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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코로나19 감영병이 전국으로 확산될 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많은 분들이 고통을 겪었던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은 아니었다. 예정된 실직이었다. 일을 그만두고 두세 달 정도 쉬고 난 후 그동안 지역아동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노인 복지관이나 요양기관 일자리를 알아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영향 때문인지 내가 찾는 일자리는 쉽게 구해지지 않았다. 

통장이 가벼워질수록 하루하루 불안했다. 생활비는 일을 할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하늘 아래 땅 위에 내 소유의 부동산은 한 평도 없다. 결국 몸이 재산이자 수단이다. 몸을 움직여야 돈을 벌고 쌀이 생긴다. 그러던 중 작년 11월부터 취약계층을 위한 '내일키움 일자리' 참여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행정복지센터 담당자에게 신청 자격이 되는지 문의했다. 소득 기준, 재산 등을 확인하니 나는 취약계층이었다.

취약계층을 위한 '내일키움 일자리'에 참여하다

내가 속한 지역에선 세 기관에서 내일 키움 일자리 참여자를 모집했다. 그중 가장 모집 인원이 많은 A센터에 관심이 갔다. 센터가 집에서 가까웠고 업무도 내가 평소 경험해보고 싶었던 노인 돌봄이었다. 신청서를 접수하기 전 센터에 전화를 했다.

"젊은 남자분인 것 같은데, 어르신이나 장애인 재가 서비스(청소, 목욕, 활동보조 등)를 해야 하는데 할 수 있겠어요?"

염려 섞인 물음에 나는 간절한 염원을 실어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있고 지역아동센터에서 아동/청소년들 돌봤다고 했다. 그녀는 흔쾌한 목소리로 메일로 신청서와 증빙 서류를 보내라고 했다. 합격자 발표가 날 때까지 가슴 졸이며 문자를 기다렸다. 하루, 이틀. 발표일이 지났는데도 문자가 오지 않았다. 하루가 더 지나서 내일키움 일자리에 선정되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11월 1일 아침.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마음처럼 두근거리며 센터로 향했다. 새로운 일터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날지 어떤 업무를 하게 될지 찬 공기를 들이마시며 혼자서 상상의 나래도 펼쳤다. 참여하신 분들은 나를 포함해서 모두 아홉 명이었다. 이십 대 초반 청년부터 육십이 넘는 분까지 다양했다. 
 
내일 키움 일자리 사업에서 참여자를 위한 교육을 받고 있다.
▲ 내일키움 일자리 내일 키움 일자리 사업에서 참여자를 위한 교육을 받고 있다.
ⓒ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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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주는 교육을 받았다. 장애인 인식개선, 노인 돌봄, 가사간병, 냉장고 정리, 청소 등 익숙한 사회복지지만 새롭다. 그동안 했던 아동/청소년과는 많은 부분이 달랐다. 특히 냉장고 정리는 이론과 실습을 진행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오전에 이론 교육을 받고 오후엔 강사 선생님과 이용자 집에서 냉장고 정리 실습을 했다. 

익숙하지 않은 일에 적응하느라 몸이 버거웠지만 마음은 가벼웠다. 두 달 계약직이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갈 곳이 있고 할 일이 있다. 땀 흘리며 퇴근을 하는 하루하루가 몇 개월간 무기력하던 내게 삶의 생기를 뿜뿜 솟아나게 했다. 다시 깨달았다. 몸이 재산이고 사람은 노동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목욕 서비스와 집안 청소를 하며 인생을 배우다

두 번째 주부터는 이용자댁을 방문하여 서비스를 했다. 담당 사회복지사가 일정을 정해주면 우리는 조별로 냉장고 정리/집 안 청소/스마트기기 교육 등을 했다. 코로나19로 오전 오후 빠짐없이 체온을 재고 마스크와 손 씻기도 철저히 했다. 요양 보호사와 장애인 활동 지원사 선생님들이 많이 도와주셨다.

