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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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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수정 : 21일 오전 8시 30분 ]

"K-방역은 성공했으나 K-의료는 실패했다.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로 포장한 재벌 배불리기에 불과하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코로나19(COVID-19)에 대한 정부 대응을 차갑게 평가했다. 세계가 주목한 K-방역 신화에 대한 세간의 반응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그는 "K-방역 신화는 디지털 감시와 공무원, 역학 조사관들의 노력을 갈아넣어서 이뤄낸 성과"라면서 "코로나 2차 대유행이 올 경우 이를 막을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며, 그 대책은 이윤보다 사람의 생명이 우선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직 의사이기도 한 그는 지난 7일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코로나19 '사회경제위기대응 시민사회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아프면 쉬라는 방역당국의 지침이 말로만 끝나선 안 된다"며 '정부가 긴급하게 도입해야 할 26가지 제도'를 발표하기도 했다.

우 대표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광주지역을 중심으로 급증하면서 제2차 대유행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힘겹게 (코로나19 2차 대유행을) 가로막고 있다"면서 "전국에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중환자실은 현재 100개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면서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서울 성동구에 있는 병원에서 만난 우석균 대표는 때론 초라한 수치로 공공의료 분야의 위기를 설명하고, 때론 30년 경력의 현직 의사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목격한 처참한 현실을 증언했다. 다음은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 당장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

- 조금 전에 문재인 대통령이 '한국판 뉴딜' 계획을 발표했다. 여기에 포함된 의료분야 계획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K-방역'은 스마트 의료의 성과가 아니다. 잘못된 진단과 처방을 내렸다. K-방역의 성공 비결은 추적과 감시다. 대구지역에서 대규모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를 살펴보자. 공무원과 역학 조사관이 CCTV(폐쇄회로TV)를 돌려보고, 휴대폰 통화기록과 GPS(위성항법 시스템), 신용카드사용 명세내역 등을 통해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동선을 파악했다.

그리고 개개인에게 전화를 걸어 코로나19 검사를 안내하고 확진 여부를 파악했다. 한마디로 K-방역 신화는 이런 기술감시 또는 디지털 감시와 공무원, 역학 조사관들의 노력을 갈아넣어서 이뤄낸 성과다.

대구에서 지난 3월 초 4000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이중 2300명 가량은 병상이 없어 입원을 못 하고 대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래서 확진자들이 경남과 부산으로, 충남으로, 심지어 서울까지 와서 입원했다. 초기 75명 사망자 가운데 23%는 병원 문을 밟지도 못하고 사망했다. 이게 다 공공의료 시스템이 취약해서 벌어진 일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한국판 뉴딜에선 스마트병원 세우고, AI(인공지능) 기술 도입하고, 의료기기 산업 지원 계획만 내놨다. 대구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급증과 사망자 증가는 의료분야를 디지털화하지 못해서 발생한 게 아니다."    

- K-방역이 성공한 게 아니라고 판단하는 건가.
"K-방역이 성공한 요인은 몇 가지가 있다. 앞서 설명한대로 첫째는 디지털 감시 기술을 잘 활용한 것이고, 둘째는 공무원과 역학 조사관의 노고에서 비롯됐다.

세 번째는 국민들의 수준 높은 안전의식이다. 광우병 촛불시위에서 메르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국민들의 안전 감수성이 굉장히 높아졌다. 이런 경험이 '내 목숨은 내가 지켜야 산다'라는 의식을 만들었다. 이게 K-방역의 성공 이유인데, 얼토당토않게 '한국판 뉴딜'을 내걸면서 재벌의 배를 불리고 특혜에 가까운 정책을 (정부는) 쏟아내고 있다.

K-방역은 성공했다. 하지만 K-의료는 실패했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를 반면교사 삼지 않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K-의료의 미래는 암울하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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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광역시를 중심으로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시작하는 건가?
"힘겹게 (코로나19 2차 대유행을) 가로막고 있다. 다행히 지속적인 증가를 억누르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여러 가지 조건을 바꿔가며 겨우 버티고 있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이다.

