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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 100일이 지났다. 자영업자들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기 시작한 이후 사회 전 부분에서 경제가 위축되기 시작했다. 대법원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3월까지의 법인 파산신청 건수는 252건이며, 이는 전년도 같은 시기 대비 26% 증가한 수치다.

4월 2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분기 대비 1분기 국내 총 생산이 -1.4%인 마이너스 성장이 진행됐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전반적 경제 위기가 가속화되고 장기화됨에 따라 직접적인 지원금을 통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수면 위에 올랐다.

2월 26일, 기본소득당 전 대표이자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용혜인씨는 기본소득당 유튜브 채널과 페이스북을 통해 한시적 기본소득인 코로나 기본소득 30만 원을 전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3월 4일, 기본소득당과 시대전환, 미래당 등은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한시적 기본소득 도입을 촉구했다. 정의당에서도 3월 29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전 국민에게 100만원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것을 촉구했다. 사회 각층에서 재난기본소득 혹은 코로나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이 붙은 한시적 기본소득 논의가 촉발되었으며, 3월 24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브리핑을 통해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4월 3일,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 범정부 TF 회의를 열어 3월 기준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가구에 긴급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는 당초 소득 하위 50% 지급을 주장했던 기획재정부의 안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건강보험료 합산액 하위 70%'의 맹점
 
 코로나 19, 한시적 기본소득 도입 촉구 기자회견
 코로나 19, 한시적 기본소득 도입 촉구 기자회견
ⓒ 기본소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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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하위 70% 구간을 정하기 위해 정부는 건강보험료 합산액 하위 70%라는 기준을 제시했다. 많은 수치들 중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제시한 이유는 행정 편의와 신속한 지급을 위해서다. 그러나 정부 발표 직후 '건강보험료'라는 기준은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건강보험료 합산액 하위 70%에 속한다고 해도 고액 재산가일 수도 있고, 건강보험료 하위 70%라는 기준은 일부 맞벌이 부부와 1인가구, 그리고 소상공인에게 불리하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직장을 다녀서 건강보험료는 내고 있지만, 재산이 거의 없고 비싼 월세를 부담하고 있는 1인 가구나 맞벌이 부부의 경우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100인 미만 중소기업 근로자인 직장가입자와 자영업자인 지역가입자 모두 3월까지 연말정산을 완료한 후 4월부터 원천 징수액을 적용하기 때문에 3월 건강보험료는 2018년의 소득이 기준이 될 확률도 높다. 이중, 자영업자들은 건강보험료를 100% 본인부담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불리하다. 논란이 거세지자 행정안전부는 지난 4월 16일, 소득 감소를 증빙할 서류를 제시할 시 가산정된 건보료를 바탕으로 지원대상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나 여전히 건강보험료 기준이 소득 하위 70%를 가려낼 수 있는 완벽한 방법은 아니다.

동일한 날, 행안부는 고액자산가에 대한 적용 제외 기준도 제시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한 재난지원금은 불공정 논쟁에 휩싸여 있다. 재산세 과세표준 9억원 초과, 금융소득이 2000만 원 초과 시 재난지원금 컷오프라는 기준이 공정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재산세 과세표준 9억원 초과라는 기준은 시세 20억에서 22억 수준의 주택, 토지, 건축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관대한 기준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10억짜리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재난지원금의 수혜자가 되고, 월세에 사는 1인 가구 청년이 건강보험료 기준 때문에 재난지원금의 수혜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우리는 가정해볼 수 있다.

건강 보험료 합산액 하위 70% 기준에 대한 논란은 몇 가지 지점을 화두에 올렸다. 첫 번째, 재난지원금을 소득 기준으로 지급하는 것이 옳은가. 특정한 지역 중심으로 지급되었던 과거의 재난지원금과 달리 코로나19 관련 재난지원금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다. 특정 지역에 한정된 피해로 볼 수 없고, 전 국민이 피해를 입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피해규모가 컸지만 재산 소유를 기준으로 피해의 정도를 규정하기엔 애매한 지점들이 많다. 50%와 70%로 왔다 갔다 하는 기준을 보더라도 4월 3일 정해진 70%라는 기준도 엄밀하게 정해진 기준이라 보기 어렵다.

두 번째, 엄밀한 '기준'을 정하는 것은 가능한가. 재난 상황에서의 피해 범위를 규정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역학적 조사가 필요하지만, 행정 비용이 많이 들고 지급이 지연될 수 있기 때문에 임의적인 수치인 건강 보험료 하위 70%라는 수치가 등장하게 되었다. 그러나 지역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기 위한 편법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건강보험료 하위 70%라는 기준이 소득 수준 하위 70%를 나타내는 기준이라고 엄밀하게 말하기 어렵다. 아무리 많은 기준을 두어도 두 수치 간의 차이로 인한 불공정한 수혜자 혹은 받아야 할 사람이 못 받는 상황은 발생할 수 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강남훈 이사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강남훈 이사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 강남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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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소득 역전에 대한 문제도 있다. 건강보험료 납부액 하위 70% 기준에서 턱걸이로 재난지원금을 수령한 가구가 단돈 몇 천원이 많아 수령하지 못한 가구보다 소득이 높아지는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강남훈 이사장은 이러한 까닭으로 모두에게 재난소득을 나누어주고 연말에 과세하는 방안이 오히려 소득 역전을 발생시키지 않는 방법이라 제안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의 입장 선회

