가 부족한 서울의 특성상 임기 내 30만호 공급이 실현 가능할 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오세훈의 상생주택] 민간 땅 빌려 짓는 장기전세 모델... 집값·땅값 상승 불씨 여전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서울 영등포역 광장 유세에서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30일 서울 영등포역 광장 유세에서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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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후보는 과거 서울시장 재임시절 선보였던 장기전세 아파트를 개량한 '상생주택'을 내놨다. 이른바 '민간토지임차형 공공주택'이라는 새로운 주택 유형이다. 개발할 공공토지가 없기 때문에, 현재 도심 곳곳에 방치된 3000㎡ 이상 규모의 민간 토지를 빌려 공공주택을 건설하겠다는 전략이다.

공급대상은 주로 청년과 신혼부부. 토지를 제공하는 민간 토지주에게는 최소 20년 동안 토지 임대료 지급, 재산세 감면 등의 세제 혜택, 용도지역과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상생주택의 구체적인 임대료 기준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현재 장기전세주택(시프트) 임대료(시세의 80%)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해서 향후 5년간 공급하겠다는 상생주택 규모가 7만호다. 박영선 후보가 내놓은 공공주택 규모 30만호 뿐 아니라, 자신이 민간의 재개발·재개발 재건축을 활성화해 공급하겠다는 18만5000호보다 훨씬 적은 규모다. 즉, 오 후보의 부동산 공약에서 공공주택 부분은 상대적으로 후순위라고 평가 가능하다.

상생주택은 민간 토지주에게 혜택을 준다는 점에서 서울시의 역세권 청년주택과 결이 비슷하다. 서울시 역세권 청년주택도 토지주들에게 종 상향과 인센티브 등의 특혜를 주는 대신 서울시가 공급량 일부를 공공임대주택으로 기부 채납 받는다. 공공임대가 아닌 민간임대는 토지주들의 수익을 고려해 결정되기 때문에, 비싼 임대료 논란이 계속 돼 왔다. 

차이점은 청년주택의 경우, 공공임대를 제외한 임대주택의 공급 주체는 민간 토지주이고, 상생주택은 서울시(SH공사)라는 점이다. 청년주택은 의무임대기간이 끝나면 토지주가 기부채납을 제외한 나머지 주택(건물+토지)을 모두 가져가지만, 상생주택의 경우, 임대 기간이 끝나도 토지주는 땅만 소유하게 된다는 점도 다르다.

오세훈 후보도 공공부지를 개발할 때 토지임대부 방식 등을 적용하겠다고 밝혔지만, 공공부지를 활용한 공급 계획은 1만1000여호에 불과하다. 3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박영선 후보에 비해선 토지임대부 주택 도입에 소극적이라고 볼 수 있다.

집걱정없는서울만들기 네트워크는 "상생주택 모델은 공공과 민간 협력 모델처럼 제시됐지만, 용적률 완화 등 토지 가격 상승을 전제하고 있다"라며 "토지임대료를 공공이 지불하고 세제혜택까지 부여하면서 공공주택을 짓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태그:#오세훈, #박영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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