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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사회는 유례없는 재난을 마주했다. 일상의 회복을 향한 갖가지 노력과 정부대책이 세워졌으나, 여성노동이 저평가 되고 있던 사회에서 재난을 마주한 여성노동자는 해고 1순위에 처하고, 정당한 가치 인정 없이 가정과 사회에서 요구되는 돌봄노동을 모두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2020년 제4회 '임금차별타파의 날'을 맞아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여성노동자들의 현실과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채 재난위기 대책이 논의 되고 있는 것에 문제제기 한다. 코로나19를 마주한 여성노동자들이 일터와 삶터에서 어떻게 살아나가고 있는지 <해고·돌봄 0순위, 재난 속 여성노동자>기획을 세워 총 13개의 글을 오마이뉴스에 기고해 여성의 현장 상황을 알리고자 한다.[편집자말]
[이전 기사: 여성 사회복지사가 겪은 코로나19 "이대로는 안 돼"]

*본 기사는 콜센터노동자 3인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1인칭 화자 시점으로 재구성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여성노동자 대부분인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콜센터에서 관리직 성비는 비슷하다.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승진에 유리하고, 이러한 상황은 성별임금격차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여성노동자 대부분인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콜센터에서 관리직 성비는 비슷하다.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승진에 유리하고, 이러한 상황은 성별임금격차로 자연스레 이어진다.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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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콜센터 7년차 관리자이다. 일반 상담사로 일하다 관리직까지 올라왔다. 별다를 것 없이 들릴 수 있는, 평범한 직장인의 이야기 같지만, '콜센터'에서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다수의 센터가 일반 상담원들은 아웃소싱으로, 특수 민원 부서 및 관리자 이상의 직급은 직접고용 한다. 직접고용이 되며 나는 비로소 콜센터가 '우리 회사'라고 생각했다. 내가 출근하는 곳은 00통신사였지만, 내 근로계약서에는 다른 회사의 이름이 있던, 일반상담사 시절에는 느껴보지 못한 소속감이었다.

임금 변화도 컸다. 아웃소싱인 상담사와 직접고용 관리자 간에는 기본급에서부터 10만 원 정도의 차이가 있다. 여기에 관리자는 적게는 10만 원 많게는 90만 원 정도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일반상담사 시절 인센티브는 많아야 40만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뿌듯함도 아주 잠깐. 나는 그간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자꾸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여성이 97%인 우리 센터의 관리직 남녀 비율은 4:6이다. 다른 회사 사람에게 물어봤더니, '그 정도면 훌륭'하다고 했다. 10년 전만 해도 관리직으로 승진하는 여성은 가뭄에 콩 나듯 했다는 말도 들었다. 곰곰이 살펴보니, 콜센터는 남성이 승진하기 쉬운 구조였다. 남성이 드물다 보니 그들은 동일한 실적을 내도 더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회사는 '고객이 남자 목소리에 권위를 느낀다'며 그들의 쾌속승진을 정당화했다. 남성에게 유리한 승진구조는 자연스레 남녀간 임금차이로 이어지는 것을 보았다.

코로나19 이후의 콜센터

콜센터 내부의 성차별적인 구조에 한창 열을 올리던 중,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콜센터 상담원 간에도 걱정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환기도 안 하고 빼곡히 앉아 일하는 환경이기에 상황이 심각하게 다가왔다. 연일 특집뉴스가 이어졌고, 다수의 전문가들이 군대 나 학교 내 집단감염 가능성 등을 심각하게 다루었으나, 그 누구도 우리 콜센터상담원들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리고 보름쯤 뒤, 구로콜센터 집단감염 사태가 터졌다. '올 것이 왔구나' 콜센터상담원이라면 다들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충분히 예견된 상황이었다. 코로나19 초기부터 고위험군으로 분류되어야 했지만, 구로콜센터 집단감염 발생 이전까지 회사 차원의 어떠한 선제적인 조처도 없었던 것을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갑갑하다.

이후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회사는 상담사들의 자리를 한 칸씩 띄어 앉으라 지시했고 즉각 휴게실을 폐쇄했다. 매일 관리자와 상담사는 직접 자기 헤드셋을 소독하라는 지침과 함께 주기적으로 마스크를 지급하겠다고 전달해왔다. 우리 센터는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마스크 구입을 상담사 개인에게 부담시키는 센터도 적지 않았다. 어떤 센터는 인원을 나누어 근무하게 하려고 급히 임시센터를 마련해 출근지가 달라지기도 했다. 우리 회사 역시 확진자 발생으로 사무실이 폐쇄될 경우를 대비해 임시센터를 확보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다른 센터로 이직한 상담사는 오랜만에 하는 전화 통화에서 우왕좌왕하는 센터 방침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상담사 간 간격을 둬야 한다며 책상배치를 이리저리 옮기느라 진땀을 빼기도 하고, 출근 후 랜덤으로 자리를 지정해주기도 했단다. 상담사들은 자기 자리에 두고 사용하던 개인 사무용품, 헤드셋, 방석, 컵 등을 들고 이리저리 메뚜기 뛰듯 자리를 옮겨 다녀야 해서 평소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한다고 했다. 주기적으로 공무원이 방문해 상담사를 불러서 설문조사를 진행 중인데, 방문일이면 회사가 미리 질문답안을 메신저로 배포하고 있다며, 서로 번거롭기만 하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투덜댔다. 나도 맞장구를 쳤다. "그래, 그 시간에 콜을 하나 더 받지"

회사는 노동자의 건강보다 생산성 저하를 먼저 걱정했다

'조치'라고 하는 이 모든 것들이 콜센터상담사의 건강을 우선하는 것이 아니라, 감염자 발생으로 센터가 폐쇄되어 생기는 생산성 저하를 우려해 이루어진 것이 훤히 보여 더 화가 났다. 그닥 편치 않은 의자에 앉아 헤드셋을 낀 채 온종일 고객과 이야기하고,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상담사에게 휴게실은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환기도 되지 않는 공간에서 일하는 상담사들이 정말 걱정되었다면 휴게실을 폐쇄하는 게 아니라 철저히 방역하고 공간을 더 확보해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어야 맞다. 하지만 센터나 본사에서 가장 두려워한 것은 감염의 온상이라는 이미지일 뿐, 상담사들의 건강과 불안감은 그 다음 문제였다.
 