최근 국립중앙의료원이 (50세 미만) 경증 환자의 퇴원·격리해제 기준을 완화하자고 정부에 건의하자 곧바로 퇴원 조건이 완화됐다. 실제로 그만큼 병실확보가 어렵다는 뜻이다. 생활 속 거리두기 유지 조건도 바꿨다. 당초 정부는 하루 신규환자 50명 이내에서 지난 5월 말, 2주 평균 하루 신규 환자수 50명으로 완화했다. 감염 경로 미상 환자 비율도 5% 이내로 정했으나 이달 비율을 살펴보면, 1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언제 시작될지 아무도 모른다. 당장 터져도 이상하지 않다. 9~10월이나 그 뒤 독감이 유행하는 시기에 터질 수도 있고, 진짜 안 터질 수도 있다. 다만, 중환자실이 부족한 건 큰 문제다. 전국에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중환자실은 현재 100개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실질적인 유급병가와 상병수당 제도 도입해야"

- 정부는 '거리두기'를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에선 국민관광 상품권 발행과 외식 할인 쿠폰 지급 등 거리두기와는 먼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런 정책이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닌가?
"지금 우리가 선택할 길은 두 가지다. 감염을 통한 집단 면역을 선택하거나 아니면 백신이 나올 때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조치를 유지하는 것이다. 감염을 통한 집단 면역을 선택하면 희생이 뒤따른다. 노인이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이 지금보다 훨씬 많이 사망할 것이다. 이런 선택은 기업의 논리다. 결국엔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 인구가 사망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건 야만의 길이다.

세계 여러 나라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면, 이른바 노인들이나 취약계층들은 죽어도 좋다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우리나라도 이런(누군가 죽어도 좋다) 방향으로 갈 것 같아 우려스럽다. 정부의 모순적인 대책이 코로나19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게 이런 우려를 하게 만든다."

- 야만의 길이 아닌 다른 길은 없나?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오지 않도록 또는 오더라도 그 파고가 가능한 적을 수 있도록 사회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경제 논리, 즉 기업의 이윤보다 사람의 생명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물론 '먹고는 살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생산 현장이나 물류 유통 현장, 사회적 서비스(대중교통)에서 '어떻게 거리두기를 지킬 수 있는가'라는 이야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바로 그곳에서 거리두기를 지키고 방역 등 예방조치를 하자는 게 '아프면 쉬자'라는 것이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자는 원래 의미다.

아프면 쉴 수 있게 정부가 유급병가와 상병수당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쿠팡이나 콜센터 같은 기업에서 집단감염이 생기지 않도록 기업주에게 예방조치를 강제해야 한다. 이러한 방향이 야만의 길이 아닌 다른 길이다."

- 지난 6일까지 서울대병원 간호사들이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다. 이유는 캐나다의 중환자 간호사 교육 기간은 1년인데 한국은 2개월에 불과, 정부에 교육 기간 보장을 요구했다. 현재 공공의료 수급 상황은 어떠며, 현장에서 느끼는 의료진의 피로도는 얼마나 되나? ( 관련기사 : 서울대병원 10년 차 간호사입니다, '덕분에 챌린지'에 화가 났습니다  http://omn.kr/1o5k5 )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의에는 공공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회원들이 많다. 모두 굉장히 지쳐 있다. 이대로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일어난다면 대구에서 발생한 혼란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대구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우석균 공동대표가 소속된) '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1차 대구·경북 지역감염 경험을 듣고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를 연구하는 프로젝트다. 대구 간호사들에게 당시의 경험을 물으면 모든 간호사가 울면서 답을 한다고 하더라. 당시 환자가 급증하는데 간호 인력이 부족해 이들이 엄청난 노동강도에 시달렸다. 매뉴얼 상 2시간 근무하고 교대해야 하는데 방호복을 입고 5~6시간을 교대도 못 한 채 일했다고 하더라.

중환자실 부족도 문제다. 일단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200병상은 더 마련해야 최소한 1차 대응이 가능하다. 이것도 현재는 준비가 안 되고 있다. 2차 파고가 더 커져서 우리나라 인구의 0.2%인 10만 명이 감염되면 중환자실이 최소 1000개가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필요하다. 그런데 대학병원들의 중환자실은 95% 이상 꽉 차 있다. 현재 정부는 준비가 안 되어 있다.

이러면 병원에서 미룰 수 있는 수술은 다 미뤄진다. 심지어 암 환자도 비응급 수술이라고 미뤄질 수 있다. 중환자실을 확보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인구의 0.5%인 25만 명이 감염되면 중환자실이 최소 3000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중환자실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유럽의 여러 나라와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의료붕괴가 생긴다. 80세 이상 노인들은 그냥 포기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국민을 위한 공공의료 뉴딜"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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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에서 지금까지 약 59조 원의 코로나 관련 예산이 통과했다. 대표적으로 K-방역 및 재난 대응에 2조 3000억 원, 감염병 대응 인프라 구축에 8000억 원, 의료기관 대응 손실보상에 1조 7000억 원, 격리치료자 생활지원의료기관 융자에 5000억 원 등이다. 코로나 감염 예방과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된다고 보나.
"기존에 하던 계획을 수정·보완한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교훈 삼아 감염병 전문병원을 영남, 호남, 충청권에 각각 24병상, 서울에 48병상을 짓겠다고 했다. 그런데 아직 1병상도 안 늘어났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대응할 정도의 공공병원을 지으려면 적어도 300병상 규모의 병원을 세워야 한다. 이런 병원을 1개 만드는 데 1000억 원이 든다. 한국노총이 발행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금 10%에 불과한 공공병원을 20% 수준으로 늘리려면 대략 6조 원이 든다.

