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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에서 발견한 산개구리 알
 가야산에서 발견한 산개구리 알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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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서류는 기후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두꺼비와 산개구리, 도롱뇽과 같은 양서류가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양서류의 멸종은 기후변화 뿐 아니라 인류의 생활방식과도 관계가 깊다. 산속에 전원 주택단지가 들어서고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먹이가 부족해진 두꺼비와 같은 양서류의 개체수가 점점 줄고 있는 것이다.

김현태 서산고 교사는 지난 2006년부터 양서류를 조사하고 기록해 왔다. 양서류가 점점 사라지는 현실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김현태 교사는 지난 2013년 출판된 <양서류 파충류 백과>(애플비)의 저자이기도 하다.

지난 25일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은 김현태 교사의 안내를 따라 예산군 덕산면 가야산과 가루실 일대를 둘러보았다. 가루실 일대의 두꺼비 서식지와 가야산 일대의 산개구리와 도롱뇽 서식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김현태 교사가 두꺼비 산란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김현태 교사가 두꺼비 산란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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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저수지가 있는 가루실 일대의 두꺼비 서식지를 살펴봤다. 김현태 교사는 "두꺼비 알의 분포도를 기준으로 10년전 까지도 가루실 일대에는 대략 100쌍의 두꺼비가 살고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20쌍 정도의 두꺼비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두꺼비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교사에 따르면 두꺼비는 2월 말에서 대략 3월 10일 경까지 산란을 마친다. 저수지에서 자란 두꺼비들은 5월 중순 쯤 산으로 올라간다. 하지만 두꺼비의 생존율은 3%미만이다. 두꺼비가 사라지는 것은 인간에게도 결코 달가운 일이 아니다.

김 교사는 "알을 많이 낳는 양서류는 생태계의 먹이원이다. 하지만 성체로 자라면 해충을 방제하는 역할을 한다"며 "양서류가 사라지면 생태계 시스템이 붕괴된다. 10년 사이에 가야산 지역의 두꺼비들이 거의 다 멸종하고 가루실 주변에만 남아 있다"고 경고했다.

두꺼비 서식지를 둘러본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회원들과 김현태 교사는 곧바로 인근에 있는 가야산으로 향했다. 산개구리와 도롱뇽의 서식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물론 가야산의 산개구리 서식지는 지금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가야산 깊은 계곡 옆 다랑이 논에는 산개구리 서식지가 일부 남아 있다는 점이다. 가야산의 한 다랑이 논에는 번식력이 좋은 산개구리가 알을 가득 낳아 놓은 모습이 목격됐다. 그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진귀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김현태 교사는 "산개구리는 경칩을 알리는 대표적인 개구리이다. 산개구리의 90% 정도는 산속 돌 틈에서 겨울잠을 잔다"며 "하지만 성질이 급한 녀석들은 물가의 돌 틈에서 겨울잠을 잔다"고 말했다.
 
가야산 다랑이 논에서 발견된 산개구리 알
 가야산 다랑이 논에서 발견된 산개구리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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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에서 발견된 도롱뇽
 가야산에서 발견된 도롱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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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 속 바위틈에 숨어 있던 도롱뇽도 발견됐다. 여기저기서 '와우'라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유년 시절 양서류에 대한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어른들이 보인 반응이다. 하지만 함께 온 10세 정도의 어린이 회원은 "오늘 양서류를 봤는데, 어땠어요?"라는 질문에 "관심없어요"라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어떻게 하면 어린 친구들에게 생태에 대한 관심을 불러 킬 수 있을까. 어린 회원의 시큰둥한 반응은 마치 숙제처럼 새로운 고민거리를 남겼다.

김현태 교사는 "뉴질랜드나 일본의 경우 학생들에게 6개월 이상 생태를 체험할 수 있는 교육을 한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교과서를 통해 문제 풀이 형태로 생태를 배운다"며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자연과 생태를 접한 아이들과 책으로 생태를 접한 아이들은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사는 "어쩌면 우리는 양서류를 직접 보는 마지막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 심지어 생태계 교란종인 황소개구리조차도 개체수가 줄고 있다"며 "예전에는 다랑이 논은 물론이고 들판의 논에서도 사람과 개구리가 공생했다. 번식지의 생태를 보전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말했다.

태그:#김현태 , #양서류 서식지 , #가야산 생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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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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