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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팔래트
 화장품 팔래트
ⓒ 주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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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헤드윅>, <렌트>(rent), <킹키부츠>... 모두 드랙 퀸 (drag queen)이 등장하는 작품이다. 이들이 드랙 퀸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트랜스젠더나 여장남자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최근 들어 미디어에서 이들의 모습을 자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패션업계의 모델로 출현하거나, 가수의 뮤직비디오 등에서도 이들을 찾아볼 수 있다. 

드래그(Drag)는 사회적인 성 역할에 따라 정해진 옷과 행동, 화장 등을 다른 성에 맞춰 분장하고 표현하는 문화이다. 드랙 퀸, 드랙 킹 그리고 성별이나 정체성을 표현하지 않는 드랙도 있다. 표현의 대상이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그만큼 표현의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이들에게 남성, 여성을 따지는 건 무의미한 일이다. 

드랙에 관한 어원에도 여러가지 설이 있다. '여자아이처럼 입기(DRessed As Girl)의 약자'라는 설과 '남성 배우가 긴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을 때 그 옷자락이 끌리는(drag)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라는 설 등이 있다.

드랙은 단순히 과장된 여장남자, 여장남자를 지칭하는 게 아니다. 드랙을 연기하는 과정에서 아티스트들은 시대와 사회가 규정하는 성역할을 떠난다. 뿐만 아니라 스스로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모습을 표현하기도 한다. 따라서 드랙은 복잡한 문화적 행위예술에 가깝다.

퀴어문화축제를 비롯해, 서울 드랙퍼레이드 등의 행사에서도 이들을 만나볼 수 있다. 드랙 퍼레이드는 2018년부터 개최됐다. 드랙 아티스트들의 자체적인 행사인데, 올해는 코로나19 이슈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 중이다. 

필자는 드랙 아티스트들이 모여 대안 가족, 공동체를 형성하는 '하우스'에서 몇개월간 활동하면서 드랙 아티스트들을 만나고 활동해본 적이 있다.

드랙 아티스트에게 자신의 몸은 도화지이자 캔버스이다. 화장품은 그들에게 물감이자 색연필이고, 창작을 위한 미술용품이다. 처음 그들을 만났을 때 메이크업 박스를 구경했다. 100가지 색상이 넘는 메이크업 팔레트를 비롯해 수많은 브러쉬, 각종 화장품들이 있었다. 일반 물감 같은 미술도구도 사용한다고 했다. 원하는 색상을 얻기 위해 화장품들을 찾아다니는 아티스트들도 있었다. 그들이 원하는 색상은 화장품계의 대중적으로 인기가 있는 색과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아티스트들은 직접 자신과 동료의 옷을 만들거나 리폼하며 개성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들에게는 사소한 소품, 물품도 드랙의 소재가 되고 아이템이 됐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드랙 자체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아름다움' 혹은 '멋짐'과 동떨어져 있다고 느낄 수 있다. 드랙 관련 기사 댓글에서는 '비정상적이다', '괴물 같다', '이상하다', '기괴하다'라는 이야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드랙은 멋지고 아름다운 문화다.

드랙 문화, '여성혐오'인가

몇몇 이들은 드랙 문화를 보며 '여성혐오', '여성의 희화화'라고 비판한다. 드랙 퀸들이 가슴에 패드를 집어 넣어 부풀리고, 굴곡진 몸매를 만들며 과장된 메이크업을 한다는 주장이다. 여성의 특성을 남성이 웃기게 강조하는 모습은 여성을 혐오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주장은 몇몇 미디어에서 보여지는 드랙의 모습을 참고한다. 드랙 관련 프로그램 중 하나인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도 그 예시로 등장한다. 전통적인 '미인대회 스타일' 드랙이 메인으로 등장하는 해당 프로그램이 드랙에 대한 대중적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걸 부정할 순 없다. 방송에서 유색인종 차별 논란과, '쉬메일 (shemale)' 같은 단어도 등장한 적이 있다. 

다만 드랙을 포함한 모든 문화는 '변화'하고 바뀐다. '문화'라는 특성상, 그것이 형성되는 과정 등에서 혐오의 요소가 완전히 없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과거 드랙 문화도 가슴과 엉덩이를 부각하고 여성비하적 단어나 욕설을 섞어서 대상화하는 시대가 분명히 존재했다. 현재의 드랙이 모두 그렇지는 않다. 그리고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는 방송이다. 예능 포맷 특성상 과장, 왜곡, 조작은 당연히 가미되어 있다. 이 점을 감안해야 한다.  

드랙 아티스트들도 무언가를 비하하는 뜻을 지닌 단어나 행위에 부정적 의견을 보이고 있다. 논란이 있는 단어 사용을 지양하거나, 혹은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과장된 몸매가 아니라 예술성, 추상성 등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드랙이 지닌 사회적 의미를 확장하고 있기도 하다.

앞으로의 드랙 문화는?

필자가 활동하던 하우스의 몇몇 사람들은 퀴어문화축제나 관련 행사에 빠짐 없이 참석했다. 맴버들의 꿈은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안전한, 성소수자 친화적인 공간과 공연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여러 드랙 아티스트들도 드랙 문화가 성별 이분법을 넘어서 '나'라는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예술 수단으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몇몇 아티스트들은 동물이 되거나, 상상 속의 무언가를 표현하고 드러낸다. 드랙이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문화가 되길 원하는 아티스트들도 많다. 드랙은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직은 낯설고 생소한 문화이지만, 수많은 차별을 깨기 위해 활동하는 드랙 아티스트들에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태그:#드래그, #성소수자, #드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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