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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교육 분야는 정기적으로 데이터가 나옵니다. 1년 마다 사교육비, 기초학력, 학교폭력, 학생건강, 정신건강 등 수치들이 발표되지요. 그중 하나인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가 21일 나왔습니다.

2020년 9월과 10월, 초4부터 고2까지 재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입니다. 2020년 조사 결과, 학교폭력은 줄었습니다. 피해 입었다는 피해응답률은 0.9%로 지난 조사보다 0.7%p 감소했고, 가해응답률과 목격응답률은 각각 0.3%p와 1.7%p 줄었습니다.

수치만 보면 좋은 결과입니다. 하지만 2020년은 코로나19로 학교 가는 날이 적었습니다. 그래서 학교폭력이 감소된 듯합니다. 마냥 반가운 데이터가 아닙니다.

다른 몇 가지는 눈여겨 봐야 합니다. 학교폭력을 목격한 후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는 '목격 후 방관'은 학교폭력 대처의 기초 체력에 해당합니다. 관심 기울이고 도와주면, 햇빛에 그늘이 사라지는 것처럼 학교폭력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학교폭력을 목격한 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비율.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2012년 2차부터 시작되어 해마다 두 번 실시하다가 2020년 한 번으로 축소되었다.
▲ 학교폭력 목격 후 방관 비율 학교폭력을 목격한 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비율.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2012년 2차부터 시작되어 해마다 두 번 실시하다가 2020년 한 번으로 축소되었다.
ⓒ 송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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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에서는 34.6%로, 세 명 중 한 명은 방관했습니다. 실태조사 실시 이래 최고치입니다. 추세를 보면, 2018년 30.5%에서 2019년 30.1%로 잠깐 감소하다가 다시 증가했습니다. 수치도 추세도 좋지 않습니다.

사이버폭력도 좋지 않습니다. 피해유형별 비중에서 증가했습니다. 학교폭력 감소는 그 안에도 많고 적음이 있는데, 거기에서 두드러진 것입니다.
 
각 년도 학교폭력 실태조사의 피해유형별 비중에서 발췌. 집단따돌림은 꾸준히 증가세이고, 사이버폭력은 감소했다가 증가로 돌아섰다.
▲ 사이버폭력 비중의 추이 각 년도 학교폭력 실태조사의 피해유형별 비중에서 발췌. 집단따돌림은 꾸준히 증가세이고, 사이버폭력은 감소했다가 증가로 돌아섰다.
ⓒ 송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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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중 증가한 피해유형은 집단따돌림과 사이버폭력입니다. 집단따돌림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인 반면, 사이버폭력은 2018년 10.8%에서 2019년 8.9%로 감소했다가 이번에 다시 12.3%로 늘었습니다. 좋아지던 것이 계기를 만나 나빠진 겁니다.

교육당국은 사이버폭력 증가의 원인에 대해 별다른 설명이 없습니다. 학교폭력도 흐름이 있습니다. 신체폭행, 성폭행, 금품갈취 등 물리적 폭력은 감소세이고, 언어폭력, 집단따돌림, 사이버폭력 등 정서적 폭력은 증가세입니다. 하지만 사이버폭력의 이번 증가는 일반적인 흐름으로만 이해되지 않습니다. 2019년 감소하다가 2020년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원격수업과 관련 있지 않을까 추정됩니다. 원격수업으로 온라인 활동은 늘었지만 학교 가서 어울리고 공감하는 기회가 적은 영향으로 보입니다. OECD도 교육지표 2020에서 'COVID-19 휴교 기간의 사이버 학교 폭력'을 거론한 바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국내 확진자 발생 1년 직후에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사이버폭력 비중은 증가하고 방관 비율은 늘었습니다. 좋지 않습니다. 경각심을 가져야 할지 모릅니다.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에 대한 고민도 필요할지 모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송경원은 정의당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사이버폭력, #학교폭력, #방관, #목격 후 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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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교육기관에서 잠깐잠깐 일했고 지금은 정의당 정책위원회에 있다. 꼰대 되지 않으려 애쓴다는데, 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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