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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은 1일 성명을 내고 "'선거 사기'(election fraud)에 대응하여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정부 인사들을 구금을 했다"며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 최고사령관인 민 아웅 흘라잉에게 권력을 이양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
 미얀마 군은 1일 성명을 내고 ""선거 사기"(election fraud)에 대응하여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정부 인사들을 구금을 했다"며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 최고사령관인 민 아웅 흘라잉에게 권력을 이양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
ⓒ 연합뉴스/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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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항하는 것으로 보이던 미얀마의 민주주의에 또 하나의 비극이 발생했다. 2021년 2월 1일 새벽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전권을 장악했다. 아웅산 수치와 윈 민 대통령 등 NLD(민족민주동맹) 지도자들이 대거 감금되고 구속됐다.

미얀마의 근현대사는 비극으로 점철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1885년부터 1947년까지 60여 년 동안 영국의 식민 통치를 받았다. 이후 1948년 독립을 쟁취했으나 독립 쟁취 전 독립 투쟁의 영웅이자 아웅산 수치의 아버지인 아웅산이 살해 되었다. 독립 국가 버마가 안정되기 전 1962년 네윈 장군의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켜 우누 정권을 전복했다. 이후 1989년에는 국호를 버마에서 미얀마로 변경했다.
1980년대까지 철권통치를 휘둘렀다. 이후 1988년 미얀마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고 아웅산 수치는 민주화 운동에 헌신하게 되었다.

수년 동안의 가택연금 및 탄압 속에서도 미얀마 민주화를 이끈 공로로 1991년 노벨평화상을 수상 했으나 이후로도 군부통치와 탄압은 지속되었다. 그러나 아웅산 수치를 중심으로 한 민주 세력의 민주화 투쟁 및 유엔과 국제사회의 후원으로 2011년 테인세인 정권이 들어서며 일부 민주화 조치가 이루어졌다. 마침내 2015년 11월 선거 승리의 결과로 2016년 문민 정권이 탄생했다. 나아가 2020년 11월 선거에서 83%가 넘는 압도적 승리로 미얀마의 민주화는 돌이킬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은 듯 했다.

그러나 미얀마 군부는 11월의 선거를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이를 명분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미얀마에 또 하나의 비극을 초래하였다.

비극을 초래한 세 가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poetics)에 따르면 비극에서 주인공은 치명적 결함 혹은 판단 실수(harmartia)를 가짐으로써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아웅산 수치와 미얀마의 민주주의는 어떠한 하르마티아(치명적 결함 혹은 판단 실수)를 가지고 있기에 쿠데타라는 비극을 맞게 되었는가?

첫 번째 하르마티아는 완전한 민주주의를 막는 불완전한 미얀마 헌법이다. 민주주의는 합리적 헌법과 법률에 기초한 법의 통치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미얀마의 헌법은 국회의원 1/4를 군부에 할당하고 있고 국방 내부 치안 등 주요 장관의 임명권을 군부에게 부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08년 신 헌법에 국방안보 평의회를 두었고 이 평의회가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면 언제든 대통령의 권한이 군 총사령관에게 넘어가게 되어 있다. 이미 군부 쿠데타의 dna가 헌법에 내재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하르마티아도 아웅산 수치의 대통령 입후보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헌법 조항이다. 즉 외국인을 배우자로 두거나 외국인 자녀를 두면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영국인과 결혼하고 두 자녀를 둔 아웅산 수치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따라서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NLD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아웅산 수치는 대통령의 타이틀 대신 국가 고문이라는 자격으로 권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

세 번째 하르마티아는 아웅산 수치의 나이브(naive)함과 정치력의 부족이다. 근본적으로 민주화를 막는 헌법을 그대로 둔 채 군부와 타협으로 민주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오판 했다. 군부에 의해 저질러진 소수민족 로힝야족 인종 청소로 국제적 비난을 초래했다. 인종청소에 침묵하는 민주와 인권의 아이콘 아웅산 수치의 노벨상을 몰수하자는 움직임도 있었다. 인종청소라는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고 70만 명이 넘는 난민을 만든 군부를 옹호하기도 했다. 완전한 민주주의의 달성은 쿠데타 dna를 가진 군부와 어설픈 타협이 아니라 100% 국민의 힘(people power)에 의해서 가능하다는 것을 간과했다.

위에 언급한 몇 가지 비극적 결함들로 인해 아웅산 수치와 미얀마 민주주의는 쿠데타라는 파국을 맞았다. 비극에서 주인공이 맞는 결말은 관객으로 하여금 동정심(sympathy)를 느끼게 하고 비극적 결함을 깨닫게 한다. 이 깨달음이 관객에게 공포와 전율을 가져옴과 동시에 카타르시스(catharis,나는 혹은 우리는 비극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안도감)를 안겨준다.

국제사회가 해야할 일

여기에서 관객은 유엔 및 서구 민주주의 국가, 그리고 여러 비극을 거치면서 민주주의를 앞서 성취한 대한민국이다. 관객들은 내가 아니고 우리가 아니라는 안도감에 젖어 있으면 안 된다. 미얀마가 겪고 있는 비극은 허구의 비극이 아니라 현실상의 비극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극을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미얀마 국민과 아웅산 수치를 비롯한 NLD 세력의 내부 투쟁과 노력이 필수다. 여기에 더하여 유엔 및 국제 사회가 연대하여 적극적 후원과 관여(engagement)가 중요하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시점에 전략적으로,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놓인 미얀마가 자칫 어느 일방으로 기울면서 군사 정부를 강화할 수 도 있는 위험이 있다. 따라서 국제 사회 및 유엔이 보다 지혜로운 당근과 채찍으로 미얀마 쿠데타을 일으킨 군부가 문민 정부를 되돌려 놓게 해야한다.

미얀마에 앞서 비슷한 민주화 투쟁의 역사 위에 민주주의를 쟁취한 대한민국도 나서야 한다. 미얀마가 군부 쿠데타를 물리치고 민주주의의 승리를 가져올 수 있도록 연대와 응원을 보내야 한다. 하루빨리 비극을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회복해 미얀마 민중의 부처 같은 미소를 볼 수 있길 기대한다. 미얀마의 국민에게도 국제 사회에도 미얀마의 민주 회복이라는 적극적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그날을 고대한다.

태그:#미얀마 쿠데타, #아웅산 수치, #미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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