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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0일,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퍼스널 모빌리티(Personal Mobility, PM)로 지칭되는 개인 전동기가 자전거 도로로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본 개정안은 12월 10일부터 적용된다. 지금까지 인도를 이용했던 PM이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게 되며 많은 것이 바뀔 것으로 예측된다. 

아직 개인 전동기에 대한 법이 없어 올해 연말에 '퍼스널 모빌리티법'도 제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이 달릴 도로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자전거와 PM은 코로나19로 인해 대중교통보다 안전한 교통수단으로 인기를 끌며, 이용이 급격히 증가했다. 서울기술연구원의 6월 기술리포트를 보면, 3월 1주 기준으로 분석했을 때, 지하철 이용자는 35.1%, 버스 이용자는 27.5% 감소한 것에 반해 따릉이 이용자는 23.3% 증가했다. 공유 퍼스널 모빌리티 고고씽의 이용량도 2월 대비 6월 탑승량이 300% 증가했다. 개인 이동수단의 이용은 앞으로도 증가할 전망이지만, 그에 반해 도로 확충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CRT, 이 방법이 최선일까?... 차선 하나를 자전거에게
 
서울시에서 발표한 자전거 하이웨이 예상도
▲ 캐노피형 하이웨이, 튜브형 하이웨이 서울시에서 발표한 자전거 하이웨이 예상도
ⓒ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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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7월 15일  보행친화도시 조성을 위해 서울형 자전거 하이웨이(CRT)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도보, 차도와의 분리를 위해 캐노피형, 튜브형 하이웨이 등의 새로운 도로를 만드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새로운 도로를 확충하는 데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특히 서울은 건물과 도로가 빽빽이 들어차 있기 때문에 새로운 자전거 도로가 들어가기 더욱 힘들다. 또한 예상도를 보면, 자전거 도로로 진입하기 위해 경사면을 올라가게끔 되어있다. 진입이 편리하지 않다면 자전거 이용자들에게는 그렇게 큰 도움이 안 될 것이다. 물론 자전거 하이웨이가 있으면 편리하겠지만, 지금 자전거 이용자들에게는 자전거를 끌고 나가 집 바로 앞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도로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자전거 도로는 체계적이지 않다. 자전거 전용도로는 턱없이 부족하고, 그마저도 끊기는 도로가 다수이며 안내는 부족하고 파손된 도로는 방치되고 있다. 오히려 자전거 주행을 방해하는 지금의 자전거 전용도로로는 안된다. 자전거 도로끼리 연결되고, 편리하고 안전한 도로가 필요하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필요하다.

새로운 도로를 만들기 보다 더 쉽고 빠른 방법이 있다. 기존의 도로를 활용하면 된다. 조례개정을 통해 3차선 이상의 도로에서는 가장 하위차선을 자전거가 쓸 수 있도록 지정하고, 평소에는 자전거를 위해 비워뒀다 도심 내 차량 속도가 일정 이하로 떨어질 경우 자동차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당장 새로운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편리한 방법이다. 경찰청의 협조를 통해 규칙만 바꾸면 당장 시행할 수 있다. 페인트칠로 도로를 구분해 놓으면 더 효과적이다. 이렇게 자전거 도로가 대폭 확충되면, 신규 자전거와 PM 이용자의 유입도 늘어날 것이다. 

자전거 지정차로제 도입은 자전거 우선도로의 맹점도 보완할 수 있다. 자전거 우선도로는 자동차와 자전거가 함께 이용하는 도로로, 노면에 자전거 모양 표시가 되어있다. 문제는, 도로교통법상 자전거는 차로 분류되어 자전거 도로가 있든 없든 차도로 달려야 하지만, 우선도로 표시가 없는 곳에서는 자전거를 타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가장 하위차선은 자전거가 이용하는 도로라고 인식한다면 충분히 도로 공유가 가능하다.

자동차 억제정책도 함께 가야
 
종로3가역에서 자동차가 자전거 도로에 정차하고 있다.
▲ 자전거 도로에서 불법 주정차를 하고 있는 차량 종로3가역에서 자동차가 자전거 도로에 정차하고 있다.
ⓒ 서울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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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보행친화도시를 만들려면, 자전거 도로를 확충하는 것과 동시에 자동차 운행도 제한해야 한다. 그렇기에 튜브형, 캐노피형의 새로운 도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차도를 줄여 자전거 도로를 만드는 도로 다이어트가 더욱 필요하다. 자전거 지정차로제 도입을 통해 자전거 도로를 확보하고, 그 도로에서는 적어도 자전거와 차량이 동일한 속도로 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도심 내 자동차 속도도 제한해야 한다. 올해 말까지 서울 도심 내 자동차 속도 제한이 60km에서 50km로 조정될 예정이다. 자전거 동호회 발바리(두 발과 두 바퀴로 다니는 떼거리)의 회원은 "아직 속도를 지키지 않는 차량이 더 많지만, 10km 차이로 자전거 타기가 수월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1960년대부터 도심 속도를 50km 이하로 낮추고 있다.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등에서는 보행자 통행이 많은 이면도로의 제한속도를 32km나 30km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녹색교통지역을 확대하고, 진입할 수 있는 차량의 단계를 순차적으로 높여 도심으로 진입하는 차량을 통제해야 한다. 자동차 운전자들의 인식개선도 필요하다. 운전면허 시험 시 자전거 문항이 필수로 들어가야 하고, 도로는 자동차뿐 아니라 모든 이동수단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곳임을 인지해야 한다.

자전거 지정차로제 도입이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다. 어쨌든 자전거만의 도로는 계속 부족한 상황이고, 승하차하는 버스, 택시 등의 대중교통과 도로가 겹칠 확률이 높다. 그리고 차량정체가 심한 출퇴근길에는 도로를 이용하기 힘들 것이다. 불법 주정차와 안전 문제도 여전히 남아있는 문제다. 결국 한정되어있는 도로에서 교통수단 이용자들끼리 배려하며 함께 도로를 이용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서울환경연합 기후에너지팀 최화영 활동가가 작성했습니다.


태그:#자전거, #자전거 지정차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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