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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계는 오랫동안 남성의 몸을 중심으로 진료해왔기 때문에 여성들은 자신의 통증을 말 하는데도 의사에게 무시당하는 경험을 하게된다. 마야 뒤센베리는 의료계의 뿌리깊은 젠더 편견과 여성 몸에 대한 무지를 예리하게 지적한다.
 의료계는 오랫동안 남성의 몸을 중심으로 진료해왔기 때문에 여성들은 자신의 통증을 말 하는데도 의사에게 무시당하는 경험을 하게된다. 마야 뒤센베리는 의료계의 뿌리깊은 젠더 편견과 여성 몸에 대한 무지를 예리하게 지적한다.
ⓒ 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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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여성을 차별을 경험한다. 응급실에서 복통 치료를 받기까지 남성은 49분이 걸리지만, 여성은 65분을 기다려야 한다. 심장마비가 온 젊은 여성은 집으로 돌려보내질 확률이 남성에 비해 7배나 더 높다. 여성은 여성에게 흔한 질병이더라도 병을 진단받기까지 더 오래 기다리고, 때로는 이 기간이 수년을 넘어가기도 한다."(p.18)

다소 자극적인 한글 제목을 보고 쉽게 유추할 수 있는 건, 이 책이 진료실에서 차별당하고 무시당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어쩌면 우리는 의사가 환자의 호소를 믿어주지 않았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특히 여성이라면 좀 더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마야 뒤센베리는 그러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의학계에 뿌리 깊은 젠더 편견과 여성의 호소를 무시하고 여성의 질환을 오진하여 병들게 하는 현대 의학계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탐색해 나간다. 저자는 페미니즘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다뤄온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이지만, 자신이 류마티스 관절염을 진단받는 과정에서 의료계의 젠더 편견을 인식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역사적으로 남성이 지배해 온 의료체계가 여성 환자 진료의 질적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지식의 간극'과 '신뢰의 간극'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하고 있다.

20세기 동안 축적된 의학지식, 특히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에서 폭발적으로 발전한 생의학 연구는 그 주제와 내용이 모두 남성 편향적이었다. 현대 의학이 채택한 유일한 모델은 몸무게 70kg의 백인 남성이었다. 이에 맞서, 여성건강 활동가들과 과학자들은 여성 건강에 관한 연구가 부족하고, 성별에 따른 분석 자체가 거의 없으며, 중요한 임상연구 대부분에서 여성 건강 문제를 배제해왔다는 사실을 밝혔다.

특히 가임기 여성은 임상연구, 그중에서도 신약 연구에서 아예 배제되었다. 히스테리라는 단어는 그리스어로 자궁을 뜻하는 '히스테라'(hystera)에서 나왔다. 초기 서양의학 문헌에 의하면 자궁이 끊임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월경통, 어지럼증, 마비, 질식할 것 같은 느낌 등의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증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이러한 자궁 이론 속의 히스테리 개념은 18세기가 되자 더욱 다양한 종류의 신경계 장애로 취급당했다. 19세기를 거치며 의학 내 다양한 분야의 발전으로 모든 신체 증상은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관점이 대두되었다.

그러자 히스테리는 신체 질병이 아닌 정신 장애로 취급받게 되었다. 히스테리가 심인성 질병으로 몰리자 어떤 증상이든 여성에 집중적으로 발병한다는 편견이 생겨났다. 의학이 아직 관찰하거나 설명하지 못하는 증상은 잘 알려지지 않은 '무의식' 탓으로 돌렸다. 의학이 지식의 한계에 도달할 때 이를 방어하기 위해 갖다 둘러댈 수 있는 이론이었다. 이로 인해 어떤 객관적인 증거로 입증되기 전까지 의사들은 여성의 주관적인 증상에 대한 보고를 계속해서 불신하게 되었다.

나아가 저자는 심장병, 자가면역질환, 만성통증, 자궁내막증, 비만 그리고 라임병 같은 생소한 질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젠더 편견이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미치는 영향을 실제 사례를 곁들여 분석하고 있다.

여성의 증상은 우울, 불안, 스트레스 탓으로 돌리며 자주 무시된다. 때로는 월경통, 폐경, 심지어 임신 등 여성의 정상적인 생리적 상태와 주기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한편 질병과 관계없는 환자의 상태가 더 주목받기도 한다. 살찐 여성의 질환은 비만, 트랜스젠더 여성이 겪는 증상은 모두 호르몬 치료 탓으로 돌린다. 흑인 여성은 약물에 중독되었다고 생각하고 이들이 호소하는 통증 자체를 의심한다. 

원서 제목인 'Doing harm'은 'Do no harm'(환자에게 해가 되는 일을 하지 말라)이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명제를 비튼 것이다. 이는 의사가 환자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선입견을 갖고 판단하는 것, 의사가 자신이 아는 지식의 범위 안에서 환자의 증상과 상태가 설명되지 않으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오만이 환자에게 얼마나 해를 끼치는지를 비판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의학계에 젠더 편견이 어떻게 형성되어 오늘에 이르렀는지, 그 깊이 뿌리 박힌 편견의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러한 편견이 어떠한 결과를 일으키는지를 선명하게 밝힘으로써 여성 건강과 의료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꿀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보건의료계에 몸담은 사람들에게는 자신을 점검하고 자신도 모르게 스며든 편견을 경계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더불어 의사-환자 관계에서 의사를 불신하게 되고 나아가 의료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낀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는 모든 이들에게 그 경험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 책은 의학계에 있는 몇몇 성차별주의자를 골라내는 데는 관심이 없다. 의학계에 편견이 어떻게 스며들었는지에 대해 다룬다. 여성에 대해 특정 편견을 가진 문화권에서 살아온 우리 모두와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어떻게 무의식적인 편견을 체화하는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최고의 의사들조차도 여성에 대해서는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잘 모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의사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의사들 역시도 여성 건강에 대해 배우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점을 보여주려고 한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그들도 모른다는 것이다."(p.28)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이자 산부인과전문의이신 조이 님이 작성하셨습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잡지 <일터> 8월호에 연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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