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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노원구청 앞에서 ‘코로나 시대 노원구 1호 복지안 결정을 위한 주민투표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15일 노원구청 앞에서 ‘코로나 시대 노원구 1호 복지안 결정을 위한 주민투표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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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원주민들이 15일 오전 10시 노원구청 앞에서 "코로나 시대 복지안을 주민투표로 직접 결정하겠다"고 선포했다.

노원지역 주민모임, 노동조합, 정당 및 시민사회·종교단체로 구성된 노원주민대회 조직위원회(이하 주민대회 조직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민투표의 취지와 계획을 발표하고 그간 '우리 세금 우리가 쓰기 운동'으로 모아온 민심을 전했다.

최나영 주민대회 공동조직위원장은 "노원구 재정을 분석해본 결과, 순세계잉여금이 과하게 존재하고 재정자주도가 53%에 달하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이는 정책 결정권자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예산편성을 얼마든 바꿀 수 있음을 뜻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코로나 장기화로 주민 생활이 너무나 어려워졌는데, 주민 세금을 더욱 절박한 곳에 써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중앙정부와 서울시는 땅값이 달라 지방세 편차가 큰 서울 25개 자치구의 편차를 줄이기 위해 자주재원(자율로 쓸 수 있는 재정)을 지원·보존해 준다. 그렇게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의 비율을 '재정자주도'라고 한다. 노원구의 재정자립도는 15.77%로 최하위 수준이지만 재정자주도는 53.32%에 달한다. 주민대회 조직위는 그 '자주재원'을 주민이 요구하는 복지안에 써야한다고 주장한다. 

최나영 위원장은 뒤이어 1102명 주민이 참여한 '코로나 복지안 주민투표안 설문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복지안은 순세계 잉여금을 다음해 1월에 모든 주민에게 나눠주는 ▲세금 페이백이었다. 다음으로는 ▲주민 일괄 의료비 지원,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고용보험료 지원, ▲장애인과 자활센터 노동자에게 최저임금법 준수 임금 지급안 순으로 호응을 얻었다. 주거∙상가 세입자에 임대료 인하를 지원해야 한다는 추가 의견도 많이 모였다. (참고 표1)
 
노원주민대회 조직위원회가 노원주민 11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 복지안' 설문조사 결과
 노원주민대회 조직위원회가 노원주민 11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 복지안" 설문조사 결과
ⓒ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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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난으로 일터가 위협다고 있지만..."

이날 기자회견에는 코로나로 인한 주민들의 힘겨운 목소리도 전해졌다.

경춘선 숲길 상인 오상윤씨는 영업시간 탓에 기자회견 참석하지 못하는 대신 입장을 담을 글을 전해왔다. 오씨는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과 임대료 걱정에서 벗어나 맘 편히 장사할 수 있도록 노원구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경춘선 숲길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해 대기업 상권 진입을 금지할 것을 촉구했다.

