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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갤러리 밖에 설치된 나무그림과 나무와 꽃은 또 하나의 작품이다. 소년이 한 발짝만 더 내딛으면 갤러리 벽 코너에 소녀가 있다. 꽃을 든 소년은 무슨 생각에 잠겨 있나. 작품에 대한 스토리텔링은 관람객의 몫이다. 이천도자예술마을 갤러리아트플러스에서.
 갤러리 밖에 설치된 나무그림과 나무와 꽃은 또 하나의 작품이다. 소년이 한 발짝만 더 내딛으면 갤러리 벽 코너에 소녀가 있다. 꽃을 든 소년은 무슨 생각에 잠겨 있나. 작품에 대한 스토리텔링은 관람객의 몫이다. 이천도자예술마을 갤러리아트플러스에서.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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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시 신둔면에 위치한 '예스파크('藝'S PARK, 이천도자예술마을)'는 도예 및 공예산업을 한 곳에 집적화한 국내 최대 규모의 공예예술마을이다. '예술인과 예술 작품이 가득한 마을'이라는 마을 이름답게 도자기, 회화, 조각, 유리, 건축 이외에도 다채로운 분야의 작가들이 도예 및 공예예술마을을 만들어가고 있다.

지난 5월 2일 화창한 주말 오후였다. 산빛은 초록색으로 점점이 번져가고 꽃빛은 짙고 선명했다. 그날 예스파크 회랑길에서 장경옥 화가(갤러리 아트플러스 관장)를 봤다. 그녀는 갤러리 아트플러스(ART PLUS) 옆 산책로에서 나무를 심고 있었다. 며칠 후에도 그랬다. 나는 몇 년 전부터 예스파크를 빌빌거리곤 하여 그녀가 오래전부터 나무와 꽃을 좋아하고 그것은 작품 소재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화가인 그녀가 며칠 째 산책로를 가꾸는 사연이 궁금했다. 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 수변(하천가)의 산책로에 벚나무 27그루와 라일락 380그루를 심으셨죠. 어떤 계기로 나무를 심게 됐나요?
"우리마을은 국비와 도비, 시비가 투입된 도자 예술특구 지역으로 220여 가구의 여러 작가들이 독특한 콘셉트의 집을 짓고 그 공간에서 작업하면서 작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어요. 갤러리와 게스트하우스도 운영하고 있고요. 전시장마다 수준 높은 예술작품, 그것을 활용한 볼거리, 체험거리 등이 많죠. 이천시와 입주 작가들이 마을 활성화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12만평이 넘은 넓은 부지에 건축물은 웅장하고 거대한 콘크리트에 마을이 형성돼가는 과정이다보니 삭막해 보이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그러던 차에 뜻이 맞는 이웃들과 '우리집 앞을 가꾸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산책로에 나무를 심으면 마을이 좀 더 따듯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나무를 심게 됐습니다."
 지난 5월 2일 예스파크의 회랑길 입주작가들은 산책로에  벚나무 27그루와 라일락 370그루를 심었다.
 지난 5월 2일 예스파크의 회랑길 입주작가들은 산책로에 벚나무 27그루와 라일락 370그루를 심었다.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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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주민들이 자립적으로 마을을 가꾸기에 참여한 것에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4가구가 나무 심기에 참여했는데 이분들은 평소 어떤 일을 하시나요?
"건축, 목공, 도예가였다가 애견관련사업으로 전환하신 분 등이에요. 대부분 각자의 집을 가꾸는 것을 즐기지만 식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고요. 그런데 같이 하천의 오물을 제거하고 수변에 무성한 잡초를 뽑고 산책로에 나무를 심으면서 식물은 물론 환경에도 관심을 갖게 됐어요. 나무 심고 같이 밥 먹으면서 마을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요."

- 수변과 산책로는 공용부지인데 나무를 심기 전에 특별히 신경 쓴 점은요?
"시장에 가서 나무에 관한 조사를 했어요. 꽃이 피고 열매 맺는 시기, 계절에 따라 피는 꽃 종류 등. 이천시 관계자와 이 일에 대해 의논도 했고요. 기존에 심어진 벚나무와 라일락 사이에 같은 종류의 나무를 더 심고 튤립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꽃씨도 뿌리자는 의견에 일치를 봤죠. 작년에 이천시도자기축제를 준비하면서 이천시에서 심은 튤립이 올 봄에도 산책로를 아름답게 수놓았거든요. 나무와 꽃은 생명체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데 그런 것에 대한 논의도 했습니다."      

- 나무 구입 비용이 상당했을 것 같습니다. 시간과 노동도 많이 들였을 테고요.
"공용부지에 나무를 심는 모습을 보시고는 '사업비 지원받아서 나무를 심느냐?'고 질문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4가구가 자비량으로 했어요. 생각의 차이인데요, 명품을 구입하면 혼자만의 기쁨에서 그칠 수 있지만 그 값으로 나무를 구입하여 심으면 그 효과는 상당하죠.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나무는 사람에게 맑고 신선한 공기를 공급해 주고 나무가 우거진 숲에 들어가면 나무가 내보내는 피톤치드로 머리도 맑아지잖아요. 여기 축대도 비가 많이 오면 흙물이 흘러내리는데 나무는 자연재해에서 인간을 보호해주는 역할도 해요. 나무는 우리와 함께 살아갈, 공존의 대상인거죠. 그래서 오히려 즐겁고 재미있게 일하고 있어요."
  예스파크 회랑길을 걷다보면 숨은그림찾기 하듯 설치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입주작가들은 수변에 나무를 심고 팻말을 설치하는 등 자신의 재능을 자발적으로 활용하며 마을을 가꾸고 있다.
  예스파크 회랑길을 걷다보면 숨은그림찾기 하듯 설치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입주작가들은 수변에 나무를 심고 팻말을 설치하는 등 자신의 재능을 자발적으로 활용하며 마을을 가꾸고 있다.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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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분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예술분야는 어떻습니까?
"예술가한테는 어느 해보다 절망적인 시기에요. 하지만 힘들다고 하여 한탄만 할 수 없잖아요. 지금 처한 상황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 할 수 있는 일, 자신의 재능을 활용하면 행복하지 않을까 싶어요."

