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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4일, '인신매매 착취방지와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안'(아래 인신매매특별법)이 이수진 의원 대표발의로 국회에서 발의되었다. 인신매매 피해자를 지원해왔던 현장단체와 전문가들은 유엔 인신매매의정서(2000년 채택)을 이행하는 인신매매특별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난 20년간 주장해왔다. 그래서 이번 법안 발의는 환영할만하다. 그런데 이 법안에는 인신매매범죄를 처벌하는 조항이 없을 뿐더러, 여러 중요한 문제들이 있다. 이에 단체와 전문가들은 '인신매매특별법 제정을 위한 연대회의'를 구성하였고, 국회와 정부에 제대로 된 인신매매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자 22일부터 5일간 총 5편의 릴레이 기고를 이어갈 예정이다.[기자말]
 '한국에서 가수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공연기획사에 속아 들어온 여성들은 남성들에게 주스를 구걸해야 했으며 주스 포인트를 올리기 위해 성매매까지 강요받았다.
 "한국에서 가수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공연기획사에 속아 들어온 여성들은 남성들에게 주스를 구걸해야 했으며 주스 포인트를 올리기 위해 성매매까지 강요받았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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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6비자란: 예술흥행비자를 말하며, 세 가지(E-6-1, E-6-2, E-6-3)로 분류된다. 그 중 E-6-2비자는 관광진흥법에 의한 호텔업시설, 유흥업소 등에서 공연 또는 연예 활동에 종사하는 자(가요·연주자·곡예·마수사 등)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E-6-2비자 소지 연예인은 미군부대 근처의 클럽이나 유흥업소, 공연기획사에 의해 인신매매를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J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아르바이트로 밴드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국에서 가수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제안과 함께 소개받은 공연기획사에서 VTR(video test recording)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오디션영상 통과 후, 한국대사관에서 인터뷰까지 마쳤다.

이후 비자를 받고 한국으로 왔지만, 실상은 달랐다. 공연장이 아닌 기지촌클럽에서 협박을 당하며 성매매를 강요받았고 *주스 포인트(아래 주스)를 올리기 위해 클럽에 오는 남성들에게 주스 구걸을 강요당했다. 2007년에 친구들의 도움으로 끔찍했던 클럽에서 도망 나온 J는 2008년 성매매강요 건으로 기획사와 업주를 상대로 고소했고, 경찰 조사가 진행되었다.

*주스: E-6 비자를 소지한 이주여성과 공연기획사는 공연 노동의 대가로 최저 임금 이상을 받는 취지의 근로계약을 체결하지만, 파견사업주인 공연기획사와 사용사업주인 클럽업주는 이주여성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그들의 사회·심리·경제적 취약성을 이용해 클럽에 오는 손님에게 음료를 구걸하도록 하거나 성을 팔도록 한다.

클럽업주는 이주여성이 구걸해서 얻어 마신 음료 대금이나 성매매 대금의 일부를 주스라는 이름으로 임금에 갈음해서 이주여성에게 지급한다. 예를 들어 이주여성이 손님에게 20달러 짜리 음료를 구걸해서 얻어 마신 경우 클럽 업주는 주스로 2점을 주고 2주 마다 적립된 주스에 2천 원을 곱한 금액을 임금 대신 지급한다.


그러나 당시 J는 담당 경찰관으로부터 '체류의 목적으로 고소한 것 아니냐'는 식의 편견 섞인 질문과 함께 추궁을 당했다. J가 고소인, 곧 피해자로서 조사(인정)받기 어려운 환경이었고, 결국 J는 심적 부담감을 견디지 못해 조사 받기를 포기하고 본국으로 돌아갔다.

M은 필리핀의 한 쇼핑몰에서 일하면서 틈틈이 지인들의 잔치에서 노래 부르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던 중 '한국에서 가수 활동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공연기획사를 소개받았다.

2019년에 M은 고심 끝에 가난한 가족들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고자 한국행을 결심했고, 기획사 오디션을 보았다. VTR 통과 후 한국대사관에서 인터뷰를 마쳤고, 그렇게 비자를 받고 한국에 입국했다. 그러나 M은 입국 직후, 계약서와 다른 장소로 옮겨졌다.

가수 활동을 기대했던 M은 한국에서 가수로서 노래를 부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오로지 클럽에 오는 남성들에게 주스를 구걸해야 했으며 주스 포인트를 올리기 위해 성매매까지 강요받았다. 또한 이탈보증금으로 임금의 절반을 유보 당했고 외국인등록증을 소유해 본적도 없었다.

체불임금과 수당 등 모든 걸 포기하고 지원단체의 도움으로 그곳에서 겨우 나올 수 있었다. M은 업주와 기획사를 상대로 고소했으나, 수사기관은 '증거부족과 정황상 피해 사실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불기소 처리했다.

