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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크게 흥행한 영화로 <마션>이 있었다. 이 영화는 화성에 우연히 혼자 남겨진 탐사대원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활용해서 살아남는 이야기였다. 주인공은 화성을 방문했다가 사고를 당해, 혼자 화성에 남겨져서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한 처지에 놓인다.

다행히 영화의 주인공은 식물학자였다. 그는 자신이 가진 모든 자원을 동원해서 농경을 시작한다. 감자를 심어서 농사를 짓고, 감자를 먹어서 버틴다. 현대인이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나름의 농장을 건설, 살아남는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흥미를 끌었다.

우리는 이미 문명과 역사에 대해 알고 있다. 그렇지만 만약 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세계에서 살아야 한다면 문명을 새로 건설해야 할 것이다. 다른 행성에 남겨지거나, 옛 지구에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갔다가 갇힌다면 막막할 터다. 다행히도, 문명을 놓친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북도 있다.
 
 길잃은시간여행자를위한문명건설가이드
 길잃은시간여행자를위한문명건설가이드
ⓒ 라이언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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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시간여행자를 위한 문명 건설 가이드>는 독자가 타임머신 이용객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 책은 과거로 타임머신을 타고 떠났다가, 타임머신 고장으로 과거에 갇힌 사람을 위해 쓰여졌다. 시공간에서 표류한, 역사 속 로빈슨 크루소가 된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다.

과거의 사람들은 도구와 기술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하지만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에 간 여행객이라면 다르다. 여행객은 간단한 발명으로 역사의 진보를 앞당길 수도 있고, 나름의 기호와 문자를 만들어서 역사의 전설로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자질구레한 발명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세계를 바꿀 수도 있다.
 
당신은 아마 지금까지 수많은 인간과 원인(原人)이 수백만 년에 걸쳐 인류 문명을 세워왔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그건 우리가 처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새롭게 발명해야 했으니까요. 반면에 당신은 이미 모든 답을 손에 쥐고 있습니다. -21P
 
책의 저자인 라이언 노스는 캐나다인 작가다. 그는 만화가이자 게임북 제작자로 활동한 사람이다. 게임북은 소설과 유사한 형태지만 내용에 일정한 분기점을 두어 독자의 선택에 따라 내용이 전개되도록 조정한 책이다. 이 책을 읽는 저자는 과거 특정 시점에 떨어져 문명을 건설해야 하기 때문에 자기도 모르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된다.

이 책은 문명에 대한 책인 동시에 과학 교양서다. 과거로 돌아간 여행객은 문명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도구, 밝혀지지 않았지만 꼭 알 필요가 있는 과학적 원리, 인간이 사용하는 기호 등을 습득할 필요가 있다. 이를 설명하는 과정을 통해 저자는 인류 문명 발전에 꼭 필요했던 역사적 분기, 과학과 의학의 발전을 짚어 나간다.

우선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은 음성 언어, 문자 언어, 수 체계, 과학적 방법, 잉여 열량이다. 일단 이것들부터 필수적으로 마련한 후, 다른 문명에 필요한 도구들은 차차 준비하면 된다. 고기와 가죽, 털을 제공하는 가축을 찾고, 먹어도 되는 식물을 키우는데 성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가 제시하는 문명의 기초를 잡았다면 이후에 철학과 사상을 개발하고 음악, 예술 작품도 준비할 수 있다.

이렇게 이 책은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작물 선택부터 에너지 절약을 위한 공업 기술 발전까지, 다채로운 내용을 통해 독자를 사로잡는다. 저자는 독자가 과거 특정 시점에 갇혔다는 전제 하에 이야기를 진행하기 때문에 흥을 깨지 않도록 주의하면서도, 재치있는 문장으로 효율적인 설명을 시도한다.

가령, 오늘날의 우리들은 잘 모르지만 과거 유럽에는 유행했던 의학 학설이 있었다. 바로 인간이 가진 체액이 질병과 관련이 있다는 사체액설이다. 지금은 폐기되었다. 저자는 이런 시행착오에 해당하는 학설은 건너뛰고 바로 현대 학문으로 나아갈 것을 권한다.
 
 사체액설이 폐기된 후 몇백 년 동안 의학은 과거를 전부 합친 것보다 더 많이 발전했습니다. 자신이 세운 문명 속에서 무의미한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 않다면 (왜냐하면 당신은 존엄한 인간이고, 또 병에 걸려 세상을 일찍 뜨는 것이 객관적으로 볼 때 한 생명이 맞이할 수 있는 최선의 결말은 아니므로) 당신은 현대 의학의 기초를 하루빨리 소개하는 편이 좋을 것입니다. -410P

이밖에도 독자가 미래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갔다는 배경설정, 마치 정말 돌아간 사람을 위해 쓰인 것처럼 보이는 일관적인 문체가 책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책에 등장하는 역사 속 위인들의 명언은 동시에 독자의 명언이 되기도 한다. 위인이 태어나기 전에 독자가 발명해서 쓰면 그것이 바로 명언이 될 테니 말이다. 문과적 상상력과 이과적 상상력을 동시에 자극한다는 점에서 기발한 책이다.

길 잃은 시간여행자를 위한 문명 건설 가이드 - 인간이 만들어낸 거의 모든 도구와 기계의 원리

라이언 노스 (지은이), 조은영 (옮긴이), 웅진지식하우스(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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