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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교사가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교사가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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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회의 프로그램을 이용한 쌍방향 줌(Zoom) 수업. 처음에는 겁이 났다. 수업이 공개된다는 것 때문이었다. 학부모들이 지켜보는 수업을 매일 해야 한다고 하니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었다. 교실 안에서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수업과 공개수업은 아무래도 다르다.

잘 짜인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게다가 유튜버나 스타강사처럼 화려한 쇼맨십도 없는데 모니터로만 보이는 아이들을 어떻게 집중시켜 수업을 이끌어 나갈지 그것 또한 고민되는 일이었다. '매일 하는 공개수업 잘 할 수 있을까?'

줌 수업 첫날, 긴장된 마음으로 컴퓨터 바탕화면 줌 아이콘을 클릭한 후 개설해놓은 4학년 3반 회의실로 들어가 아이들을 기다렸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순조롭게 회의실에 잘 들어왔고, 곧 우리 반 전체가 다 모였다. 순간 나는 예상치 못한 감정이 올라와 조금 당황스러웠다.

내가 줌 수업을 무사히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아니었다. 우리 반 친구들 모두의 온전한 얼굴을 이제야 보게 되었다는 기쁨과 반가움이 크게 밀려왔던 것이다. 마스크를 하지 않은 아이들의 얼굴이 이토록 환할 줄은 몰랐다. 아이들은 새로운 교실에 들떠 있었다.

"선생님, 제 목소리 잘 들려요? 저 잘 보여요?"
"우리 반 애들 다 마스크 벗은 거 처음 봐요."
"준수야. 현호야. 내 말 잘 들려?"
"야. 잘 들려. 엄청 크게 들려."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그 안에는 분명 호기심과 설렘이 가득했다. 내 수업이 어떻게 보일지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아이들과 이 시간을 함께 나누며 가까워지고 싶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마음이 한결 편했다.

수업 참여 여부와 소리가 잘 전달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출석을 불렀다. 아이들 이름만 부르는 것이 형식적인 것 같아 아이들의 꿈과 이름을 같이 불러주었다.

"정치가 이현지, 건축가 김예은, 애견훈련사 김승민, 백신과학자 최승호..."

매년 학기 초 학생명부를 만들 때 아이들 이름 옆에 그 아이의 꿈을 같이 적어놓는다. 아이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교사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해서다. 아이들이 학교에 날마다 나왔던 때를 떠올려보면 아이들의 이름을 매일 이렇게 정성껏 불러주는 일은 없었던 것 같다.

아이들의 꿈과 이름을 부르는 시간은 소중했다. 저마다의 꿈을 갖고 있는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존재가 선명하게 와닿는 순간이었다. 이문재의 '오래된 기도'에는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기도하는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코로나로 모두의 안전과 건강이 염려되는 하루하루 속에서 마음을 담아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는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기도였다.

함께 수업을 만들어 간다

나는 평소 아이들에게 수업하기 전에 시나 책을 읽어주었는데 줌 수업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책을 함께 읽고 난 후에는 아이들과 자유롭게 생각이나 느낌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대면 수업에서는 목소리가 크거나 발표에 적극적인 아이들 위주로 수업이 진행될 때가 많았다. 발표하는 것이 쑥스러워 입을 다물고 있는 아이들의 생각은 좀처럼 들을 수 없었다.

그런데 줌 수업에서는 달랐다. 모두에게 공개설정된 채팅창을 이용하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고 그 내용을 모두가 볼 수 있다. 나는 채팅창에 올라오는 아이들의 글을 보고 놀랐다.

평소 친구들이 발표하면 가만히 듣기만 하던 현서는 책 속 인물을 보고 자신의 동생이 떠올랐다며 그에 대한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았고, 교실에서 꼭 필요한 말만 하고 줄곧 과묵한 모습을 보이던 성수는 "책에서 '너의 마음을 알아'라고 말한 부분이 너무 좋아요. 감동적이에요"라고 마음의 말을 꺼내 보였다.

발표력에 상관없이 아이들에게 표현의 기회가 좀 더 공평하게 주어진 모습이었다. 말로만 의견을 주고받을 때보다 채팅창을 함께 활용하니 이야깃거리는 더 풍성해졌고, 활발한 소통의 장을 만들 수 있었다.

줌으로 교과 수업을 할 때는 아이들의 집중력을 잡아두는 것이 중요했다. 수시로 발문을 하고 그에 대한 답을 비공개 채팅(교사만 답을 볼 수 있음)으로 보내도록 했다. 줌 수업에서는 아이들의 답을 즉각적으로 확인하고 바로 피드백해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다음 도형 중에서 평행사변형을 모두 찾아보자. 기호로 써서 선생님한테 보내볼까?"
"영준아. 개수가 아니라 기호로 쓰는 거야."
"얘들아. 답이 세 개야. 마름모도 두 쌍이 평행하잖아. 두 개만 보낸 친구들 다시 보내주세요."