함께 일하는 분들과도 많이 친해졌다. 점심에 밥도 먹고 커피도 한 잔씩 나누면서 이야기를 들으니 살아온 시련과 그늘이 깊다. 폐업을 했거나, 파산 신청을 했거나, 주식 투자에 실패해서 신용불량자가 된 분도 있었다. 

남의 몸을 씻기는 것은 쉽지 않았다. 목욕 서비스를 받는 장애인이나 어르신의 욕실은 대부분 좁았다. 하지만 수증기 가득한 곳에서 거친 들숨과 날숨을 내쉬었다. '공간이 좁다'의 기준은 무엇일까? 내 몸을 씻을 때는 충분히 넓던 공간이 남에게 내 몸을 의지할 때는 좁은 공간이 될 수밖에 없다.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던 냉장고 정리

사회복지가 처음인 분들은 일을 하는 소회가 남다른 듯했다. 현장 업무를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도 했다. 막상 해 보면 별거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안방에서 욕실까지 가는 데 이십 분이 넘게 걸리던 어르신의 몸을 씻기면서, 장애인 활동 보조를 하면서, 냉장고를 정리하면서, 주방과 거실, 그리고 먼지 가득한 베란다를 청소하면서 노동이 주는 희열을 맛보았다.     
 
내일 키움 일자리 사업에 참여 중 냉장고 청소를 했다. 한숨만 나오던 냉장고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청소까지 마치고 나면 이용자 분들이 무척 신기해 하며 만족하셨다.
▲ 내일키움 일자리 내일 키움 일자리 사업에 참여 중 냉장고 청소를 했다. 한숨만 나오던 냉장고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청소까지 마치고 나면 이용자 분들이 무척 신기해 하며 만족하셨다.
ⓒ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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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청소를 마치고 나면 이용자들은 무척 고마워했다. 한숨만 나오던 냉장고가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을 보면서 신기해하고 기뻐하셨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었다. 과도한 요구를 하는 분도 있었고 반말을 하는 분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상처도 받았고 자존감도 낮아졌다. 

돌봄 종사자들이 겪는 트라우마 '상실감'

돌봄 종사자들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상실감이다. 장애인 활동 지원사와 요양보호사 옆에서, 의지와 몸이 따로 노는 중증 장애인과 안방에서 욕실까지 이십 분이나 걸려서 이동하는 어르신의 노쇠한 근육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어르신이나 장애인을 돌보는 일이 돌봄 기관의 주요 업무이니 센터를 이용하시는 분들이 아프시거나 다치시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담당 사회복지사는 요양보호사나 활동지원사 선생님들에게 전화를 받으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한다. 밤새 위급한 상황으로 응급실을 가셨거나 돌아가시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점점 현실화 되고 있다. 마지막까지 유지될 직업이 사회복지 업무라고 한다. 과학과 기술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 이제는 고유한 영역인 마음과 감정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지만 현재로선 흉내만 낼 뿐 불가능한 영역이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인간의 정서와 감정을 다루는 분야는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다. 그렇기에 서로의 눈길이 닿고 숨결이 닿고 마음이 오가며 교감을 나누는 요양보호사, 장애인 활동지원사, 그리고 사회복지사들의 역할과 필요성은 더 늘어날 것이다.

"선생님 이번달 계약 만료되면 다음엔 뭐하실 거예요?"
"선생님 언제까지 계시는 거예요?"
"글쎄,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뭐라도 하고 있겠죠."


재가 서비스에 이어 지난 9월에 시작한 지역아동센터 한시적 돌봄도 연말이면 계약이 만료된다. 작년과 올해 몸을 담았던 두 일터가 계약직이었다. 사람들이 비정규직의 불안과 설움을 토로할때, 애써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비정규직을 선택했다. 조금은 서럽고 불안했지만 어깨를 짓누르던 강박과 책임에서 자유로웠다.

'다사다난'이라는 표현이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라는 거대한 하나의 사건에 묻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가 되어 버린 것 같다. 그럼에도 다사다난했던 2021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인철 시민기자의 네이버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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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 뉴스 시민기자입니다. 진보적 문학단체 리얼리스트100회원이며 제14회 전태일 문학상(소설)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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