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에서 활동하는 '순수필 동인회'가 주관하는 2020년 제2회 순수필문학상 당선자가 정해졌다. 수상자는 전남 고흥이 고향이고 서울에 사는 수필가 장미숙(56)씨. 당선작은 <초록의 도(道)>가 선정됐다고 순수필 동인회가 23일 밝혔다.
순수필 동인회에 의하면 지난 8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전국 공모를 통해 응모한 작품은 총 286편. 이중 순수필 동인들에게 배분하여 예심한 결과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18편. 18편의 작품 수준은 제1회에 비해 알아보게 높았다고 했다.
형상화에 있어서나 완결성에 있어서나 주제의 표출에 있어서나 모두 수준급이었다. 그러나 당선작은 한 편이므로 꼼꼼히 읽으며 작품들의 장단점을 찾기 시작했다. 그 결과 1차 본심을 통과한 작품은 아홉 편. 아홉 편을 골라놓고 객관성을 살리기 위해 며칠 동안 머리를 식혔다고 심사위원들은 전했다.
큰사진보기
|
▲ 제2회 순수필문학상 당선자 장미숙 2020년 전국 공모 제2회 순수필문학상 당선자로 선정된 장미숙 씨 |
ⓒ 신영규 | 관련사진보기 |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김형진 문학평론가는 "2차 본심을 한 결과 남은 작품은 <자메이뷰>, <초록의 도(道)>, <나는 김칫돌입니다>, <슴베>, <맷돌>, <증표> 등 여섯 작품이었다"며 "당선작 한 편을 고르기 난감할 정도로 수준이 높아 고심 했다"고 했다.
김 위원은 "여섯 편의 작품을 집중하여 읽고 또 읽어 표현상의 무리, 구성상의 비약, 내용상의 진부 등을 따지며 꼼꼼히 살핀 결과 <초록의 도(道 )>, <맷돌>, <증표> 등 세 편을 골라냈으나,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김형진 심사위원은 "수필은 표면은 잔잔하고 자연스러우나 내면은 정치한 뼈대에 평이(平易)한 표현을 입혀 작가의 내면에 축적된 깊이 있는 사유를 표출하는 문학 장르"라며 "<초록의 도(道)>의 강점은 우선 구성의 유연성에서 찾을 수 있었다. 다양한 시각으로 시공을 넘나들며 대상을 묘사하는 유연성. 대상을 삶에 결부시켜 그 값어치를 매기려는 사유의 깊이. 문장도 적절한 호흡 조절이 지루함을 삭감하고 있었다"고 했다.
또 "<맷돌>의 강점은 개성적인 감각에 있었다. 맷돌에 여러 가지 곡식을 넣고 갈 때 나는 소리를 우리의 전통적인 악기 소리로 표현한 것은 탁월했다. 그러나 결미 부분이 미흡하다는 점이 마음에 걸렸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큰사진보기
|
▲ 순수필동인 작품 합평회 순수필 동인들이 지난 8월 전주 삼천동의 한 커피숍에 모여 작품 합평회를 하고 있다. |
ⓒ 신영규 | 관련사진보기 |
이어 "<증표>는 인간의 삶과 죽음이라는 명제를 장례문화로 압축시킨 점이 뛰어났다. 결미에서 옛날의 순장제도를 재현하는 듯한 어머니의 행위는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서두에 비해 결미가 약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며 "고심 끝에 <초록의 도(道)>가 '순수필문학상' 제정 취지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판단하여 이를 당선작으로 선정했다"며 심사과정에 어려움이 있었음을 내비쳤다.
장미숙씨는 "수필을 쓰기 시작하면서 꼭 풀어내고 싶은 것이 어머니에 대한 것이었다"며 "끝없이 펼쳐진 초록 앞에 서면 저절로 발걸음이 멈춰지고 호흡이 길어졌다. 언젠가부터 생명의 색이 된 것이다. 그때부터 수필로 초록을 풀어내는 일은 숙명으로 여겼다. 어떤 아름다운 풍경보다도 제 마음을 사로잡은 건 초록밭이었다"고 초록의 동경을 내비쳤다.
이어 "수필을 쓸 때 좀처럼 만나기 힘들지만, 세포 하나하나가 깨어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간절했던 초록 이야기가 선정되어 한없이 기쁘다. 문학성 높은 수필을 지향하는 순수필의 깊은 뜻을 흠모하며, 수필이 사람들의 영혼을 맑게 채울 수 있길 소망한다.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들과 순수필 공모전 관계자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당선 소감을 피력했다.
큰사진보기
|
▲ 제1회 순수필문학상 시상식 제1회 순수필문학상 시상식이 2019년 12월 4일 오후 4시 전북문학관 대강당에서 거행됐다. 이날 시상식에서 전북 부안 출신 라옥순 씨의 수필, <우화>가 당선되어 순수필문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
ⓒ 신영규 | 관련사진보기 |
장씨는 2015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과, 2016년 에세이문학 등단, 2019년 아르코창작지원금지원 1000만 원 수혜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편 순수필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11월 28일(토) 오후 4시 전북문학관 대강당에서 순수필 제4집 출판기념회화 함께 열린다. 당선자에게는 상패와 함께 창작지원금 300만 원이 수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