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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설사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도 노력하는 모습만으로도 좋아 보일 때가 있다.

나에게 요즘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실업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여유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사실 실업을 했다는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나서서 밝히지는 않았다. 그런데 요즘 바쁘냐는 질문에는 선뜻 바쁘다는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수업이 재미있느냐는 질문에도 입이 무거워진다. 직업과 관련한 그런 질문이 나오면 실업의 상태임을 말하게 된다.

사실 <오마이뉴스>에 사는이야기를 써서 내가 실업임을 공개했는데도 주변인에게 말하는 것은 어렵다. 친정 부모님께는 아직도 말씀을 못 드렸다. 걱정하실까 싶기도 하고,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달라질 건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기사로 내 이야기를 쓰는 것과, 주변인들에게 직접 말하는 건 다소 다른 느낌이다. 그 차이가 무엇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어쩌면 개인으로서의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말하는 게 더 편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주말에 가족이 앉아서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 중에 고추를 다듬는 이야기가 나왔다. 시누이의 친구가 시누이에게 말린 고추를 다듬어서 빻는 것을 부탁했고, 시누이는 어머님한테 이야기했다. 말린 고추를 다듬는 건 먼지를 닦고 꼭지를 따는 일이다.

이 일은 근당 얼마의 돈을 받는다고 한다. 더구나 20근 정도 고추를 닦아서 꼭지를 따는 일이면 몇 시간 안에 마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고추의 매운 냄새 때문에 재치기를 할 수밖에 없지만, 길지 않은 시간에 그 정도 돈이면 괜찮을 것 같아서 내가 알바로 그 일을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뜻밖에 복병이 있었다. 올해 고추 농사가 잘 안됐는지, 말린 고추를 사기가 아주 어렵다는 것. 주변에 알아봤지만 말린 고추를 파는 곳이 없다고 했다. 만약 말린 고추를 살 수 있다면 열심히 먼지를 닦고, 꼭지를 딸 텐데. 

또, 시누이에게 스타벅스 1호점 텀블러가 생겼다. 시누이는 이미 텀블러가 몇 개 있으니 이번에 받은 텀블러를 안 쓴단다. 그래서 내가 한번 팔아보고 싶다고 했더니 그러라고 하면서 줬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물건을 팔아보지 않아서 당장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은 잘 모르겠다. 
 
시누이가 선뜻 넘겨 준 텀블러. 그런데 가격을 모르겠다.
▲ 스타벅스 1호점 텀블러 시누이가 선뜻 넘겨 준 텀블러. 그런데 가격을 모르겠다.
ⓒ 김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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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린 고추 닦고 꼭지 따는 알바도 한다고 하고, 안 쓰는 물건을 팔아보겠다고도 하니 시누이는 뭔가 내가 짠하면서도 기특해 보였나 보다. 선뜻 그 물건을 내준 것을 보니 말이다.

나는 세상에 세 가지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해야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이 그것이다. 보통 '하고 싶은 일'을 하다 보면 그것이 직업이 되고, 그러면 '해야 하는 일'이 된다. 누구는 또 취미가 직업이 되면 재미가 없어진다고도 하지만, 그래도 내 생각에는 이 세 가지 일이 같으면 행복할 것 같다. 

지금 내게는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남았다. '할 수 있는 일' 중에 헌혈이 있었는데 아직 하지 못했다. 한 달의 시간이 지나면 할 수 있다. 운동 삼아 나간 천변에서 청소를 한 번 했는데, 생각보다 쓰레기가 많지는 않았다. 쓰레기는 주로 날아온 비닐과 일회용 음료잔, 담뱃갑 등이었다. 다음 산책에는 건너편 천변을 걸을까 한다.
 
주운 쓰레기를 이 봉투에 넣었다. 내가 간 길에는 두 곳에 쓰레기 봉투가 놓여 있었다.
▲ 천변 산책길 중간 중간 있는 공용 쓰레기 봉투 주운 쓰레기를 이 봉투에 넣었다. 내가 간 길에는 두 곳에 쓰레기 봉투가 놓여 있었다.
ⓒ 김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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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애와 같이 나가 청소를 했다. 누가 폭죽놀이를 했나 보다.
▲ 청소가방 작은애와 같이 나가 청소를 했다. 누가 폭죽놀이를 했나 보다.
ⓒ 김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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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로 바리스타 교육도 곧 받을 것이다.  조만간 '해야 하는 일'도 생기길 바란다.

태그:#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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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알콩달콩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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