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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 제19차 총회에 참석한 공익법센터 어필과 시민환경연구소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 제19차 총회에 참석한 공익법센터 어필과 시민환경연구소
ⓒ 공익법센터 어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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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CPFC: Western and Central Pacific Fisheries Commission)는 중서부 태평양 고도회유성 어족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협약에 따라 설립된 국제기구로 다랑어종을 포함한 고도회유성 어족 자원의 보존과 지속적 이용을 위해 다양한 보존관리조치(Conservation and Management Measure, CMM)를 구축하고 있다. 

공익법센터 어필에서는 시민환경연구소와 함께 2022년 11월 27일부터 2022년 12월 3일에 열린 제19차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에 옵저버(observer) 자격으로 참가했다.

참치의 고향을 관리하는 곳,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

슈퍼마켓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참치는 어디에서 왔을까? 참치 캔 뒷면의 원산지 정보 표기란에는 '태평양산 가다랑어'라고 표기가 되어 있는데 태평양이 얼마나 넓은 곳인지 생각한다면 크게 도움이 되는 정보는 아닐 수 있다. 왜냐하면 태평양은 지구 표면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으며 1652만km²에 달하는데, 이는 지구 전체의 육지 면적(1500만km²)보다도 더 큰 면적이기 때문이다.

태평양에는 각 국가의 연안에서 200해리까지 자원의 독점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EEZ(Exclusive Economic Zone, 배타적 경제수역)도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은 그 누구도 주권을 행사 할 수 없는 공해(公海, high sea)로 이루어져 있다.

사실 주변에 아무도 살지 않는, 그야말로 망망대해인 공해에까지 진출하여 대규모로 어업을 시작한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세기 중반이 되어서야 냉동기술 및 GPS기술 등의 발달과 값싼 연료에 힘입어 원양어업이 성행하기 시작했는데, 주인 없는 바다에서 자유롭게 어업이 이루어진 결과는 자명했다.

공해에서 '어족 자원'의 고갈이 일어나며 어획량이 감소하거나 감소가 예측되자 이를 규제하기 위한 필요가 대두되었고, 지역수산기구(RFMO)를 통해 나라 별로 잡을 수 있는 어종과 양에 대해 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는 참치 어종을 관리하는 대표적인 지역수산기구로, 전세계의 참치 조업 중 70% 이상이 이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의 참치잡이 원양어선의 대부분이 이곳에서 조업을 하고 있는 중요한 곳이다.

한발 나아간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제 자리에 머문 회의 결과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에서는 주로 목표어종(target species)의 자원량을 파악하고 총어획허용량(Total Allowable Catch, TAC)을 정해서 국가 별로 할당하는 일을 한다. 하지만 남획과 불법어업으로 어획량 감소 및 해양생태계에 심각한 위기가 초래되고 있다는 문제제기가 이루어지자 중서부태평양을 포함한 여러 지역수산기구에서는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수확 가능한 참치의 양을 국가들의 논의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에 따라 자원량이 감소한 것이 파악되면 자동적으로 수확 통제(harvest control) 조치를 도입하는 방법 등이 논의되고 있다.

중서부태평양 수산위원회에서는 수확 전략에 대해 2014년도부터 논의가 되어 왔고 여러 NGO단체들이 채택을 요구해왔으나 회원국 사이에서 쉽게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올해는 가다랑어(skipjack)의 자원량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선박 수 및 조업일을 통해 수확 통제 조치를 취할 것에 회원국들이 동의했으나 의무적 조치로 채택되지는 않았다.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의 제19차 총회에서 옵저버 발언을 하기 위해 신청을 하는 어필의 조진서 캠페이너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의 제19차 총회에서 옵저버 발언을 하기 위해 신청을 하는 어필의 조진서 캠페이너
ⓒ 공익법센터 어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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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올해, 어필을 포함해 옵저버로 참가한 NGO들의 가장 큰 관심사 중의 하나는 상어에 대한 보존조치가 채택되는지 여부였다. 상어는 해양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로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 반드시 보호가 필요하다. 하지만 참치잡이 배에서 상어가 의도치 않게 잡히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사냥을 하여 상어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으며, 특히 큰지느러미흉상어(Oceanic whitetip shark)는 멸종위기 취약종으로 지정이 되어 있다.

이에 미국과 캐나다는 상어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와이어리더(wire leader)와 상어줄(shark line) 사용을 금지하는 조치를 채택할 것을 요구해왔으나 회원국들의 반대로 무산되어 왔다. 올해 총회에서는 상어 보존조치가 채택은 되었으나 문제가 되는 어구 사용의 전면금지에 대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상어 보존 조치 채택은 됐으나, 어구사용은 그대로... 절반의 성공  

목표 어종 수확량에 감소가 일어날 수도 있는 수확 통제 수단이나 상어 보호에 관한 조치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는 것도 이렇게 어려운 만큼 배에서 일하는 사람을 보호하자는 논의가 진전되는 것이 더딜 것이라는 것은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전에도 태평양 도서국가 출신의 선원들이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착취를 당하는 것에 대해 위원회에서  문제제기가 된 바 있으며 이에 2018년도 총회에서는 선원 노동기준에 관한 결의안이 채택되었지만 법적 구속력이 있는 조치 사항은 아니었다.

2020년에는 여러 나라에서 보도가 되었던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다가 사망한 인도네시아 선원이 바다에 수장된 사건 관련해, 이 배가 중서부태평양에서 조업을 하던 배라는 것이 드러나자 인도네시아 정부의 제안으로 선원의 안전과 노동조건에 대한 구속력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시작되었다.