 재택근무를 하는 콜센터노동자. 이들이 재택근무를 하게되면 괜찮을거라 생각했지만,  집에서 돌봄노동을 하느라 제대로 실적을 채우지 못해 임금이 줄어들엇고, 실상 회사는 어떤 지원도 하지 않았으며, 교통비, 식대와 같은 비용도 모조리 제외됐다.
 재택근무를 하는 콜센터노동자. 이들이 재택근무를 하게되면 괜찮을거라 생각했지만, 집에서 돌봄노동을 하느라 제대로 실적을 채우지 못해 임금이 줄어들엇고, 실상 회사는 어떤 지원도 하지 않았으며, 교통비, 식대와 같은 비용도 모조리 제외됐다.
ⓒ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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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콜센터들을 재택근무를 실시하기도 했다. 뉴스에서는 은행권과 통신사 등이 재택업무에 돌입하여 집단감염에 대비하고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리나라의 IT인프라, 기술력이 뛰어나 재택근무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계기로 우리 사회가 재택근무 등 비대면 업무에 대한 정서적 장벽을 없애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고, 정부도 재택근무를 가능하게 하는 각종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재택근무를 직접 수행하는 당사자인 우리, 콜센터상담원들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감염 위험에 대비해 재택근무를 시행한 것만으로도 고맙다고 생각하는 상담사도 있었지만, 월급을 받고나니 입맛이 썼다고 한다. 평소 받던 급여에서 교통비, 식대 등이 제외되어 지난달보다 가벼운 월급봉투를 손에 쥐었기 때문이다.

상담원들은 원활한 상담을 위해 업무공간을 마련하고, 개인PC와 헤드셋을 구비했다. 식사를 직접 챙겨야 하니 한 시간이 빠듯했고, 소요되는 전기, 수도 요금도 상담사의 몫이다. 긴급하게 결정된 재택업무 상황에서 업무에 필요한 환경, 생산도구, 제반비용 등 회사가 지원했어야 할 모든 것을 노동자가 부담했지만, 회사는 지원은커녕 임금에 통상적으로 포함되던 교통비, 식대마저 주지 않았다.

재택근무를 한 또 다른 상담원은 "아이가 아니라 강아지를 키워도 재택이 더 힘들다"며, 집안일과 업무를 병행하는 상황이 "두 개의 일터가 하나로 묶인" 느낌이라 했다. "아무래도 집에서는 업무 집중도가 떨어져 콜수를 채우는 게 버겁다"고도 했다. 가족돌봄과 가사를 여성에게 짐 지우는 사회구조와 문화 속에서 여성들은 이중·삼중고를 감내하며 재택근무를 하는 것이 현실이다.

'1순위 해고'의 이유... 여성 노동자를 더 이상 절벽으로 밀면 안 돼

자동차 부품업체에서 3교대로 일하던 우리 엄마는 IMF 때 1순위로 해고되었다. 1순위 해고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유는 '남편이 있는 여자'였기 때문이었다. 우리 아빠가 직업이 있는지 여부까지 세세하게 고려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성실하고 손이 빨라 인정받았고 3교대도 척척 해낸 엄마였지만, 단칼에 잘렸다. 상황이 좋아지고, 엄마는 우여곡절 끝에 제자리로 돌아가는 듯했지만 정규직이 아닌 계약직이었다. 절반의 월급을 받으면서도 이전과 같은 업무를 해야 했다. 얼마나 억울했을까?

그래도 엄마는 일터로 못 돌아간 사람에 비해 운이 좋다며 견뎠다. 이처럼 기업은 늘 가장 쉽고, 편리하고, 기업에 득이 되는 방법으로 노동자를 활용해왔다. 콜센터의 외주화도 그런 맥락이었다. 기업이 위기 때 가장 먼저 여성들을 일터에서 내몰았던 경험을 이번 코로나 19 상황에서도 '달콤한 유혹'으로 떠올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위기에 대한 대처가 여성노동자를 절벽으로 미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우리 엄마, 언니들이 겪었던 대량실업, 실직. 여성노동자를 희생 삼아 일어서는 사회가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나는 코로나19 이후를 주목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콜센터상담원의 열악한 노동환경, 감정노동, 실적압박, 노동자에게 불리한 고용형태 등이 낱낱이 알려졌다. 이번만큼 콜센터가 집중 조명된 일이 없었다. 나는 이 위기를 기회로 콜센터상담원들의 노동조건에 변화가 있었으면 한다. 코로나19 종식과 함께 이 모든 문제가 덮이는 것이 아니라, 존중 받는 일터,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고민이 시작되기를 바란다. 콜센터가 왜 여성의 일자리로 인식되어 왔는지, 왜 여성의 일자리는 이다지도 불안정한 고용에 저임금인지 생각해보는 것, 이것이 첫걸음이 아닐까?

* [상담] 코로나19 관련 여성 노동상담 : 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tel.1670-1611(전국공통) / 전국여성노동조합 상담전화 tel. 1644-1884(전국공통)
* [참여] '코로나19가 여성의 임금노동과 가족 내 돌봄노동에 미친 영향' 설문조사 : https://bit.ly/2020womenwor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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