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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에 출근해서 차를 마시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내 옆에서 긴 숨소리가 들려왔는데 생전 내 어머니가 종종 내쉬던 그 소리였다.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내 옆에 계시는 것으로 생각될 정도로 똑같았다. 내가 그 순간에 들은 숨소리는 사무실 청소를 하시는 아주머니가 내 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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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명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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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오후 박상준 선생이 쓴 <스토리 오브 스토리>를 읽다가 마치 문학평론가 김현 선생의 글을 읽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김현 선생의 글이 그런 것처럼 병아리가 한 모금 물을 마시고 하늘을 보는 것처럼, 박상준 선생의 글을 한 모금 읽으면 뭉클함과 큰 공감으로 한참을 서성이게 된다.

김현 선생이 B급 장르라고 치부 받는 만화를 진지하게 사유한 결과 예술의 장르로 여긴 것처럼 박상준 선생은 SF(과학소설)도 얼마든지 문학적으로 '좋은 소설'이 될 수 있음을 말한다.

김현 선생의 <행복한 책 읽기>가 그러한 것처럼 박상준 선생의 <스토리 오브 스토리>는 대중이 관심을 가지는 평범한 소재(추리소설, 페미니즘, 아버지, 돈을 다루는 문학, 문학상 논란)를 통해서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통념을 분석하며 나름의 해답을 제시한다. 그 해답이란 객관성과 균형을 담보한 것이 분명하고 진보적이다.

<스토리 오브 스토리>에서 중요한 사회현상 분석과 의견 제시는 미디어에 대한 확증편향증에 관한 것이다. SNS와 유튜브를 비롯한 미디어에서 우리나라 대중들의 상당수는 자기 편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지지를, 반대편에 대한 무한한 불신과 증오를 키워가고 있다.

이 반목은 70년간 지속된 민주주의 공산주의라는 정치 및 지리적인 분단보다 오히려 견고하고 극단적이다. 남과 북은 그래도 기초적이지만 교류를 하고 협조를 할 기색이 보이지만 유튜브에서의 전쟁은 갈수록 첨예하다.

이 무서운 반목을 완화할 박상준 선생의 조언은 책이라는 미디어를 강화하자는 것이다. 독서를 통해서 사회현상을 좀 더 냉철하게 읽고, 객관적인 시선을 갖추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을 읽지 않는 이 시대에 이 조언은 쓸모없는 것이라고 속단하지 말자. '재미'를 갖춘 소설이라는 장르를 앞세운다면 섣부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으면서도 사회현상의 진실에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안목을 갖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박상준 교수는 말한다. 

예컨대 박상준 선생의 조언에 따라 걸어간다면 약산 김원봉과 미당 서정주의 사례에 대한 좀 더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하게 되리라. 많은 지식인조차 진영논리에 함몰되어 이 두 인사에 대한 편향적인 시각을 스스럼없이 주장한다. 진보적인 인사들은 해방 후 북에 머물면서 고위직을 역임한 약산의 독립운동을 재조명하기를 원하면서, 친일행각을 이유로 미당의 문학적인 업적까지 부정하려 한다.

반면 보수적인 인사들은 미당의 문학적인 업적을 내세워 친일행각을 감싸려 하지만 약산에 대해서는 북한에서의 활동을 내세워 그가 일궈낸 독립운동을 헐뜯는다. 이 부조리에 대한 박상준 선생의 일갈은 참으로 명료하다.
 
이 무슨 정신 분열인가!

박상준 선생의 <스토리 오브 스토리>가 말하는 이야기의 힘은 놀랍고 명쾌하다. 무척 재미있고 읽어야만 하는 책이다. 문학과 책을 말하면서 사실은 우리 사회 전체의 이슈와 숙제를 통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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