처음 이 안건이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에 제안이 되었을 때에는 이 이슈는 위원회에서 논의할 사항이 아니라고 거부하는 회원국이 있었다. 선원들의 노동권과 인권은 ILO 기준이나 UN인권 규범에 따라 보호가 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각 국가에서 이를 이행할 필요가 있고, 이행에 대해서도 ILO나 UN에서 논의를 하면 되지 굳이 지역수산기구에서 논의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공해 상에서 이루어지는 원양어업의 특수성에 대해 고려를 하지 않은 것이다.

공해에선 어떤 나라도 주권을 행사하지 않기 때문에 원양어선은 선박의 국적기의 법이 적용이 된다. 하지만 원양어선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에게는 불리한 법만 골라서 적용이 되고 있다. 채용 과정에서는 한국 땅을 밟지 않기 때문에 한국 법이 적용될 수 없다고 하면서, 이들이 착취되는 상황에 대해 누구도 개입을 하지 않는다.

선상의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해 이론적으로 이들은 한국법에 따라 문제제기를 할 수 있지만, 망망대해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 정부의 노동법 위반 사항에 대해 한국 정부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한편 한국 배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에는 한국 법이 아니라 ILO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이렇게 원양어선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은 어떤 나라의 법으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한 채 그야말로 망망대해를 떠돌고 있다. 이에 어필과 시민환경연구소 등의 시민단체들은 공해에 대한 규범과 이행감시체제를 갖고 있는 지역수산기구에서 이에 대한 기준을 채택하고 감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노동기준채택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에서는 이미 배에서 일하는 중요한 사람들인 국제옵서버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규범을 채택한 경험이 있다. 이 때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World Wildlife Fund(세계자연기금)의 버바 쿡(Bubba Cook)은 선원 노동기준의 채택에 대해서도 강력하게 지지를 하며 어필 등 시민단체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총회에서는 선원노동기준과 관련한 논의에는 진전이 전혀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그동안 온라인으로만 회의가 진행되어 입장 차이가 있는 여러 쟁점에 대해 회원국들의 입장을 정리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 큰 이유였으나, 우선순위에서 크게 밀렸기 때문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에 참관하며 알게 된 독특한 점 중의 하나는 업계 사람들이 정부 대표단으로 회의에 참가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관행은 어획량 산정 및 원양산업과 직결되는 논의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알려져 있으나, 제3자의 시각에서 정부간 기구(inter-governmental organization)에서 특정 산업을 대표하는 민간인이 정부 대표로 참가하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조치'라는 인상을 지우기가 어렵다.

정부대표단에 NGO가 포함되는 경우도 있으나, 아주 최근에서야 몇몇 지역 수산기구에 참가하는 것에 불과하며 참여 정도에 있어서도 분명한 한계가 있다. 정부대표단으로 참가한 NGO는 보존조치 이행 준수 여부를 다루는 이행위원회(compliance committee) 참가가 배제되는데,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는 옵저버(observer)들에게도 이행위원회 참가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회원국들이 실제로 법을 위반했는지, 이에 대해 어떤 조치가 취해졌는지 등에 대해 투명하게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불투명한 위원회의 구조는 안건의 세팅과 논의 과정 등에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태평양에 대한 '새로운 그림'을 그려야 한다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 총회를 통해 태평양 바다와 바다에서 일하는 사람들, 바다를 집으로 삼고 살아가는 생명들을 지키기 위해 일하는 여러 NGO들을 통해 관련 논의에 대해 모니터링을 할 수 있었다. 지역수산기구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에 오랫동안 힘을 쏟는 PEW와 WWF, 새를 지키기 위한 국제단체인 버드라이프 인터내셔널(Birdlife International), 전통적인 낚시대를 사용하여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소규모 어업을 하는 어민들을 지원하고 소비자들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International Pole & Line Foundation 등 여러 단체에서 옵저버로 참가했다.

태평양 도서국가의 기자들도 다수 참가 하여 논의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어필은 퉁가 기자와 뉴질랜드 기자, 국제환경언론인 몽가베이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선원노동기준 채택과 관련된 논의를 소개했으며 여러 나라 정부 대표단에게도 선원노동기준 채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심을 촉구했다.

이날 2년만에 오프라인으로 개최된 총회에서 많은 중요한 아젠다가 '다음으로' 미루어진 것에 대해 답답한 마음이 들었으나, 사실 지역'수산'기구는 바다를 '어장'으로 –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에서는 '참치어장'으로 – 보고 있기 때문에 그 외의 논의에 진전이 없는 것은 일견 당연한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에 참여하며 알게 된 것은, 참치잡이의 영향이 참치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총회를 마지막으로 임기를 마친 김정례 의장은 회의를 열며 어업은 사람과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위원회에서는 선원노동기준과 같은 이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경계를 넘어' 다룰 필요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 결국 바다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는 바다를 새롭게 바라보는 데에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조각난 퍼즐을 맞추듯이, 참치와 같이 잡히는 상어의 이야기, 태평양에서 먹이를 구하는 새들의 이야기, 그리고 태평양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태평양에 대한 그림을 조금씩 더 선명하게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가 앞으로도 다양한 옵저버들의 참여를 통해 태평양에 대한 다양한 퍼즐조각들이 맞춰질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정신영씨는 공익법센터 어필에서 일하고 있는 변호사입니다. 공익법센터 어필은 시민 후원을 통해 취약한 이주민과 외국인 인권을 옹호하는 비영리단체입니다.


태그:#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 #공해, #어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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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법센터 어필은 소송, 법률교육, 국제연대, 공익법중개, 제도연구, 입법운동 등을 통해 난민, 구금된 이주민, 무국적자, 인신매매 피해자, 다국적기업의 인권 침해 피해자의 인권을 옹호하는 공익변호사 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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