지난 4월 23일, 기획재정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가구에게 지급하는 것에 동의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4월 23일 전까지 기획재정부는 재난지원금을 모든 가구에게 지급하기 위해서는 적자국채 발행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정부의 안을 반대했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해 OECD 평균 국가부채 비율이 110%인 것을 생각해 봤을 때 한국은 40%선이어서 재정 여력이 충분하며,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한국은 재정 건전성이 좋다고 평가한 바가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마침내 입장을 바꾼 것이다. 민간, 민자, 공공부문 지원금 100조 원을 손쉽게 결정한 것에 반해 재난지원금 100% 지급을 끝까지 반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기획재정부의 보도자료에는 상위 30%를 포함한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거나 기부할 수 있는 대안이 논의되었다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그 대안은 재난지원금을 수령하지 않거나 기부한 사람들에 대하여 특별 세액공제를 진행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소득세법 제59조 4(특별 세액 공제)는 1000만 원 이하의 기부금에 15%(1000만원을 넘는 경우 초과분의 30%)만큼 세액에서 공제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때의 기부금은 법정기부금·정치자금기부금·종교 단체 외 지정기부금으로 나뉘며, 기부된 재난지원금은 법정기부금에 해당한다.

일각에서는 기부금품법에 따라 '국가 지방자치단체는 자발적으로 내는 금품이더라도 이를 접수할 수 없다'(제5조 2항)의 내용에 따라 재난지원금을 국가가 기부받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기부금품법 시행령에 '기부심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경우 자발적인 기탁 금품의 접수가 허용된다'라는 단서 조항이 있는 만큼 문제없이 기부금을 국가가 수령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재난지원금 기부, 연말정산 환급?…'기부 공제' 어떻게 이뤄지나> 참조)

기재부 발표 다음날인 24일,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추가경정예산이 통과되면 5월 13일부터 모든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난지원금 이후의 과제, '기본소득'

앞서 밝혔듯, 지원금을 선별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은 불필요한 행정 비용이 소모되거나 소득 역전 현상을 불러일으키고, 불공정을 완벽히 막을 수 없다. 이번엔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나누어주고 기부나 과세 등의 조치를 통해 소득 재분배 효과를 노리는 것이 효과적인 방안으로 채택되었다. 엄밀하게 소득 하위를 구분하는 것은 어려우며, 그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이 이번 논쟁에서 많은 이들이 깨달은 바였다.

선별적 복지가 정의로운 경제를 만드는 토대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점차 흐려질 것이라는 진단도 가능하다. 모든 국민이 코로나 19와 자동화, 일자리 감소로 인한 불안과 경제적 타격을 다각도로 체감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일부의 사람들에게만 선별적으로 지원금을 나누어주는 것은 공정함의 측면에서 좋지 않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코로나 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이차적 경기 충격이나 재유행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만큼 재난지원금의 다회 지급 가능성에 대해서도 국가 차원에서 고민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 재난기본소득을 먼저 도입했던 경기도에서 한 달 만에 56%의 자영업자 매출이 늘었다는 것을 고려할 때, 다회 지급도 경기부양의 측면에서 큰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너스 성장이 지속될 위기에 놓인 지금, 재난지원금 재정 마련에 대한 장기적으로 구체적인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경기도 4월 25일 보도자료 사진
 경기도 4월 25일 보도자료 사진
ⓒ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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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은 몇 가지 보완점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부양의 측면뿐만이 아니라 경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제도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1회성에 그치는 재난지원금에 대한 논의가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로까지 이어져야 한다. 토지나 금융, 데이터나 환경 등 모든 사람들이 태초에는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었던 것들에 대한 과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그것을 다시 모두에게 배분하는 기본소득 모델은 경제 정의 실현 측면에서 더 바람직해 보인다.

더 나아가, 가족 중심으로만 구성된 정책 속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던 다양한 논란들에 대해서도 향후 보완되어야 할 지점으로 남는다. 점점 늘어나는 1인 가구 구성원들에 대한 고려 없이 설계된 초기 재난지원금 모델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야기했다. 원가족과 별도의 경제적 생활을 유지하는 개인이 다양한 이유로 건강보험료를 원가족에서 내고 있었다면, 그 개인이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100% 지급이라는 원칙 속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기에 모든 사람이 지원금의 수혜를 받기 위해서는 가구 단위가 아닌 개인 단위로 지급되어야 한다.

가구 단위로 지급되는 지원금의 경우, 그 지원금의 사용처를 결정하는 측면에서 가장 중심의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혹은, 가족을 위해 지원금을 사용하지 않고 가족 내부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구성원이 그 돈을 모두 사용하는 경우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다. 가족 중심으로 금액을 지원하지 않고 개인 중심으로 금액을 지원한다면 개인이 가족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삶에 투자하고 가꿀 수 있는 기회가 증진될 것이다.
 
 국제기본소득행진 (2019.10.26) 사진
 국제기본소득행진 (2019.10.26) 사진
ⓒ 기본소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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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성장이 시작된 지금, 재난지원금 도입의 다음 스텝은 기본소득에 대한 공론화로 이어져야 한다. 단기적인 경제부양책만으로 위기의 상황을 모면할 수 없을 때, 장기적인 위기 상황을 관리하기 위한 무기를 만들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기본소득은 그 어떤 시기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다. 경제위기 가속화와 불안정한 현실 속에 유일한 대안, 기본소득이 만들 미래를 이제부터 상상하자.

덧붙이는 글 | 신민주는 서울 기본소득당 상임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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