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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제주 4·3 사건 73주년을 맞는다. 제주4·3사건진상규명은 제주 4·3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2020년 기준, 확정된 희생자 수를 14,532명으로 집계한다. 제주 4·3 평화재단에 따르면 이는 "공식적으로 집계된 희생자 수치일 뿐, 진상조사보고서는 2만 5,000명에서 3만 명으로 추정"한다. 10세 이하 사망자가 708명, 70세이상 사망자가 336명에 달한다. 
 
링컨 동상에서 바라 본 전경.
 링컨 동상에서 바라 본 전경.
ⓒ 이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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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16년 미국 워싱턴 D.C. 근교에서 유학 생활을 한 적이 있다. 링컨 동상 오른편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관과 반대편 베트남 참전용사 기념관을 자주 방문하곤 했는데 두 기념관 모두 참전 미군을 추모하는 장소였을 뿐 그 두 곳과 주변 다른 어떤 곳에서도 무고한 베트남인과 한국인 희생자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은 찾지 못했다.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관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관
ⓒ 이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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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민중사>를 통해 민주주의에서 시민의 조직된 힘과 시민불복종의 중요성을 강조한 하워드 진이 말한, '미국은 전쟁 영웅만을 우상화한다'는 말을 그 두 곳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 <라이언 일병 구하기>, <진주만>, <블랙 호크 다운> 등 전쟁 영웅 영화는 찾기 쉽지만 반전 영화는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전쟁 영웅을 숭상하는 나라이지만 반전 영웅이나 반전 활동에 대한 역사는 찾기 힘들다.

조 바이든은 미국 대통령 당선 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같이 갑시다'라는 말을 전했다. 그러나 73년이 흐르는 동안 제주 4·3에 대한 제대로 된 사죄는커녕 일말의 관심도 가지지 않는 미국과 우리는 무엇을 위해 어디로 같이 가야 한다는 것일까? 당시 제주도민이 학살당하는 동안 미국은 어디로 가고 있었을까?

1994년 출판된 셸던 헤리스의 <죽음의 공장: 일본 생체화학무기, 1932-1945, 그리고 미국의 은폐>에 따르면, 우리의 대표적인 전쟁 '영웅' 맥아더는 도쿄 재판장과 수석 검찰관 임명권을 가졌던 연합국 최고 사령관이었는데 그와 트루먼의 노력으로 천황이 면책되었고 731부대, '위안부' 문제 등 아시아 민중의 피해는 반공주의 기반 정책 아래 모두 거부되었다. 노엄 촘스키의 <프로파간다와 여론>에 따르면, 미국은 재판 후 그 부대원들을 모두 인수하고 그들과 함께 데트릭 요새 등지에서 생화학전 연구프로그램을 실시했다 (101쪽).

1946년 유엔인권이사회 첫 번째 의장이 된 또 다른 '인권 영웅' 엘리너 루즈벨트의 기여로 1948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문이 발표되었다. 인권선언문이 발표되는 동안 그녀를 유엔 총회 사절단에 임명한 트루먼 정부의 정책에 반대한 제주도민의 인권은 무참히 짓밟히고 있었고 또한 아시아 민중의 처참한 역사가 미국 정부 주도아래 묻혀가고 있었다.

<해방전후사의 인식 4>에서 "서북청년단의 투입과 무자비한 탄압, 평화항쟁의 진압과 제주도를 제2의 모스크바로의 규정, 분단구조화"를 추진한 미군정 정책이 민주주의의 가면을 쓴 제국주의 전략에 불과했다는 관찰이 지나치지는 않아 보인다 (310쪽).

1950년 인터뷰에서 엘리너는 한국전쟁 관련 질문에 "당연히 미국인은 전쟁을 예방하길 바란다"고 답했고 1951년 2월 컬럼에서 "한국 독립의 지도자로 여겨지는 이승만에 투표한 한국인들이 이해된다"고 기록한다. 윌리엄 블룸의 <희망 죽이기: 전후 미군과 CIA 개입>에 따르면, 통일된 한반도를 꿈꿨던 또 다른 독립 지도자 김구 암살의 배후에 미국 CIC의 개입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소련은 우리(미국)가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고 중국 공산주의자들 또한 그것을 안다"고 당시의 날을 회상했다. 공산주의자만 "침략자"라는 믿음, 침략자로부터 이승만이라는 사람이 '우리'와 같이 싸워준 사실이 더 중요할 뿐 '우리'의 범죄는 정당했거나 모르는게 좋은 것이다. 

우리 선조는 분명 미국과 같이 가지 않았다면 잔인한 최후를 맞아야 했다. 철저한 무관심도 뒤따랐다. 한반도 평화를 외쳤던 몽양 여운영 선생의 최후가 그러했고 김구 주석의 최후도 그러했다. 제주도민이 그러했고 여순항쟁과 대구 10월 항쟁도 그러했다.

이 역사 앞에 통렬한 반성과 사죄, 관심 조차 없는 미국의 '같이 갑시다'에 동참해야하는 것인가?

태그:#제주43, #반공주의, #맥아더, #엘리너루즈벨트, #미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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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났다. 독일 마그데부르크에서 평화학 연구를 했다. 주요관심분야는 농촌 문제, 유럽중심주의, 오리엔탈리즘, 탈식민주의, 언론, 환경문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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