인공호흡기, 에크모(체외막산소공급장치), 방역복 입을 때 호흡을 돕는 PAPR(전동식 공기 정화 호흡기), 하다못해 고글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감염병 환자를 진료하기 위한 의료기기나 개인보호장비(PPE)를 국산화하고 더 고도화해야 한다. 디지털 장비니, 원격의료 의료기기니, 스마트 병원을 만들겠다는 등의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 기본적인 대책도 실행하지 못하면서 무슨 디지털 뉴딜인가."

- 지난 7일, 시민사회대책위가 정부에 코로나19 2차 대유행에 대비한 26가지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오늘 정부 발표에서 반영된 내용이 있나. ( 관련기사 : "코로나 운 좋아 낭패 안 본 것.... 정부, 26가지 제도 개선 마련해야"  http://omn.kr/1o8ne)
"정부는 '아프면 쉬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거기에 걸맞은 유급 휴가와 상병수당 도입을 요구했다. 한국판 뉴딜에 상병수당이 포함됐다. 하지만 내년에 시범사업을 하고 2022년에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건 마치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끝나고 나서 '아프면 쉬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유럽은 일주일 동안의 유급병가를 진단서가 없어도 인정한다. 기업이 지불할 능력이 없으면 정부가 평균 임금의 70%의 상병수당을 준다. 이것을 법제화해 아프면 쉴 수 있게 했다. 말로만 '아프면 쉬라'고 해선 안 된다.

해고금지나 고용유지도 요구했다. 유럽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정부가 기업에 자금을 주는 경우 고용유지를 조건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과연 우리도 그런가 묻지 않을 수 없다."

- 우리나라 전체 의사 15만 명 가운데 공공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사는 1만 6000명으로 10%에 불과하다. 이 중 지방에 있는 보건소와 보건지소 등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 수는 4045명 수준으로 2019년보다 줄어들었다. 공공의료기관은 22개로 전체 5.7%밖에 안 된다. 이런 취약한 공공의료 시스템 때문에 제2의 감염병 사태가 발생한다면 어린아이와 노인,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건강 악화가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어떤가?
"우리나라 17개 지역은 지방의료원이 없다. 200병상 이하 공공병원이라면 종합병원 즉 지역 거점 병원 역할을 할 수 없다. 경기도는 분당서울대병원을 제외한 공공병원 6개 중 2개만 겨우 300병상이다. 중심병원인 수원병원도 300병상이 안 된다.

대구에서 (코로나19) 1차 대유행 때 공공병원은 대구의료원 하나였다. 대구의료원은 700병상을 운영할 수 있는 규모인데 인력과 장비, 예산이 부족해 400병상 규모로 운영해 왔다.

광역 단위인 울산과 광주엔 아예 공공의료원이 없다.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가 서부 경남의 유일한 의료원이었던 진주의료원을 '적자'라고 폐쇄했다. 이것이 한국 공공의료의 앙상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공병원이 코로나19를 막으라는 이야기는 환상이다.

공공병원을 세운다 해도 일할 인력이 없다. 단, 부족한 의사는 공공의료 대학을 설립하거나 국립대 정원을 지역 공공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조건으로 30% 늘리면 된다. 정부가 공공의료 장학생으로 지정해서 선발하고 지방 공공의료기관에 의무 근무하게 하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 실제 학교와 종교시설, 공공 관련 시설 등을 빼고는 다들 정상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정부 방침과 일반인들이 생활하면서 느끼는 괴리가 상당하다. 일반인들이 어떻게 코로나 상황을 마주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정부는 20일부터 도서관 등 일부 공공시설에 대해 다시 개방을 시작했다)
"지금 국민들은 각자 자신들이 할 일을 다 하고 있다. 국민들이 상황에 맞는 바람직한 자세를 갖출 게 아니라 정부가 바람직하게 상황을 만들어줘야 한다. 굳이 국민들이 할 일을 찾는다면, 정부가 바람직한 상황을 만들게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일본처럼 임대료 대납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대안 중 하나다. 고용과 주거, 생계가 안정적이게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래서 이번 한국판 뉴딜이 문제다. 통신사 LG, 의료기기를 차세대 먹거리 사업으로 추진하는 삼성을 밀어주는 정책이고 이들 재벌의 배를 불리는 계획이다. 기초과학연구에 투자해 공공의료 분야를 개선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사람을, 국민을 위한 공공의료 뉴딜을 추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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