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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관장 윤범모)은 7번째 <MMCA 현대차시리즈 2020> 작가로 서울과 베를린은 오가며 작업을 하는 양혜규(Haegue Yang 1971~)가 선정됐다고 2월 26일 발표했다. 오는 8월 29일부터 2021년 1월 17일까지 '서사, 여성성, 이주' 등 주제로 하는 작품이 공개된다.
 
 양혜규 I '침묵의 저장고-클릭된 속심(Silo of Silence-Clicked Core)' 2017
 양혜규 I "침묵의 저장고-클릭된 속심(Silo of Silence-Clicked Core)" 2017
ⓒ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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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전에는 10m에 달하는 움직이는 블라인드 조각 '침묵의 저장고-클릭된 속심'이 서울관 내 '서울박스'에 설치될 예정이다. 이 작품은 베를린 '킨들 현대미술센터 보일러 하우스'에 2017년 설치된 바 있다. 15년간 이어진 그녀의 '블라인드 시리즈' 중 최신작이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2017년 말 작가 선정 직후부터 약 3년 간 미술관과 협업해 작가 연구를 집약한 <가름과 묶음(2001-2020): 양혜규에 관한 글 선집>이 출간된다고 발표했다. 사실 그녀는 방대한 지식·정보 아카이브를 수집하고 탐구해 이를 바탕으로 통찰력 깊고 통찰력 있는 작품을 발표하는 작가로 평가받아 왔다.

8월 열리는 이번 전시와 관련해 작년 12월 '아트바젤(마이애미)' 취재 중 방문한 양혜규 '마이애미 배스미술관(The Bass Museum of Art)' 전을 소개하고자 한다. 내가 방문한 날, 마침 오프닝 행사가 있어 작가도 만났다. 아트바젤 주요 미술인사 등이 다 모였다. 이 전시는 4월 5일까지 열린다. 
 
 '마이애미 배스미술관'에서 열린 양혜규전 오프닝행사에 참가한 사람들
 "마이애미 배스미술관"에서 열린 양혜규전 오프닝행사에 참가한 사람들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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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공미술관은 1964년 오스트리아 출신 '존 배스'가 기증한 소장품을 기반으로 시작되었다. 세계적 작가와 협력을 통해 수준 높은 기획력으로 그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 전은 2012년 '프랑스문화예술훈장'을 받은 여기 관장 '실비아 카르만 큐비냐(S. Karman Cubiñá)'와 버클리에서 미술사를 공부한 '레일라니 린치(Leilani Lynch)'가 기획했다.

전시 제목은 '불확실성의 원뿔(In the Cone of Uncertainty)', 미술관 자료에 보면 이 제목은 플로리다 남부 지역 날씨의 특징을 은유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이번에 전 세계를 위기에 빠지게 한 '코로나19'도 결국 불확실성에서 온 것이 아닌가. 정보의 홍수시대에도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니 안타깝다. 결과적으로 이번 제목은 뭔가 앞을 내다본 셈이다.

작년 '뉴욕현대미술관' 등 4대륙 15곳에서 전시 
 
 배스미술관에서 오프닝행사에 참가한 양혜규 작가
 배스미술관에서 오프닝행사에 참가한 양혜규 작가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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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리스카치(Z. Lescaze)' 기자가 2월 26일자로 이 전시 기사를 썼다. 제목이 'An Artist Whose Muse Is Loneliness'다. 이걸 직역하면 해석이 어색해 '자가격리(loneliness, the ability to make herself alone)에 능한 뮤즈 아티스트'라고 의역하면 어떨까 싶다.

'자가격리'를 못했다면 작년 한 해 4대륙 15개 유수의 미술관 전시가 불가능했으리라. 기자가 그녀에게 그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물으니 '작가가 작업을 위해 거기에만 파고드는 게 비난받을 일인가?'라며 되묻는다. 이 말은 남 시선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을 격리시켜 작업에만 몰두하면 그게 가능하고, 그녀에게는 그런 시간이 오히려 휴식과 놀이가 된다는 메시지다.

결론으로 말해 그녀는 지구상 가장 왕성한 작업을 하면서 가장 유명한 미술관에서 가장 초대를 많이 받는 작가라는 뜻이다. 현재 뉴욕 '구겐하임', 파리 '퐁피두', 런던 '테이트', '뮌헨 루드비히 미술관' 등에 그녀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 1948년에 설립 국제현대미술잡지인 '아트리뷰(Art Review)' 세계미술인 랭킹에서 '36위'가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런데 양혜규 작업의 키워드는 뭐가? 그건 아마도 그녀의 '일련의 다치기 쉬운 배열'이라는 시리즈도 있지만, '연약한, 상처 받기 쉽고, 깨지기 쉬운(vulnerable)' 것에 대한 애착이리라. 작가는 '다치기 쉬운 감수성을 드러내는 것도 예술가의 용기'라고 말한 적도 있다. 무시당하는 '동물'이나 하찮게 버려지는 '사물' 또한 상처를 심하게 받는 '사람'이 다 그런 예이다.