노점상인들도 목소리도 높였다. 김종석 전국노점상연합 북서부지역장은 "노점상들은 지난 8개월간 수입이 거의 없다"고 현실을 전하며 "코로나19 재난으로 일터가 위협받고 있지만 우리는 보호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노원구는 여전히 민원을 이유로 우리를 제한하려고 만 한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노점상들도 가만히 있지 않고 주민투표를 노원 노점상 재난지원 촉구 운동으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차봉은 보건의료노조 을지병원지부 지부장은 "코로나 19 이후 노동자들은 극심한 노동강도로 몰리거나 무급휴직-해고로 내몰리고 있다"면서 "(그런데도)노원구의 노동 예산은 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차 지부장은 "이는 노동자를 위한 정책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라며 분노를 표하고 노원구를 향해 "노동자를 위한 지원 정책 만들고 여기에 예산을 쓰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민심우체통을 들고 발언하는 주민 강미경 씨
 민심우체통을 들고 발언하는 주민 강미경 씨
ⓒ 이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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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월계동 미미삼아파트)에 '민심 우체통'을 설치하고 주민들의 목소리를 모아온 '민심배달부' 강미경 씨가 마이크를 들었다. 강미경 씨는 "우리가 내는 세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모든 주민들이 알아야 하며, 열심히 일해 세금을 내는 우리가 그에 대한 결정 권한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민심우체통을 설치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강씨는 "동마다 설치된 우체통에 담겨있던 신문은 설치된 지 하루만에 동이나 주민들 손으로 전달이 되었다"고 뜨거운 반응을 전하면서 "그 의지가 모여 천 명이 넘는 주민이 설문에 참여하게 됐다. 더 많은 민심 배달부들을 모아내 함께 주민투표 성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노원의 주인은 주민이다!"라고 힘차게 외치며 "주인이 주인 노릇 하겠다는 당연한 선언을 우리가 더 크게 단결해 실현하겠다"고 다짐을 밝히는 한편, 주민들에게 "높은 투표율로 주민의 뜻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코로나 시대, 노원구 1호 복지안 결정을 위한 주민투표'는 9월 30일부터 11월 8일까지 진행되며, 홈페이지 노원주민대회.com와 오프라인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 주민대회 조직위는 이후 11월 15일 주민대회, 11월 19일 주민 행동을 통해 구청과 구의회에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문>

우리 세금 어디 쓸지 우리가 결정하자!
코로나 시대 노원 1호 복지안, 주민이 직접 결정하겠습니다!


'인생이 바닥까지 내려왔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인생엔 지하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은 어느 주민의 말씀입니다.

코로나 19를 겪으며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간을 겪고 있습니다. 자영업자의 한숨,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청년의 눈물, 눈앞의 끼니를 걱정해야 할 저소득층의 절망이 넘쳐납니다. 행정과 정치가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모든 이가 삶을 지탱할 수 있도록 작동해야 할 때입니다.

노원구는 '지방자치 시대'를 공언했지만 정작 주민이 직접 결정해 쓸 수 있는 예산은 전체 예산의 0.18%밖에 책정하지 않았습니다. 노원의 주인은 주민임에도 그 주인이 누릴 수 있는 권한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반면 정책결정권을 가진 노원구는 '구 재정자립도가 꼴찌라 돈이 없다'고 늘 앓는 소리 해 왔습니다. 그러나 노원구의 재정자주도(노원구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돈)는 53.32%에 달합니다. 구청장과 구의회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예산의 절반 이상을 집행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노원주민들은 이제 노원구의 선의나 쥐꼬리만큼의 권한에 기대어 우리 삶이 나아지길 기다리지만 않겠습니다. 나와 이웃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이제는 주민이 직접 노원 코로나 복지정책을 결정하고 그를 위한 예산이 책정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낼 것입니다.

지난 1달 동안 1천 명 노원주민이 우리 세금을 어디에 쓸지 의견을 모아주셨습니다. 대면 소통이 힘든 코로나 상황에도 동네 곳곳 가게와 아파트단지에 너도나도 <민심우체통>을 자발적으로 설치하고 이웃의 의견을 모아주셨습니다.

그렇게 모인 의견을 토대로 9월 30일부터 11월 8일까지 <노원 주민투표>를 진행할 것입니다. 노원에서 거주하고, 일하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참여해 코로나 복지정책을 직접 결정하는 역사적인 투표가 될 것입니다.

노원의 주인은 주민이다! 우리 세금 우리가 쓰자! 주인이 주인 노릇 하겠다는 당연한 선언을 우리가 더 크게 단결해 실현할 것입니다.

53만 노원 주민여러분!
높은 투표율로 주민의 뜻을 보여주십시오.

2020년 9월 15일
노원주민대회 조직위원회



 

덧붙이는 글 | 필자는 주민대회 조직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노원주민대회, #직접정치, #주민투표, #코로나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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