줌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의 디지털 사용 능력은 매우 빠르고 능숙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수업할 때 설명을 하면서 '이 부분은 중요해'라고 말하면 줌 메뉴의 주석 달기 기능을 이용해 화면에 어느 순간 별표를 찍어놓는 아이가 있었고, 밑줄을 그어놓는 아이가 있었다. 내 설명에서 중요한 내용을 요약해 화면에 적어놓는 아이도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만들어 간다는 느낌이었다.

줌 수업을 해보니 주변의 소음이 생각보다 잘 들렸다. 아이들의 마이크를 모두 음소거 시켜놓고 내 마이크만 켜놓으면 일방적인 수업이 되어 수업의 활기가 떨어지고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수업할 때 되도록 아이들의 마이크를 켜놓게 했다. 하루는 한 아이의 엄마가 아이를 혼내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려 난감한 적이 있다. 발음 하나하나가 정확하게 다 들렸다.

"그렇게 말했는데도 안 해놨어? 엄마가 어제 그거 해놓고 놀라고 말했어, 안 했어? 여긴 왜 이렇게 지저분한 거야!!"

순간 우리는 모두 숙연해졌다.

언제부턴가 출석을 부르고 나면 한 아이의 비디오 화면이 꺼졌다. 인터넷이 일시적으로 불안정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놔두었더니 계속 그랬다. 알고 보니 화면을 꺼놓고 컴퓨터 게임, 유튜브 등 딴짓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줌 수업에 익숙해지자 그렇게 꾀를 내는 아이가 있었다. 오랜 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서 컴퓨터 게임과 유튜브의 유혹을 뿌리치며 스스로 학습에 집중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다 싶어 크게 나무라지는 못했다. 그 후 아이들의 화면과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며 수업을 했다. 

선뜻 줌을 떠나지 못했다

하루는 아이들에게 줌 수업에서 어떤 활동을 가장 하고 싶냐고 물었다.

"모둠활동이요."
"소회의실에서 애들이랑 하고 싶은 얘기 실컷 하고 싶어요."


줌의 소회의실 기능을 이용하여 회의실 개수와 배정 인원을 정하여 모둠수업을 할 수 있다. 아이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그저 친구들과 모여 편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친구와의 연결과 소통'을 가장 그리워했다.

어느 날 사회시간에는 '사회변화로 달라진 사람들의 생활 모습'에 관한 수업을 하며 '코로나로 인해 바뀐 우리들의 학교생활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아이들은 코로나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것과 불편해진 것들이 너무 많다며 아우성이었다.

"짝수 홀수 나눠서 나오는 거 싫어요! 애들 다 나와야 재밌어요."
"쉬는 시간에 친구들이랑 모여서 게임도 하고 놀고 싶은데 그것도 못 하잖아요!"
"체험학습 못 간 것도 너무 억울해요!"


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 듣고는 말했다.

"그래. 알지. 누구보다 너희들이 힘들었지. 그런데 얘들아. 먼 훗날 우리들의 이야기가 사회 교과서에 나올 거야. '2020년 온라인수업(쌍방향 화상수업)이 처음 시작되었다' 이렇게 말이야. 우리는 지금 역사적인 순간을 지나가고 있는 거야."

나는 지금 이 힘든 시기를 잘 견뎌주고 있는 아이들에게 자부심을 갖게 했다. 그것이 위로가 되기에는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지만 말이다.

어린 시절 미래사회를 상상할 때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편하게 화상수업을 받는 학생들의 모습을 떠올리곤 했다. 그것이 현실이 된 지금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것이 여러 단계를 거쳐 순차적으로 자연스럽게 도입된 것이 아니라, 코로나라는 하나의 큰 사건을 통해 갑작스럽게 들어와 버려 교사도 아이들도 많이 혼란스러웠다는 것이다.

지난 6개월 동안 줌 수업을 해왔지만 아이, 학부모, 교사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온라인수업은 무엇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2021학년도는 또 어떻게 헤쳐나갈지 여전히 고민스럽다. 하지만 줌 수업을 하며 랜선을 통한 소통과 교류가 주는 희열과 재미를 분명히 경험했다. 줌 수업의 단점과 한계에 아쉬워하기보다는 줌 수업만의 매력을 살려 의미 있는 배움의 시간을 만들어 가고 싶다.

종업식 날이었다. 코로나 확산세가 심해져 종업식까지 줌으로 마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에게 쓴 편지를 읽어주는데 나는 자꾸 눈물이 나 몇 번을 멈추었고, 채팅창에는 그날따라 유독 많은 글들이 올라왔다. 서로에 대한 고마움, 함께 한 시간에 대한 그리움, 이별에 대한 아쉬움의 말들이었다.

우리는 마칠 시간이 되었는데도 선뜻 줌을 떠나지 못했다. 직접 만난 날은 적었지만 우리는 정이 많이 들었다. 아이들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줌 수업을 통해 우리가 나눈 것들은 결코 작지 않았다.

덧붙이는 글 | 아이들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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