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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통령 선거 제도는, 복잡하다면 좀 복잡하게 돼 있다. 선거일이 분명 지난해, 그러니까 2020년 11월 3일이었는데, 해가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선거이야기를 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아직 끝난 게 아닌가?

2021년 1월 6일, 의회가 국회의사당에 모인 이유
  
미국 워싱턴DC 연방 의회의사당에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상원 본회의장 밖 복도에서 의회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상ㆍ하원은 이날 합동회의를 개최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할 예정이었으나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로 회의가 6시간 중단됐다가 재개됐다.
 미국 워싱턴DC 연방 의회의사당에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상원 본회의장 밖 복도에서 의회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상ㆍ하원은 이날 합동회의를 개최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할 예정이었으나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로 회의가 6시간 중단됐다가 재개됐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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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대통령 선거인단을 뽑는 투표가 우리에겐 미국 대통령 선거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선거제도는 간접선거로 대통령을 뽑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국민 투표 뒤 한 달도 더 지난 시점인 12월 14일, 각 주 대통령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은 모여 이번엔 진짜 대통령을 뽑는 투표를 했는데, 국민 투표 개표와 동시에 다음 대통령은 이미 정해졌기 때문에 이건 일견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 하지만 투표 결과를 적은 인증서(Certification)는 12월 23일까지 지정한 장소에 반드시 도착해야 한다. 

그 뒤 해가 바뀐 2021년 1월 6일, 상·하원은 각 주에서 도착한 50개 인증서의 진위를 검증하고, 각 주 선거 결과를 하나하나 읽으면서 어느 후보가 더 많은 표를 얻었는지 검수하기 위해 국회에 모였다. 알래스카(Alaska) 주로부터 시작해 와이오밍(Wyoming)까지 50개 주 대통령 선거 결과를 하나씩 알파벳 순서대로, 네 명의 국회의원(2명은 상원의원, 2명은 하원의원)이 돌아가며 차례로 읽는데, 한 개 주가 끝날 때마다 상원의장인 부통령이 참석자들에게 선거 결과에 이의가 있는지 없는지 물어본다. 이의가 없으면 그다음 주로 넘어가는 과정이다.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 과정을 나는 처음으로 어제 새벽까지 지켜봤는데, 하품이 나오도록 지루했다.   

트럼프가 하는 '부정선거' 주장, 억지일 가능성 크다
  
바이든 당선인(왼쪽)과 트럼프 대통령
▲ 바이든 당선인과 트럼프 대통령 바이든 당선인(왼쪽)과 트럼프 대통령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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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의 이런 긴 과정은, 미국이 50개의 작은 나라(State)가 모여 하나의 큰 국가를 이룬 연방이기 때문이다(영어로 State를 주라고 번역할 수도 있지만, 나라로 번역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50개 주는 50개의 독립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연방정부의 대통령을 뽑는 과정을 정한 선거법도 주마다 다르고, 선거 과정을 감독하고, 개표하고, 최종적으로 선거 결과를 인증하는 것 모두 해당 주 정부의 소관이다.   
 
트럼프는 두 달 넘게 아리조나, 조지아, 미시건, 펜실베이니아, 그리고 위스콘신 등에서 자신이 부정 선거로 인해 졌다고 억지를 부려왔다. 트럼프의 주장을 살펴보면 이렇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투표용지가 유입되었으며, 사망한 사람을 선거 등록시킨 후 버젓이 투표했다고도 하고, 심지어 투표용지를 개수하는 기계가 트럼프 표를 바이든 표로 분류시켰다'는 것이다. 

트럼프 변호사팀은 다섯 개 주 법정에 부정 선거를 이유를 60개가 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 재판으로 갈 가치도 없다고 모두 기각 당했다(관련기사 보기). 법정에서 어떻게 해 볼 가능성이 없자, 방향을 바꿔 트럼프는 주 의회가 선거 결과를 인증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압력을 가했다. 다섯 개 주 모두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어 그들이 트럼프 편을 들어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하지만 이 역시 실패했다. 마지막으로 트럼프는 조지아주 행정부 관리에게 전화를 해 자기가 이기기 위해 필요한 투표수만큼 찾아내라고 떼를 썼다가 그 통화 녹취가 인터넷상에 공개돼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관련기사: 전세계 주시하는 미 조지아 투표... '악재' 겹친 트럼프). 

그렇다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왜 이렇게까지 한 것일까. 그들은 왜 국회의사당(Capitol Hill)에 난입했을까?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시도, 이유가 뭐냐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 시위대가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서쪽 벽을 기어오르고 있다. 상ㆍ하원은 이날 합동회의를 개최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할 예정이었으나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로 회의가 전격 중단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 시위대가 6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서쪽 벽을 기어오르고 있다. 상ㆍ하원은 이날 합동회의를 개최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할 예정이었으나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로 회의가 전격 중단됐다.
ⓒ 연합뉴스/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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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승패는 간단하다. 표를 많이 얻은 자가 승자이고, 적게 받은 자가 패자가 된다. 이미 끝난 선거의 승패를 바꿀 방법은 없다. 트럼프는 이 간단한 이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큰 차이로 패배한 선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백악관을 떠나기 싫어서 온갖 방법을 동원해 보았던 것 같다. 그러나 하나도 먹혀들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 1월 6일 상·하원이 모여 50개 주의 인증서를 열어 최종적으로 다음 대통령을 선언하는 그 날을 최후의 보루하고 생각했다. 

트럼프는 상원의장이자 부통령인 펜스에게 바이든 대신 자신을 대통령 선거의 승자로 선언하도록 노골적으로 압력을 가했다. 이뿐만 아니라, 당일 국회 의사당 앞에 모여 시위를 하는 자신의 지지자들을 독려해 국회로 행진해 나아가 의원들에게 힘을 보여주라고 부추겼다. 결국 이들 일부가 '폭도'로 변해, 창문을 부수고 의사당 안으로 진입하기에 이르게 된다.

어제 국회는 다음 대통령을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대통령은 이미 뽑혔으나, 이를 의회가 공개적으로 확인·인증하는 절차만 남아있던 셈이다. 그러나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던지, 트럼프는 부정 선거를 바로 잡기 위한 방법은 국회에 압력을 가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지지층을 꼬드겼다. 
 
미국 워싱턴DC 연방 의회의사당에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상원 본회의장 밖 복도에서 의회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상ㆍ하원은 이날 합동회의를 개최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할 예정이었으나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로 회의가 6시간 중단됐다가 재개됐다.
 미국 워싱턴DC 연방 의회의사당에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상원 본회의장 밖 복도에서 의회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상ㆍ하원은 이날 합동회의를 개최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할 예정이었으나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로 회의가 6시간 중단됐다가 재개됐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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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부통령인 펜스를 압박한다고 해서 펜스가 임의로 다음 대통령을 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지자 일부가 국회에 진입해 본때를 보여준다고 해 의회가 겁을 먹고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국회 의사당 난입은, 자기 나라의 역사와 제도를 모르는 무지의 결과였다"고 말이다.

태그:#CAPITOL HILL, #미 국회 의사당, #트럼프, #바이든, #미 대통령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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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금속공예가의 미국 '속'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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