- 화가로서 나무를 심는 일에 대한 의미가 남다르시지요?
"꽃과 나무를 심는 일은 땅이라는 캔버스에 살아있는 생명을 그리는, 살아있는 예술이라고 할 수 있어요. 땅에서 여리고 푸른 싹이 나와 허공을 초록빛으로 물들여요. 꽃은 어떤 물감으로도 흉내낼 수 없는 색깔과 아름다운 디자인을 선보이고요. 자연 그 자체가 신비로운 예술인 거죠.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은 예술가에겐 또 다른 창조 활동, 행복한 노동이 될 수 있답니다. 자연이 주는 삶의 위안과 기쁨은 크고요."

- 길에 나무로 된 긴 의자, 키 큰 벚나무 아래 키 작은 꽃들은 조화로워 보입니다. 길바닥에 그려진 붉은 물고기는 금방이라도 튀어 오를 것 같아요.
"평소 갤러리의 문턱을 낮춰서 매력적인 놀이터, 누구라도 편안하게 들어와 미술체험을 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우리 지역, 우리 삶 곳곳이 예술과 연결됐으면 하는 소망도 있었고요.  '일상 속 생활예술'이라고 할까요. 그래서 길가에 나무와 꽃나무를 심을 때도 색감, 구도 등을 신경썼죠.

또한 사람들이 딱딱한 콘크리트 위를 걷다가 바닥의 그림을 들여다보면서 내면에 잠자고 있는 예술적 감수성을 깨웠으면 좋겠어요. 그림과 재미있게 놀아보는 색다른 체험이 다른 작품을 향한 궁금함으로 이어진다면 우리 삶의 질은 더욱 높아질거라 기대해요."
 
 갤러리 아트플러스(ART PLUS) 정원에 설치된 작품, 꽃과 나무와 작품이 어우러져 또 다른 예술 작품을 연출하고 있다.
 갤러리 아트플러스(ART PLUS) 정원에 설치된 작품, 꽃과 나무와 작품이 어우러져 또 다른 예술 작품을 연출하고 있다.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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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과 산책로 여기저기에 설치한 나무그림과 작품이 한폭의 그림 작품같습니다.
"작품이 갤러리 밖으로 나와 자연과 어우러지고 이 마을을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웃음과 재미, 또 다른 상상력을 선사하고 싶었어요. 그런 마음이 통했는지 어느 분은 수변을 산책을 하다가 나무판넬에 그린 소녀와 소년 그림을 보시고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철학자의 길'이 있듯이 이곳을 '예술가의 길', '고백의 길' 로 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주셨어요. 꽃을 보고 '너무 예뻐요. 정말 좋아요.'라고 칭찬해주시는 분도 많고요. 이런 관심이 이 일과 작품을 더 열심히 하게 만드는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 앞으로 바람은요?
"개인적으로는 작품 준비와 갤러리 전시 기획을 구상하고 있어요. 이웃들과는 수변을 더 정리하고 나무를 가꿔야죠. 그러다보면 다른 분들도 다양한 형태로 참여하시리라 기대하고 있고요. 수변 산책로가 밤엔 어두워서 조명을 설치할 수 있는 방법도 찾고 있어요. 누구나 언제든 찾아와 편하게 산책할 수 있도록요.

아울러 여러 분들께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예술에 관심가져주시고 힘을 모아주시면 이 마을 예술인들은 용기를 얻어 작업에 더욱 매진하고 더 단단하게 자립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로인해 이 마을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에서도 독보적인 관광예술마을로 발돋움하리라 기대하고 있고요.  바쁘고 고단한 삶이지만, 마을에 놀러오셔서 공예체험도 하시고 예술작품을 관람하면서 삶의 활력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천시 신둔면에 위치한 예스파크, 이천도자예술마을에는 도자기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작업을 하고 작품을 전시, 판매한다.
 이천시 신둔면에 위치한 예스파크, 이천도자예술마을에는 도자기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이 작업을 하고 작품을 전시, 판매한다.
ⓒ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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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파크를 산책하며 과거를 떠올리고 미래를 상상했다. 15년 전 예스파크는 작은 시골 마을의 논밭이었다. 어느 날 그 땅에 굴삭기가 들어오고부터 초록빛은 사라졌다. 황량하고 쓸쓸했다. 세월이 흘러 이 곳에 집이 세워지고 밤엔 불이 켜지고 사람 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생기가 흘렀다. 이제 삶의 어느 날 예스파크에는 꽃들과 녹음이 우거지고 재잘거리는 새소리, 물소리, 사람들 웃음소리가 피어날 것이다.

무엇보다 작가들은 '예술'이라는 주제로 즐겁게 작업하고 삶과 철학이 담긴 예술작품과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낼 것이다. 사람들은 치열하게 작업하는 작가들과 수고로움이 담긴 작품, 그리고 자연과 예술이 조화를 이룬 생태공원을 걸으며 쉼과 예술적 영감을 주고받을 것이다. 우리는 오늘 누군가 심은 작은 씨앗, 묵묵한 꾸준함으로 희망을 일구어 비범한 기적을 만들어낸 평범한 사람들 이야기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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