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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시장-쌍계사-불일폭포. 이 코스는 지리산에서 섬진강으로 합류하는 화개천을 사이에 두고, 남쪽 길과 북쪽 길을 한바퀴 도는 코스다. 걷는 거리는 약 10여 킬로미터이고, 쌍계사에 들르면 약 12킬로미터, 불일폭포까지 갔다 오면 약 17킬로미터쯤 된다. 지난 7월 6일부터 7일, 이곳을 방문했다.

화개장터는 김동리의 소설 <역마>에 지리산 민초들의 애환이 담긴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조영남의 노래 <화개장터>로도 유명하다. 시장을 현대식으로 개조하여 옛날 시골장터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지리산 인근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산나물과 토속 먹거리가 있어 한번쯤 가볼 만하다. 

봄철 벚꽃이 필 무렵이면 쌍계사까지 '화개 십리 벚꽃길'이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마치 화개천을 따라 하얀 용이 지리산으로 꼼틀거리며 올라가는 형상이다. 이때는 벚꽃 인파에 치일 각오를 해야 한다. 사람이 너무 많을 경우, 도로를 따라 걷지 말고 아예 화개천으로 내려가서 걷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럼 지리산을 앞에 둔 벚꽃이 훨씬 더 멋져 보인다.

이곳은 한국 차 재배가 처음 시작된 차 시배지이기도 하다. 쌍계사 입구에서 화개천을 따라 남쪽길로 200~300여 미터쯤 내려오면 시배지 기념비가 우뚝 서 있다. 화개천 양쪽으로 야산 경사면을 따라 도처에는 주민들이 경작하는 차밭이 널려 있다. 그래서 차를 마실 수 있는 찻집도 많고, 군데군데 밥을 먹으면서 쉬어 갈 곳도 많다.

화개시장에서 2킬로미터쯤 화개천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쌍계사가 나온다. 쌍계사 구길 입구에는 쌍계석문(雙磎石門)이라는 큰 바위가 나온다. 입구 양쪽으로 어른 키 두세 길쯤 되는 자연석 왼쪽 바위에 쌍계(雙磎), 오른쪽 바위에 석문(石門)이라고 새겨져 있다. 이 글씨는 최치원이 새겼다고 하는 전설이 내려와서,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지리산 원유록에 자주 언급했던 곳이다.  

이 바위에는 일반인들의 이름도 많이 새겨져 있다. 옛날 사람들도 자연산천에 자기 이름 석자를 남기고 싶어 했고, 당시에는 자연환경보호에 대한 개념이 없었음을 알 수 있는 증거이기도 하다. 지금은 차량이 쉽게 절에 드나들 수 있도록 오른쪽으로 새로운 진입로를 만드는 바람에,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곳이 되어 버렸다. 역사적 유물을 이렇게 홀대해도 되는 것인지 안타깝다.
 
쌍계사 입구에 있는 석문
▲ 쌍계석문 쌍계사 입구에 있는 석문
ⓒ 고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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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계사는 꼭 한번 가 볼 만한 절이다. 옛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는 절 중 하나이다. 지리산 자락의 자연 풍경과 잘 어울리는 절이 아직도 우리 곁에 잘 보존되고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여기에는 최치원이 글을 썼다는 진감국사비(국보 47호)도 있다. 이 절은 아주 오래된 배롱나무(백일홍)과 홍매화도 유명하다. 쌍계사는 템플스테이도 가능하다. 하루에 1인당 5만 원(공동 숙박). 템플스테이통합센터(www.templestay.com)나 쌍계사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된다.

쌍계사까지 갔으면 불일폭포까지 갔다 오길 권한다. 여기는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필답 코스였다. 통일신라(최치원 등), 고려시대(이인로 등), 조선시대 선비들(김일손 등)이 청학동(이상향)을 찾아 나섰던 비경처이기도 하다. 그 정도로 경치도 좋고 아늑한 분위기를 풍긴다. 불일폭포에서 오른쪽에 있는 상불재를 넘어, 하동 묵계리에 있는 지금의 청학동은 최근에 생긴 것이다(불일폭포에서 약 4-5시간 거리). 쌍계사 뒷길을 따라 편도 2.5킬로, 왕복 5킬로미터이고, 왕복 두시간쯤 걸린다.

불일폭포까지는 중간중간에 경사가 심한 곳도 서너 군데 있지만, 도보여행 초보자도 갔다 올 수 있을 정도로 걷기에 쉬운 길이다. 특히 여름철 비가 내린 뒤 수량이 많을 때는 물 떨어지는 모습이 장관이어서 일생에 한번은 볼만하다. 폭포 가기 직전에 불일암도 있다. 절 마당에서 화개 쪽으로 내려다보는 눈 맛이 시원하다. 오가는 길에는 최치원의 흔적인 환학대와 원숭이 바위 등 여러 가지 볼거리가 있다. 더 걷고 싶은 사람들은 쌍계사에서 지리산 쪽으로 더 들어가는 의신마을과 칠불사까지 다녀와도 멋진 1박 2일 또는 2박 3일 코스가 된다. 이 경우 숙소로는 쌍계사가 도중에 있어서 적당하다. 
   
화개천에서는 피래미와 은어 낚시를 즐기면서 어린시절 추억에 젖을 수도 있다. 낛싯대는 화개시장과 쌍계사 앞 가게에서 3000~4000원에 판다. 화개천 주변의 토속음식은 참게탕과 은어 등이다. 화개시장 앞을 흐르는 섬진강에서는 섬진강의 시인들인 이시영과 김용택 등의 시를 만날 수도 있다.

태그:#도보여행, #쌍계사, #화개시장, #불일폭포, #템플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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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특히 실크로드 여행을 좋아합니다. 앞으로 제가 다녀왔던 지역을 중심으로 여행기를 싣도록 하겠습니다. 많이 성원해주시기 바랍니다. 국내 도보여행기도 함께 연재합니다. 현재 한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관광레저학박사)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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