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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유아 사교육 시장 규모가 심상치 않다. 2017년 유아정책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 해에 3조 원 규모가 넘는다. 사교육의 종류는 기존에 잘 알려진 영어학원(일명 영어유치원)과 놀이학원에 이어 수학·과학, 로봇·코딩, 독서토론학원 등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특히 조기교육 논란을 몰고 다니는 영어학원은 과도한 학습시간과 높은 교습비로 유아 사교육 문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영재원 진학을 위한 수학·과학 및 로봇·코딩 학원 등 고액 사교육이 성행하고 있어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교육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은 서울시교육청의 학원 및 교습소 등록 정보(2020년 1월 1일 기준), 학교알리미의 관련 데이터를 비교·분석하여 서울시 유아 대상 학원 현황을 전수조사하였다.

서울시 유아대상 영어학원 10년 동안 4.4배 증가
 

2020년 1월 기준 서울시에서 하루 3시간씩 월 20일 이상 수업하는 반일제 유아대상 영어학원을 운영하는 곳은 총 288개이다. 이는 2009년 66개에서 자그마치 4.4배 증가한 것이다. 특히 강남·서초지역에만 84개가 집중돼 있고, 강동·송파지역에 52개가 있다. 고소득 계층 중심으로 초등학교 교육의 출발선을 붕괴시키고 의무교육 시작부터 학습 격차를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월평균 학원비는 약 106만 5천 원으로 전년 대비 약 2만 8천 원이 올랐다. 가장 높은 비용을 책정하는 학원은 자그마치 월 224만 원에 달했다. 평균 학원비만 1년 단위로 환산해보면 1278만 원으로 4년제 대학 연간 등록금 평균 674만 원의 1.9배에 해당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들 학원은 선착순 입금 순으로 원아를 모집함에도 접수 시작 몇 초만에 마감되는 현상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유아 영어학원의 일평균 교습시간, 중학교 수업시간과 비슷
  
이들 영어학원의 월평균 교습시간은 5882분으로, 월 20일 수준 기준으로 환산하면 일평균 4시간 54분이다. 초등 1,2학년보다 2.4교시가 많고, 중학교 수업시수로 환산하면 6.5교시로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교습시간이 가장 긴 유아 영어학원은 일평균 9시간 27분에 달한다.

현재 누리과정(만 3~5세 유아를 대상으로 한 공통교육과정)은 하루 4~5시간으로 운영되나, 그 대부분의 시간은 놀이·활동 위주이다. 그러나 유아대상 영어학원의 교육과정은 대부분 영어로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유아의 발달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장시간 학습으로서 유아의 건강한 성장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해외학자들이 제시하는 권장 숙제시간에 영유아는 아예 제외되어 있으며,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라도 하루에 0~30분(Cooper, 2008) 혹은 일주일에 15~20분 정도의 1~3개의 숙제(Zentall, 1999)를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았다. 이러한 기준으로 보면 유아 영어학원에 다니는 유아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학습으로 보내고 있는 셈이다.
  
사립초등학교 부담금, 4년제 대학 등록금의 1.5배
  
사립초 학부모부담금 평균 금액은 4년제대학등록금의 1.5배에 달한다
▲ 사립초 학부모부담금과 4년제 대학등록금 비교 사립초 학부모부담금 평균 금액은 4년제대학등록금의 1.5배에 달한다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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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이 학교알리미를 통해 서울 사립초 학부모 부담금을 분석한 결과, 서울 39개 사립초 2019회계연도 학생 1인당 학부모 부담금은 평균 1029만 원이었다. 가장 높은 비용을 기록한 학교는 서울시 광진구에 위치한 경복초등학교로서 연간 약 1404만 원을 부담하고 있다. 4년제 대학 등록금 674만 원의 약 1.5배, 경복초는 약 2배 높은 금액이다. '유아대상영어학원(2년)+사립초(6년)' 보낸 8년간 학비만 계산해도 최대 총 1억 3800만 원이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유아 영어학원에서 배운 학습 수준을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부모들은 대개 사립초를 보내거나 다양한 영어 사교육에 돌입한다. 대표적인 것이 영어독서학원(일명 영어도서관)이다. 이는 서울에 총 92개가 영업 중이며, 그중 41%인 38개가 강남·서초지역에 집중, 강서·양천 19개, 강동·송파 13개로 이들도 역시 사교육 과열지구에 밀집 분포돼 있다.

이름부터 잘못된 소위 '영어도서관'
 
 
영어독서학원은 온라인기반 원서 리딩 프로그램으로 여러 기관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그중 오프라인 학원으로 설립하여 운영하는 경우에는 원생이 학원을 직접 방문하여 원내 독서 후 글쓰기, 말하기 등을 지도받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사립초 및 영어학원 내에서 해당 프로그램을 활용하거나, 독립적 기관형태의 영어독서학원을 추가로 이용하고 있다. 이 영어독서학원에서는 단순한 책읽기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미취학 아동에게 주당 50개 이상의 과다한 학습량의 단어암기시험, 주2~3회의 강습을 통한 글쓰기, 말하기 등의 교습이 진행되고 있다. 일부 반일제 유아대상 영어학원의 경우 테스트 점수를 통해 반편성을 하는 등 경쟁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아동에게 책읽기를 경쟁의 도구로 전락 시켜 버린다.

이러한 사례들을 볼 때 통상적으로 영어독서학원은 단순한 영어책의 대여나 독서를 넘어 교습이 이루어지는 현장이 분명하므로 '영어도서관'이라는 명칭으로 유통되지 않을 수 있도록 적절한 조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학원으로 등록해놓고 유치원 지위 누리는 유아대상 영어학원
  
유아의 발달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장시간 학습으로서 유아의 건강한 성장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 영어유치원은 정식 유치원이 아니다 유아의 발달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장시간 학습으로서 유아의 건강한 성장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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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대상 영어학원은 영유아 부모의 불안감을 부추기며 잘못된 조기영어교육 문화를 확산시키며 우리나라 교육 격차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위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유아대상 영어학원-사립초 트랙이 형성되어 경제적 불평등이 교육의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정부 차원의 정확한 조사는 시행되지 않은 채 유아대상 영어학원에 대해서 불법명칭이나 허위·과장 광고 단속과 같은 형식적인 대책만 시행되고 있다. 반일제 이상 유아대상 영어학원은 법적 지위는 학원이면서 실제 교습 행위는 유치원에 해당하는 이중적 지위를 누리면서 규제를 피해가고 있다. 이들의 교습비나 교습시간, 시설 및 강사 기준, 급식 등에 대한 사회적 제제가 없는 상황에서, 유아들은 장시간 학습 환경에 노출되고 고비용으로 인한 부담만 심화하고 있다.

정부는 교육의 출발점인 영유아시기에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 교육 불평등이 심화되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또한 유아의 건강한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유아 대상학원의 '비용·교습시간·교습과목'에 대한 제한 기준, '영어도서관'으로 불리는 영어독서학원 명칭 문제 개선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태그:#사교육걱정없는세상, #유아대상영어학원, #영어유치원, #사립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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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입시경쟁과 사교육 고통을 해결하는 대중운동입니다. 대표 사업으로는 출신학교차별금지법 제정운동, 영유아인권법 제정운동, 대학서열해소, 학부모교육사업인 등대지기학교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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