위 두 사례는, E-6비자 소지 이주여성을 지원하는 두레방 활동을 하면서 직접 담당했던 사례로 과거(2007년)와 최근 상황(2019년)을 비교해 볼 목적으로 꼽아 본 것이다. 10년이 훌쩍 넘는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J와 M의 피해 내용이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들이 조사 받기를 포기한 이유

더 놀라운 것은 비단, 최근 사례와 10년 전 사례뿐 아니라 20년 전 두레방 사례 기록(내담자들의 피해 내용)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예나 지금이나 이주여성들의 취약한 상황이 약점이 되어 인신매매 범죄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여성들의 '경제적 취약함'을 매개로 한 취업 사기다. 이런 취업 사기의 경우, 한국 입국 전 설명 들었던 내용과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되고, 계약서 내용과도 다른 근무 환경(클럽)에 처하게 되는데, 이 같은 요인들로 인해 많은 이주여성이 클럽을 이탈한다.

특히 갈수록 심각해지는 문제는, 여성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고용주들이 여성들을 경제적으로 구속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여성들은 피해를 입고도 신고할 수 없어 더욱더 취약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위 두 사례를 통해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수사 진행 시 어려움'이다. 여성들이 겪은 사례가 '국제법에 정의된 인신매매 피해자'임을 해당 수사관들에게 끊임없이 피력하고 설득하지만, 받아들여지는 사례가 거의 없다. 동시에 '인신매매' 배경 지식이 없는 통역인의 통역도 계속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성착취 피해로 인해 이미 신체적·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여성들은, 조사 과정에서 '피의자가 아닌 피해자'임을 인정받기 위해 스스로 증거를 찾아야 하며, 동시에 무수한 편견과 차별을 견디기 위해 심적으로도 강해져야 한다. 사실 이 지난한 과정은, 이주여성 혼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두레방과 같은 지원단체가 협력해야 그나마 진행될 수 있다.

작금의 현실을 한국정부가 모르는 것은 아니다. 이미 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 E-6비자 소지 이주여성들의 인신매매 피해에 대해 여러 차례 권고 받는 바, 일부 정책을 개선한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인신매매 범죄의 구조를 파악하지 못한 채 피해자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개선안만 만들 뿐 인신매매를 근절하려는 의지는 없어 보인다.

이수진 의원의 인신매매특별법, 이대로는 안 된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동작을).
 이수진 의원의 인신매매특별법에는 5가지 중요한 문제점이 있다.
ⓒ 이수진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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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우리는 '현존하는 법과 일부 정책 개선으로는 인신매매 고리를 끊을 수 없다'고 끊임없이 주장해 왔다. 동시에 시민사회단체와 여성단체는 끊임없이 E-6 비자 소지 이주여성들의 인신매매 피해를 줄이려면 포괄적인 인신매매특별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리고 마침내 인신매매특별법 제정을 위해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는 힘겹게 싸우고 있는 두레방 내담자들에게 한 줄기 빛과 같았다. 그러나 이수진 의원의 인신매매특별법 내용을 보고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첫 번째로, 인신매매 정의 중 '사기', '기만'이 누락되었다는 것이다 ('위계'라는 말이 들어갔지만, 위계는 사기나 기만 보다 좁게 해석되는 용어이다). 두레방 현장에서 상담·지원하는 피해자들은, E-6-2비자 소지 여성 곧 이주민이다.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대부분의 이주여성은 취업 사기와 기만으로 한국에 입국되어 성착취 피해를 받는다.

허나 이수진 의원이 발의한 법률안에서 정의 부분을 보면, 국제연합(UN) 인신매매 의정서에 인신매매 수단으로 인정하는 '사기', '기만' 부분이 빠져있다. 이는 곧 해당 법으로는 E-6-2비자 소지 피해여성 또는 사기, 기만으로 인신매매된 사례는 보호와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외국인 피해자 대한 특례' 조항이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에 있는 외국인 특례 조항보다도 못한 불친절한 내용으로, 그저 출입국관리법 개정으로 체류와 관련해 몇 가지 조항을 추가하였다.

내용에는 여전히 수사 등 권리구제절차가 진행 중일 경우 체류기간 연장 할 수 있다는 내용과 강제퇴거집행유예나 보호일시해제 허가가 있다. 이는 여전히 이주민 피해자에 대한 기본적인 환경을 이해하지 못 한 것이다. 이 개정안에 따르면 강제퇴거 대상자가 피해자로 인정되는 경우 출입국당국의 재량에 따라 강제퇴거집행유예나 보호일시해제가 될 수 있을 뿐 안정적인 체류지위를 가질 수 없다.

이주민 피해자는 선주민과 다르게 불안정한 체류 때문에 피해 사실을 당국에 알리기 어렵다. 즉 고소·고발하기 어려운 상황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수사와 재판 절차에 참여 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체류와 관련한 보호를 제공하겠다는 것은, 애초에 법률사건을 체류자격이 없는 이주민 피해자나 수사와 재판 절차에 참여하지 않은 채 신체적·정신적 치료, 자활 지원, 소송 준비 등의 과정 중에 있는 이주민 피해자는 이 법으로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된다. 과연 이 법률안이 인신매매방지와 피해자 보호법안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피해자는 있는데 피의자는 존재할 수 없는 법안

세 번째로, 식별지표 등에 대한 조항이다.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인신매매 피해자를 초기에 발견하고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 및 보호 지표'를 마련한 후 법무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경찰청 등에 이를 토대로 인신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였다. 

