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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치스코 교황이 7일(현지시간)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사도궁 집무실 창가에서 주일 삼종기도를 주례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7일(현지시간)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사도궁 집무실 창가에서 주일 삼종기도를 주례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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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1~2차 세계대전 이후, 특히 21세기에 들어서서 여성의 권리는 비약적이라고 할 정도로 향상되었다. 남성중심주의의 가장 커다란 축이라고 할 수 있는 가톨릭교회에서의 변화는 놀라울 정도다. 한국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서방의 주요 언론에서는 지난 6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나탈리 베카르(Nathalie Becquart, 52) 수녀를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사무국장으로 임명했다는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었다.

세계주교대의원회의에는 1명의 사무총장과 2명의 사무국장이 있다. 베카르 수녀와 함께 같은 직위에 임명된 스페인 출신의 루이스 마른 데 산 마르틴 신부(Fr. Luis Marn de San Martin)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다. 그만큼 베카르 수녀의 임명은 상징성이 크다. 그런데 여성 1명을 임명한 것을 놓고, 그것도 1967년 설립된 비교적 새로운 부서인 세계주교대의원회의의 임원으로 임명한 것을 놓고 소란을 떠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가톨릭교회가 21세기 시대정신에 적응하려는 노력으로 해석되어 서방 언론의 큰 관심을 끄는 것이다. 더구나 베르카 수녀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에서 모든 주교와 동등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정기회의는 물론 특별회의에서도 논의 안건에 관한 표결을 행사하여 찬반 동수가 되는 경우 결정적인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오로지 남자들만으로 이루어진 가톨릭교회 내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점이 되는 사건이다. 비록 조용히 그리고 커다란 파문이 일지 않는 형식으로 진행된 일이지만 말이다.

21세기의 시대정신은 포스트모던을 넘어서서 이제 포스트휴머니즘을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양성평등과 페미니즘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다. 그래서 농경문화 시대의 가부장 제도의 완전한 구현이라고 할 수 있는 가톨릭교회의 교계제도에도 작지만 큰 의미의 변화가 오고 있다.

가톨릭과 개신교를 합친 기독교의 역사는 2000년 가까이 되었다. 중세에는 교회가 지성과 문화의 보고인 동시에 권력의 중심이기도 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와서는 근세까지의 화려했던 역사를 추억으로 삼는 것 말고는 남은 일이 없다. 더구나 한국을 포함한 몇몇 나라의 일부 개신교회가 현재 보여주는 '추태'는 기독교 교회의 몰락을 더욱 재촉하는 현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가뜩이나 사회적 혐오의 대상인 개신교가 코로나 사태에서 공공의 적으로까지 몰리고 있다. 종교의 자유는 종교가 없는 사람들이 신을 믿지 않을 자유도 존중하는 근대적인 인권 개념이라는 것을 까맣게 모르는 일부 무지한 종교인들이 집단이기주의를 종교의 자유로 내세우면서 오늘날 기독교를 더욱 사회의 변두리로 몰아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톨릭교회가 보여준 이번 조치는 비록 상징적인 것이기는 하지만 의미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변화의 의미를 제대로 음미하기 위해서는 가톨릭교회의 내부적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톨릭교회조차도 더 미룰 수 없는 과제

세계주교대의원회의(Synod of Bishops)는 전 세계 주교들이 모여 당면한 주요 이슈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고 공동의 견해를 제시하는 회의다. 가톨릭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까지는 교회가 세계의 중심이라는 확신에서 흔들림이 없었다.

그래서 제1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선포한 대로 가톨릭교회가 '완전한 사회'로서 사회의 중심이자 모범이 된다고 확신한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계몽주의와 산업혁명으로 급격한 변화를 이룬 사회는 교회의 자연관과 인간관을 송두리째 주변으로 몰아냈다. 그리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에는 교회의 거룩한 가치를 몰아내고 이른바 세속적 가치가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회의 변화에 가톨릭교회는 먼저 강력하게 저항하였다. 그래서 교황의 권위를 강화하기 위하여 비오 9세 교황(Pius IX, 1846-1878)이 '성좌에서' 신앙과 도덕에 관하여 선포하는 것은 교황 무류성을 담보한다고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사실 이는 어느 날 갑자기 비오 9세의 머리에 떠오른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종교개혁 이후 꾸준히 이어져 온 반종교개혁, 곧 개신교의 등장에 맞서 '잃어버린' 가톨릭교회의 교세 확장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이의 출발점인 개신교를 이단으로 단죄한 트리엔트 공의회(Concilium Tridentinum, 1545-1563)는 유럽 전역을 종교전쟁으로 몰고 간 기폭제가 되었다. 이때부터 시작된 지속적인 정죄, 단죄, 파문, 정치적 군사적 투쟁을 통하여 유럽의 재 가톨릭화를 추구한 가톨릭교회는 결국 교황의 무류성을 선포한 제1차 바티칸 공의회(1868)에서 가톨릭교회만이 진리이고 특히 교황이 성좌에서 선포하는 것이 한 치의 오류도 없는 진리라고 세계에 선언하기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무류성의 권위로 선포한 것이 '마리아의 원죄 없는 잉태'와 '성모의 영원한 동정'과 '승천 교리'이다. 특이하게 가톨릭교회에서 무류성의 진리로 선포된 것은 하나같이 여성인 마리아에 관한 것뿐이다.

