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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지 72년이 되는 해입니다. 보이지 않는 테두리로 말과 신념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보안법을, 이제는 역사 속에 존재하는 법으로 만들기 위한 행동이 필요한 때입니다.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프로젝트를 통해 국가보안법의 피해를 겪었던 이들의 목소리를 드러내고, 국가보안법의 과거, 현재를 짚어보며 사회적으로 환기하고자 합니다. 일상 속의 국가보안법, 나와 국가보안법을 연결하는 경험과 문제의식을 사회적으로 알리는 연속 기고를 진행합니다.[기자말]
유튜브와 페이스북 영상은 내가 스마트폰에서 오랜시간 사용하는 앱이다(물론 사용빈도로 보면 메신저를 더 많이 사용한다). 예능 프로그램, 영화 소개, 먹방을 주로 본다. 영상을 본 후 가급적 '좋아요, 구독, 팔로우'는 기본으로 하는 편이다.

그런데 '좋아요, 구독, 팔로우'를 안 하고, 거부하고, 애써 외면하는 게시물이 있다. 바로 북한에서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거나, 북한에서 만든 영상이 유튜브나 페이스북을 통해 나에게 보여질 때, 이 게시물에 대해서는 '좋아요, 구독, 팔로우'를 안 하게 되더라. 아니, 스스로 못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좋아요, 구독, 팔로우' 이게 뭐라고.

좋아요, 구독, 팔로우, 이게 뭐라고

올해 5월부터 북한 유튜브 채널 중 하나인 'Echo of Truth'가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언론에서는 북한이 유튜브를 활용해 여성 유튜버 은아를 등장시켜 유창한 영어로 북한을 소개하며 북한체제를 미화 시킨다고 보도했다.

나도 궁금해서 찾아봤다. 당시 언론에서 인용한 동영상은 유튜버 은아(유튜버 은아 라는 표현은 언론에서 쓴 표현인데 여기서도 그대로 사용한다)가 부른 '푸른버드나무' 동영상이었는데, 나도 '푸른버드나무' 노래는 알고 있어 궁금하기도 했다. 동영상은 3분 40초 정도인데 1분가량은 영어로 말을 한다. 한글 번역도 없어 영어를 모르는 나는 해석이 불가능했다. 1분 이후부터 노래를 부르는데 가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몰라 아는 부분은 따라하기도 했고, 모르는 부분은 그냥 듣기만 했다.
 

'푸른버드나무'는 2018년 남북평화협력기원-봄이온다 평양공연에서 소녀시대 서현이 부른 노래이기에 국내에 아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그런데 동영상을 본 후 좋아요를 못 누르겠더라. 유튜버 은아가 출연한 다른 동영상은 대부분 영어로 되어 있어 이해를 못한다 치더라도 이 동영상에는 내가 아는 노래가 나왔고, 또한 내가 보는 동영상 대부분에 좋아요를 눌렀던 나의 습관으로 볼 때 내 스스로도 이해 안 될 행동이다. 그냥 못 누르게 되더라.

내가 하는 일의 특성상(?) 미군기지 앞 총든 군인들 앞에서도, 방패로 무장한 수천의 경찰병력 앞에서도, 조사하는 검사와 판결 내리는 판사 앞에서도, "막을테면 막아봐라 난 내 길을 간다"며 돌파하는 정신으로 살아온 세월이었다. 이런 내가 푸른버드나무 부르고 있는 동영상에 대해 '좋아요, 구독, 팔로우' 누르기를 주저하는 것이다. 이게 뭐라고.

나는 국가보안법으로 처벌받은 일이 없다. 내 친구들(1985년생) 중 소위 운동권이든 아니든 처벌받은 친구도 없다. 친구들은 국가보안법을 뉴스에서 볼 뿐 크게 관심이 없다. 나와 상관이 없는 법이고, 이 법으로 인해 처벌 받을 일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친구들도 북한에서 만든 동영상을 퍼나르기 하거나, 좋아요를 누르지 않는다. 동영상이 좋아요를 누를 만큼의 재미는 없는 이유도 있겠지만, 누르면 안 된다는 무언가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 무언가가 국가보안법인지, 뭔지는 모르지만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학교에서, 사회에서, 직장에서 국가보안법이 어떤 법이고, 위반하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한 번도 배워본 적도 없고 누가 가르쳐 준 적도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스스로 검열하며 살아가고 있다. '북한 관련된 건 보기만 하되, 좋아요, 구독, 팔로우, 공유는 안된다'는 스스로의 검열 속에서 말이다.

막장 드라마는 되지만, 북한 드라마는 안된다?

홍대의 한 술집이 북한을 콘셉트로 영업하려 하자 논란이 되었고 이내 자진철거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다양한 콘셉트의 술집 가운데서 손님들의 관심과 호응속에서 장사하려던 사장님은 두려움보다는 황당했을 것이다. 별의별 콘셉트가 난무하는 술집에서 북한 콘셉트는 안된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사장님과 이 기사를 본 또 다른 사장님들은 북한을 콘셉트로 장사할 수 없을 것이다. 술집의 한 콘셉트일 뿐이었는데 이게 문제가 된다는 것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손예진과 현빈이 나온 사랑의 불시착이란 드라마는 북한을 미화하고 선동한다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다. 드라마라는 자체가 허구인데 허구의 내용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장을 제출하다니 씁쓸하기만 하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드라마나 영화를 제작할 때 북한 관련해서는 누군가 고발할 수 도 있다는 '귀찮이즘'을 감수하거나, 아니면 자체 검열을 통해 사전차단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살인과 막장 드라마는 허용되지만 북한에 대해서는 허용할 수 없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의도치 않은 학습으로 인해 우리 스스로 검열을 하고 있으며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움츠리게 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움츠리게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국가보안법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고 본다. 국가보안법 피해 사례가 줄었다고 이 법이 사문화 된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사회와 우리의 생각속에 파고들어 체내화 되어 있는 것이다. 특히 북한 관련해서는 스스로의 검열을 끊임없이 하게 만든다. 오죽하면 '대한민국에서는 노벨문학상이 절대 나올 수 없다'는 말까지 있겠는가.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보내더라도 우리 생각과 생활 속에 내제된 자기 검열은 당분간 지속될 거다. 많이 늦었지만 더 늦어지기 전에 지금이라도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보내야겠다. 국가보안법 이게 뭐라고,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북한 영상에 '좋아요, 구독, 팔로우' 누르기를 주저하게 만든단 말인가.

위에서 주저리주저리 글을 쓴 이유는 홍보를 위해서다. 8월 25일(화)부터 9월 26일(토)까지 민주인권기념관(구,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여성 서사로 본 국가보안법 전시회 '말의 세계에 감금된 것들' 이 전시된다. 서울 지하철 1호선 남영역에서 5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있다. 무료이고, 주차도 가능하다. 영화에 나왔던 곳이기도 하고, 아픈 역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인증샷 찍기도 좋다. 시간대만 맞으면 전문가의 해설도 들을 수 있다.

전시회를 본 후 '좋아요, 구독, 팔로우'에 대한 용기가 생기거나, 여전히 외면하거나 둘 중 하나겠지만, 그래도 생각은 하게 될 거다.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보내야하지 않겠냐고.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태복님은 민주노총 대외협력부장으로 있습니다.

이 기고는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으로 보내기 위한 전시회의 일환으로 진행합니다. 전시회는 2020년 8월 25일(화)~9월 26일(토), 장소는 민주인권기념관(구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진행할 예정이며, 입장료는 무료입니다.

자세한 정보는 아래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NSA.Museum
-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nsa_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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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 공동대표, 마트산업노동조합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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