그러나 이 법률안에는 피해자 식별지표 개발에 대한 언급은 있지만, 지표 활용에 대해서는 '권고'로 기재되어있다. 과연 수사기관, 출입국에서 식별지표를 사용할지 의문이다.

그동안 두레방 내담자들을 포함한 수많은 E-6-2비자 소지 또는 경제적으로 취약한 미등록 인신매매 피해 이주여성들은 사법기관 또는 출입국에 단속되어 성착취 인신매매 피해에 대한 조사를 받지 못하고 강제 퇴거를 당해왔다.

두레방 활동가들이 이 같은 지표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어도 '내부매뉴얼에 따른다'며 인신매매피해 식별은 물론 피해조사도 없이 미등록체류 여부부터 확인하고 출입국관리사무소로 이송하는 사례가 여러 번 있었다.

또한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도 피해자 식별을 제대로 하지 않고, 바로 외국인보호소로 인계해 강제출국 절차를 확정한다. 이는 식별지표가 피해자를 지원하고 가해자 처벌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네 번째로, 이 법률안에는 '처벌' 조항이 없다. 다시 말해 법률안이 통과되어도 처벌조항이 없어 기존의 관련 '형법'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등에 규정된 처벌조항에 의존하여 처벌할 수밖에 없다.

이미 현장에서는 기존의 관련 법으로는 인신매매 범죄가 처벌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앞에서 소개한 E-6 소지 이주여성에 대한 인신매매 범죄는 2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지만, 단 한 번도 가해자가 인신매매 범죄로 처벌 된 적이 없다. 기껏해야 출입국관리법 위반이나 성매매 알선으로 처벌될 뿐이다.

그렇기에 이번 인신매매특별법의 처벌조항을 기대하고 있었다. 특히 유엔 인신매매 의정서는 피해자가 착취에 대해 동의를 하였더라도, 인신매매 성립에는 지장이 없다고 하고 있음에도, 그동안 수사기관은 성착취 인신매매 사건에서 피해자의 자발, 비자발 여부를 파악하는데 치중하여 인신매매자를 수사하지 못하였고, 결국 인신매매 범죄를 처벌하는데 실패하였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이수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률안에는 인신매매 범죄에 대한 처벌조항을 찾아볼 수가 없다. 즉 처벌조항이 없다면 '수사 현장에서 이수진 의원 법률안은 무용지물이 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주민 인신매매피해자는 이 법률안으로 보호받을 수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신매매의 용어를 '인신매매·착취'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는 인신매매 개념에 대한 혼동을 줄 수 있다. 이 법률안에 따르면 인신매매 피해자, 인신매매 범죄 피해자, 인신매매·착취 범죄 피해자가 서로 다른 뜻이 된다. UN 인신매매 의정서를 비준하면서 사용했던 인신매매라는 용어로 통일해서 사용해야 한다.

'포괄적 인신매매특별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 인신매매는 없지 않나요?" 많은 사람이 이와 같은 질문을 한다. 우리나라에 인신매매는 분명히 있다. 인신매매 피해 사례가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피해가 없는 것이 아니다.

UN 인신매매 의정서가 규정한 인신매매가 분명히 있음에도 그 범죄를 처벌하지 않고,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아 인신매매가 없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피해가 드러날 수 있는 환경과 인식개선, 예방할 수 있는 교육이 한국사회에 있었는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과연 그동안 피해자가 마음 놓고 진술할 수 있는 환경이 한국 사회에 있었는가? 인신매매 범죄를 수사하고 처벌하기 위해 수사기관은 피해 당사자에게 협조를 구하는 노력이 있었는가?

두레방에서 활동하면서 '성착취피해 이주여성지원에 대한 정책제언을 나누는 자리에서는 포괄적인 인신매매특별법이 필요하다'고 계속해서 주장해 왔다. 현장에서는 피해를 받고도 충분한 피해자 조사 또는 보호를 받지 못 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사례가 빈번했고 기존의 법은 가해자 처벌보다는 피해 당사자를 질책하고 위험에 빠트리는데 가까워 보였기 때문이다.

E-6-2비자 소지 이주여성들의 피해 사례는 20년 이상 되었다. 다시 말하면 인신매매범죄자들도 20년 이상 부당하게 재산을 불리며 계속해서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를 보호하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가해자 처벌하는 일도 중요하다.

인신매매특별법은 예방·교육·보호와 함께 처벌 조항이 들어간 꼼꼼하게 만든 법이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현장지원단체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고 이미 인신매매특별법을 제정·운영해온 여러 국가의 자료를 조사해야 하며 피해사례를 통해 현장단체와 정부가 함께 연구하여 포괄적 인신매매특별법이 제정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2007년부터 두레방에서 E-6비자 소지 이주여성을 상담하고 지원하며 피해 사실을 알리는 활동을 해오고 있다. 두레방은 기지촌에서 발생하는 성매매 문제들, 군사주의로 인한 폐해들, 특히 기지촌 성산업에 유입된 여성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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