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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 가정방문 중인 박승호 교사.
 온라인 가정방문 중인 박승호 교사.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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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노트북, 그리고 학생 환경조사 문서.

26일 오전 11시 30분, 인천 중구 영종도에 있는 삼목초 3학년 6반 담임 박승호(43) 교사의 자택 책상 위엔 위 3가지 물건이 놓여 있다. 박 교사가 스마트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영상통화를 시도한다.

학생과 학생 어머니, 그리고 담임교사의 첫 만남

"상호(가명)야 뭐하고 있었어?"
"동생이랑 놀고 있었어요. 동생은 7살이에요."
 
스마트폰 속 상호의 눈빛이 빛났다. 스마트폰 화면 속에서 밝게 웃고 있는 담임 선생님 얼굴을 처음 보는 것이다. 3학년 새 학기가 시작된 지 26일 만이다. 코로나19는 기나긴 휴업을 불러왔다.

상호 어머니 얼굴이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났다.

"상호가 너무 학교에 가고 싶대요. 선생님이 어떤 분이신지 너무 궁금하대요."

온라인 가정방문 풍경이다.

요즘 교사의 가정방문은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박 교사가 가입한 교원단체인 좋은교사운동은 2001년부터 가정방문을 되살려냈다. 이 단체 소속 수천 명의 초·중·고 교사들은 20여 년 동안 일일이 학생 집을 방문해 왔다. 이 단체의 가정방문 원칙은 "학생 집에 가서는 물 말고는 다른 것을 절대 먹으면 안된다"이다.

그런데 올해 문제가 생겼다. 코로나로 '사람과 사람 사이 거리두기'를 할 수밖에 없는 형편에 내몰린 것이다. 그래서 좋은교사운동은 올해엔 '온라인 가정방문'을 벌이기로 했다. 전화 상담은 물론, 구글 행아웃, 줌, 카카오 페이스톡 등과 같은 영상 통화 방법을 활용해서다.

이날 박 교사는 이틀째 온라인 가정방문을 했다. 학급 학생 전체 23명 가운데 13명이 '선생님의 가정 방문'을 신청했다. 어제(25일) 학교 근무 시간엔 온라인으로 네  가정을 방문했고, 오늘(26일) 재택근무 시간에도 네 가정을 방문하고 있다.

박 교사는 상호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아침에 몇 시에 일어나? 몇 시에 자니? 온라인 학습한 걸 보니까 벌써 거의 공부 다 했던데 어떻게 공부했어? 요새 운동도 하니?"
   
어머니에게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4월 6일 개학이 확실하지는 않아요. 개학하면 학생식당에 밥과 음식을 미리 갖다 놓기로 했어요."
 

"개학하면 공부도 하고 축구도 하자"
 
 온라인 가정방문 중인 박승호 교사.
 온라인 가정방문 중인 박승호 교사.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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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박 교사는 어머니에게 "개학하면 상호를 잘 가르치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상호에게는 "우리 빨리 만나서 공부도 하고, 축구도 하자, 잘 지내고 무슨 일이 생기면 선생님한테 연락해~"라고 말했다. 상호를 칭찬하는 말도 여러 차례 했다.

이렇게 15분에 걸친 온라인 가정방문은 끝났다. 가정방문을 끝낸 박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온라인으로라도 학생과 부모님 얼굴을 보게 되니 교사의 정체성을 회복한 것 같아 뿌듯해요. 제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교사인데 오랜 기간 아이들을 보지 못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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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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