그리고 마르틴 루터가 탄생한 나라답게 독일 가톨릭교회도 교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이른바 '시노드의 길'을 구호로 하는 이 교회의 제도 개혁을 위한 회의체는 교황청이 긴급 서한을 보내 그 교회법적 불법성을 지적할 정도로 강력한 것이다. 이는 독일 천주교 주교회의가 2018년 언론에서 크게 다루어진 사제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독일 가톨릭교회가 당면한 문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하기 위하여 2019년 12월 1일 수립한 회의체이다.

여기에는 독일 주교들, 주교와 동수의 평신도, 수도회 회원, 가톨릭 단체 회원으로 구성된 230명의 위원이 있다. 곧 과거 가톨릭교회에서 교계제도의 권위로 성직자들이 지시하고 신자들이 순명하던 제도에서 탈피하여 가톨릭교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민주주의 방식을 최초로 도입한 회의체인 것이다.

이 회의체는 2020년 2월 1일 1차 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2021년 9월과 10월 그리고 2022년 2월에 총 4차의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회의체는 4개 포럼으로 구성되어 있다. 교회 내부의 권한 분산, 새로운 시대에 맞는 성과 사랑의 개념 수립, 현대 사회에 사제 생활을 적응하는 방법, 교회 직무의 여성 참여와 같은 4개 주제로 논의를 진행한다.

사실 이 회의체는 교회법에서 규정한 조직 형태를 벗어난 것이어서 개혁적인 프란치스코 교황조차 경고성 지적을 할 정도였다. 그리고 독일의 쾰른 대교구의 보좌주교와 레겐스부르크 교구의 주교는 이 회의체의 진보적 성격에 반대하여 포럼 참여를 거부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독일 천주교 주교회의는 이 회의체 운영을 지속할 예정임을 분명히 하였다. 개혁 없이는 독일 가톨릭 교회의 실추된 면모를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주제는 여성 사제직과 개방적 성윤리에 대한 논의이다. 21세기의 양성평등의 시대정신에서 이는 가톨릭교회조차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이제 겨우 첫발 내디딘 가톨릭교회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여성의 참여가 가장 활발한 독일 정계에서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최근 독일의 주간지인 <슈피겔>이 독일 연방 의회의 여성 의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였다. 내용은 의회 내에서의 여성에 대한 혐오 현상에 관한 것이었다. 현재 독일 연방 의회에는 222명의 여성 의원이 있다. 총의원 수가 709명이니 여성 의원 비율이 간신히 30%를 넘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독일 의회는 2015년 3월 '민간 경제계와 공공 기관의 고위직에서의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참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2016년부터 모든 여성의 고위직 점유율이 최소한 30%를 넘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연방 의회 의원도 여성을 30% 이상 선출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번 설문 조사는 단순히 이 법률을 충족하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유럽 대륙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선진 강국인 독일도 양성평등에서는 아직도 갈 길이 먼 것이다.

설문에 응답한 여성 의원은 64명으로 응답률은 28.8%에 머물렀다. 특히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 이하 대안당)의 의원들은 단 한 명도 답을 하지 않았지만 독일 정계의 양성평등 상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의 69%가 연방 의회 의원으로서 여성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경험을 하였다는 결과였다.

놀라운 것은 이른바 좌파에 속하는 사민당은 물론 진보 좌파인 녹색당 극좌파인 좌파당의 여성 위원들이 여성 혐오를 당한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사실이다. 성적 혐오와 언어와 육체적 폭력을 당한 비율에서도 추세는 비슷하게 나왔다. 흔히 좌파는 양성평등에 더욱 적극적이라는 '신화'가 깨진 셈이다.

물론 극우 정당이라고 나을 것이 없다. 오히려 대안당이 연방 의회에 진출한 이후 모든 여성 의원들이 더욱 극심한 여성 혐오를 느끼게 된 것이다. 당을 초월하여 여성 혐오는 독일 의회에 광범위하게 퍼진 현상이다. 그런데 사실 여성 차별과 혐오는 독일 연방 의회에만 만연한 것이 아니다.

국제연합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양성평등에서 여성의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현재 보건과 사회 분야에서 활동하는 인력의 70%가 여성인데도 그 모양인 것이다.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간호사를 비롯한 보건 분야의 여성들은 직접 코로나 환자와 더욱 밀도 있게 접촉하는 관계로 건가의 위험이 높음에도 특별한 보호 조치가 미흡한 상황이다.

또한 코로나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어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여성에 대한 가정 폭력도 증가하고 있다. 사실 전 세계 15~49세의 여성의 20%는 여전히 육체적 폭력이나 성폭력의 대상이 되고 있다.

양성 평등은 단순히 가부장 제도의 폐지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억압 기제의 제거라는 소극적 조치만이 아니라 진정한 평등을 위한 여성의 권리 증진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따라야 한다. 그러나 제도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 독일 연방 의회에서의 경우로 증명되고 있다. 제도의 개선과 더불어 의식 개혁이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법 제도는 비교적 합리적인 외적 절차를 통하여 쉽게 바뀌어도 인간 개개인 내면의 의식과 그 총합인 집단의식은 매우 느리게 변화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집단의식의 변화는 민주주의적 합의만으로도 안 되는 것이다. 그 변화는 결국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 그리고 더 나아가 인류의 진보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보편화되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양성평등이 단순히 그동안 억압 기제 아래에서 불이익을 당한 여성의 해방과 인권 보장의 차원을 넘어서서 인류의 진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확신을 전 인류는 고사하고 과연 남성들이 할 수 있을까? 그 답은 이제부터 여성과 남성이 함께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런 여정에서 가톨릭교회는 이제 겨우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 않던가? 희망을 가져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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