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최근 마을공동체에서 협치 그리고 자치정부에 이르는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한 책이 나왔다. 제목은 <시민 민주주의> 부제는 '마을-협치-자치'이다.

마을공동체 정책을 지원하는 기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너무나 반가운 책이다. 책의 저자는 동네에서 오랜 기간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다가 박원순 시장이 보궐선거로 단체장이 되면서부터 현장에서 정책의 일선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이후 마을공동체에서 협치로 그리고 자치에 이르는 과정을 기획하고 조정해왔다.
 
유창복 지음 '시민 민주주의'
 유창복 지음 "시민 민주주의"
ⓒ 서울연구원

관련사진보기


이 책의 최대 장점은 현장에서 겪은 경험과 깊은 고민에서 나온 실천 그리고 정책이 벽에 부딪힐 때마다 새로운 상상력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한 과정이 고스란히 녹아있다는 데 있다.

요즘 마을이나 공동체는 참여 여부를 떠나 누구나 익숙하게 알고 있는 단어이지만 그 취지와 방향,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른 채 형식만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왜 우리에게 마을공동체가 필요한지 그리고 협치와 자치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설득시키는 것이 아니라 알기 쉬운 말로 이해를 시켜주고 있다. 그래서 페이지 수가 500페이지나 되지만 소설책처럼 막힘없이 읽힌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 '마을, 시민의 등장과 연결'은 마을에서 시민들이 생활의 필요를 하소연하고 함께 궁리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이웃공동체' 단계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마을공동체 정책의 목표는 '주민이 당사자로서 등장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당사자'가 되는 것. 민주주의 국가에서 내가 주인이 되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혼자 일을 도모하기 힘들다. 그래서 '맘이 맞거나 뜻이 맞는 이웃 세 사람'이면 누구나 마을 정책과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마을 활동을 1~2년 경험한 주민들은 대부분 처음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모였는데 활동을 하다 보니 동네가 보이기 시작하더라고 말한다. 육아모임을 하는 엄마들이 함께 모여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을 찾게 되고, 아이들과 동네를 함께 걷다보니 동네가 새롭게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2부 '협치, 참여에서 권한으로'에서는 민과 행정이 협력해서 개인의 문제를 넘어 동네의 문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협치' 단계이다. 공동체가 활발하게 활동하면 할수록 공동체는 단단해지는데 반해 외부에는 테두리가 쳐지게 된다. 마을의 다음전략이 이 테두리를 넘어서는 도전이다. 끼리끼리를 넘어서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협치라고 하였다. 작은 공동체는 생각이 비슷하고 하고 싶은 활동도 비슷해서 협동이 잘 되지만 이 범위를 벗어나서 나이, 성별, 경험이 다른 사람들이 모이게 되면 협력보다는 갈등이 생긴다. 하지만 이 다름을 인정하는 과정이 민주시민이 되어가는 과정이다. 이것을 정책으로는 마을계획단과 주민자치회라는 모습을 현실화 시켰다.

3부 '자치, 시민 이니셔티브와 마을정부'에서는 주민이 동네의 문제 해결의 주체가 되고 행정은 보조하는 '주민자치'의 단계이다. 저자는 여기서 하향식의 지방분권과 주민자치를 넘어 동네와 시민에서 출발하는 마을정부라는 미래상을 제시하였다.

우리가 당면한 현재와 가까운 미래에 도래할 다양한 문제를 지역공동체가 중심이 되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과 마을정부를 수립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들과 구성되었다.

10년 전 마을공동체 이야기를 했을 때 우려와 비판이 있었지만 현재는 전국에서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주민참여 정책이 되었다. 그처럼 마을정부 또한 아직은 가능성에 머물러 있지만 어느 순간 우리 일상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마을과 사회혁신의 과정과 경험을 이렇게 상세하게 설명한 책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주민참여와 사회혁신에서 해결해야 하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어 시민이 주인이 되는 시민민주주의 사회와 동네가 되는 방향성까지 제시하고 있다. 다만 각 챕터를 넘어가면서 내용의 난이도가 높아지는 측면은 다소 아쉽다. 그렇지만 시민참여와 마을, 사회혁신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라는 점에는 이의가 없다.

시민민주주의 - 마을 - 협치 - 자치 2012~2022

유창복 (지은이), 서울연구원(2020)


태그:#유창복, #시민민주주의, #마을, #자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