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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문은 TV조선이 열었다. 이달 초 방영된 <아내의 맛>은 간만에 등장한 '이미지 정치'의 결정판이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을 앞두고 있던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TV조선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화목한 상류층 가정의 아내이자 살가운 엄마로서의 이미지를 뽐냈다.

TV조선은 과거 보수야당 원내대표 시절 품격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막말과 국회 패스트트랙 사건 당시 쇠지레를 들었던 나 전 의원의 강성 이미지 개선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방송 내내 이어진 미모에 대한 상찬은 덤이었다.

한때 서울대 커플이자 판사 부부였던 나 전 의원 부부의 화려한 스펙도 부각됐다. 심지어 과거 사학비리 의혹이 제기됐던 홍신학원 나채성 이사장의 절절한 부정까지 방송을 탔다. 이후로는 일사천리였다.

나 전 의원은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남긴 <아내의 맛> 방영 일주일 뒤 출마 선언을 했다. 그 이미지 그대로 시장에서 호떡도 먹고, 강남 은마 아파트도 찾았다. 서민적이고 친근한 이미지를 쌓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화제가 된 예능 프로그램으로 첫 단추를 낀 나 전 의원은 현재 국민의힘 후보 경쟁 과정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한 상태다. 하지만 진짜 '1등 공신'은 따로 있었다. 나 전 의원과 가족과 관련된 무더기 고발 사건에 대해 깔끔하고 완벽하게 면죄부를 발부한 검찰이었다.

검찰이 발부한 면죄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김호일 회장과 노인 현안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김호일 회장과 노인 현안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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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단체는 나 전 의원과 관련된 13건의 비리 의혹 사건을 다시 수사해달라며 서울고검에 일괄 항고하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검찰은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한 소환조사 한 번 없이, 13건의 고발사건들을 오로지 나경원 전 의원 측의 말만 듣고 서둘러 모두 무혐의 처리했지만, 우리 국민들은 정치검찰의 수사 결과를 전혀 신뢰하지 않고 있다."

이들 단체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넘어선 '유검무죄, 무검유죄'의 본보기를 윤석열 검찰과 나경원 전 의원이 또 한 번 보여줬다"라고 개탄했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나 전 의원 아들인 김아무개씨가 고교 재학 중 국제학술회의 논문 포스터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의혹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김씨의 입대 전날이었다. 검찰은 나흘 뒤인 24일 나 전 의원 관련 고발사건을 무더기로 불기소(13건은 불기소, 1건은 기소중지) 종결 처리했다.

그에 앞서 지난 6일 검찰은 시민단체로부터 업무상 배임혐의로 고발당한 나채성 이사장을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 했다. 이후 4.15 총선 당시 나 전 의원의 보좌관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사건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법은 4.15 총선 선거공보 및 벽보에 나 전 의원의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전직 보좌관에게 벌금 80만 원을 선고했다.

민생경제연구소 등 이 사건을 고발한 단체들은 검찰이 보좌관만을 기소한 것 자체가 나 전 의원에게 면죄부를 주는 '선택적 기소'라고 말한다. 이들 단체는 "어떻게 이렇게 황당하고 부실한 기소가 가능했는지, 이 사건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고 향후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검찰의 조치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나 전 의원에게 날개를 달아준 꼴이 됐다. TV조선은 '이미지 세탁'을 거들어 준 셈이고. 문제는 검찰이 휘두르는 이 막강한 기소권의 혜택을 누가 보느냐다.

기소할 권한, 기소하지 않을 권한
 
서울중앙지검청사에 새겨진 검찰 상징 로고
 서울중앙지검청사에 새겨진 검찰 상징 로고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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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만큼 아니 그보다 무서운 권한이 바로 불기소(권)라고 했다. 고위층과의 연결을 공고히 해주고 검사들의 '전관 예우'를 보장해주는 것이 바로 기소하지 않을 권리라고 한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도 결국 이 선택적 불기소의 갈래라는 것이다.

한창 시끄러운 이른바 김학의 출국금지 위법 의혹 수사의 본질 역시 다르지 않다. 숱한 기회가 있었는데도 검사 선배인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 누구인가. '김학의 동영상' 속 김 전 차관의 얼굴을 버젓이 보고도 눈을 감은 것도 모자라 피해자의 절규와 경찰 수사를 뭉개버린 것이 검찰 아닌가.

그랬던 검찰이 법무부발 출국 금지 조치의 법적‧절차적 정당성을 걸고넘어지는 중이다. 하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퇴임 직전 언론이 '추미애 라인'이라 분류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2년 전 대검 반부패부장)을 겨냥해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정작 사건의 본질이던 김학의 사건 불기소엔 제대로 사과 한 마디 없던 검찰이 무려 2년 전 김 전 차관의 출국 금지 조치와 관련해 법무부를 수사하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28일 검찰이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 사건이자 검-경 갈등의 대표적 사례로 꼽혔던 '울산 고래고기 환부(還付)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무려 검찰이 3년 6개월이란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반면 전날(27일) 검찰은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를 채널A '검언유착' 사건과 관련한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준 혐의(업무방해)를 포함한 세 번째 기소였다.

이렇게 검찰은 선택적 기소와 선택적 불기소 의심을 받으며 검찰개혁 시즌2와 공수처 설치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여하는 중이다. 윤석열 총장의 임기는 아직 반년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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