'이상한 과일', 인종차별에 대해 언급 
 
 양혜규 I '이상한 과일(Strange Fruit)' 전구, 혼용지, 수채화, 금속고리, 코일케이블, 등 13가지 2012-2013
 양혜규 I "이상한 과일(Strange Fruit)" 전구, 혼용지, 수채화, 금속고리, 코일케이블, 등 13가지 2012-2013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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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혜규 작가는 전시 때 흔히 공간을 접고 포개고 나누고 중첩시키고, 확장시키는 걸 즐긴다. 이번 전은 어떻게 구성했는지 살펴보자. 1층에 들어서니 '광원 조각'이 보인다. 제목이 '이상한 과일', 그녀에서 제목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거기에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흑인가수 '빌리 홀리데이(B. Holiday 1915-59)'가 1939년에 히트시킨 노래다. 가사는 미국 시인 '아벨 미로폴(A. Meeropol)'이 썼다. 노예 해방 이후에도 백인들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흑인들을 린치하고 나무에 목을 매달아 교수형 시키는 끔찍한 사건을 넌지시 고발한 것이다. 

삶의 향연 유발하는 '복싱발레'
 
 양혜규 I '복싱발레(Boxing Ballet)' 2013-2015
 양혜규 I "복싱발레(Boxing Ballet)" 2013-2015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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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층 '리버만 갤러리'로 가보자. 양혜규의 아이콘인 '복싱발레'는 그녀의 '소리 나는 조각(Sonic Figures)' 시리즈 중 하나다. 바우하우스 출신 조각가이자 무용창작가인 '슐레머(O. Schlemmer, 1888-1943)의 '3부작 발레'를 의인화한 것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복싱발레는 소리(sound)와 움직임(movement) 요소를 더 역동적으로 활성화시켰다는 점이다.

이 작품과 짝을 이루는 '바람 도는 궤도(Windy-orbit)'도 위 사진 왼쪽에 보인다. 이건 선풍기, 악기, 여러 개 머리를 가진 기계의 합작이다. 선풍기가 회전하면서 청아한 소리가 낸다. 바람이 일어 춤추는 형상처럼 보인다. 제목이 '발레'이듯 여기서는 기존의 편견을 버려야 한다. 관객이 작품 손잡이를 잡고 밀고 돌리면서 신나게 놀아야 제대로 감상이 된다.

'혁명가' 이야기 담긴 '붉은 블라인드 시리즈'
 
 양혜규 I '(붉은) 끊어진 산악미로(Red Broken Mountainous Labyrinth)' 2008
 양혜규 I "(붉은) 끊어진 산악미로(Red Broken Mountainous Labyrinth)" 2008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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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2층에 대칭 이루는 2개의 '레드 블라인드'를 보자. 대형 작품이다. 위는 '끊어진 산악미로'라는 제목으로 식민시대 한국혁명가 '김산'과 2살 아래 미국 여성기자 '님 웨일스(N. Wales)'와의 이야기를 오감을 자극하는 또한 열, 온도, 향신료, 소리의 파동, 찬란한 불빛 등 종횡무진 종잡기 힘들 정도로 관객을 자극한다. 은유적이면서 미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작곡가 '윤이상'과 작가의 아버지

끝으로 위에 언급한 '뒤라스'(1914년)와 한국 작곡가 '윤이상'(1917년)이 기술된 연대기를 소개한다. 제목은 '융합과 분산의 연대기: 뒤라스와 윤이상'다. 작가가 주관적 관점으로 두 사람의 생애를 연대기형식 편집해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양혜규 I '융합과 분산의 연대기:뒤라스와 윤이상(A Chronology of Conflicted Dispersion-Duras and Yun)' 2018
 양혜규 I "융합과 분산의 연대기:뒤라스와 윤이상(A Chronology of Conflicted Dispersion-Duras and Yun)" 2018
ⓒ 김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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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읽다보면 윤이상이 1963년 북한 평양 근처 강서대묘의 고분벽화 사신도를 보고 영감을 받아 옥중에서 작곡했다는 '영상'(Image 1968)이라는 어떤 작품인지 궁금해진다. 연주자도 힘들어 하는 곡이란다. 하여간 그는 당시 남한 당국에 체포된 후에 스트라빈스키, 카라얀 등 세계적 음악인 200명의 석방 요구 서명으로 겨우 5년 만에 감옥살이에서 풀려났다.

양혜규의 윤이상에 대한 관심이 어디서 오는가? 그녀 아버지와 관련이 있다. 그는 동아일보 기자였고 1975년 3월 17일 '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에 가담해 160여명 동료와 같이 해직됐다. 그때가 양 작가가 3살때다. 부친은 가족 생계를 위해 중동으로 떠나고 오랫동안 딸과 생이별해야 했다. 그녀 작품에 소외되고 추방된 자의 대한 애틋함이 느껴지는 이유인가.

하여간 관객이 그녀 작품을 잘 이해하려면 엄청난 학구파가 돼야 한다. 그 배경이 그렇게 단순치 않다. 예컨대 '난민, 이주, 환경, 인권, 민주주의' 등과 연결돼 있다. 미술관을 나와서야 알아차린다. 미술이란 결국 오늘의 서사를 시대정신에 맞게 시각화하는 것이리라.

덧붙이는 글 | 덧붙이는 글 | 양혜규 작가 홈페이지 http://www.heikejung.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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