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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우리 사회는 뜻밖의 존재를 마주했다. 신천지다. 뜻밖의 사실도 있었다. 3월 24일 0시 기준 9037명의 확진자 가운데 20대 비율이 26.98%(2438명)로 가장 높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신천지 교인 중 20대가 많은 점도 있다"고 밝혔다. 왜 그럴까? <오마이뉴스>는 신천지에서 탈퇴한 20대 청년 3명을 만났다.[편집자말]
이제 갓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 스무 살이었다. 인천 집과 강북의 학교를 오갔다. 통학에만 2시간 30분이 걸렸다. 자취를 하고 싶었다. 부모님이 반대했다. 전공도 맞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 보면 소소한 갈등이었다. 바로 그 지점을 신천지가 파고 들었다.
 
지난 16일 만난 김서연(26, 여, 가명)씨가 설명한 6년 전 본인의 상황이다. 인천행 직행 버스를 타기 위한 중간지점, 홍대 앞 길 한복판에서 낯선 이가 말을 걸어왔다고 했다. 본인을 중앙대학교에 다니는 뮤지컬 창작 동아리원이라 소개한 그는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시나리오 연구를 위해 여러 사례가 필요하다며 본인 이야기를 해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게 시작이었다. 

"그 언니랑 엄청 친해졌어요. 정말 깊게 대화를 나눴으니까요... 그러다 언니가 지인을 소개해줬어요. 그 사람이 교리 공부를 가르치는 다음 단계 사람이었어요. 말씀 공부 시작하니까 언니 얼굴을 안 보여주더라고요. 되게 그립게 만들어요. 제가 전도 나가기 시작한 뒤에야 볼 수 있었어요. '이 사람이 사실은 신천지인이었어' 하면 기분 나쁠 테니까, 입교한 후에 알려주더라고요."

그렇게 1년 8개월 동안 신천지 교인으로 살았다고 한다. "열심히 살아보자"며 의지를 다졌던 스무 살 서연씨의 일상은 180도 바뀌었다고 했다.

변화
 
 대구시가 12일 오전 10시부터 코로나19 환자가 집단 발생한 신천지 대구교회와 '다대오 지파장'을 비롯한 주요 신천지 간부 사택 4개소에 대한 행정조사를 실시했다. 사진은 신천지 대구교회 앞 모습.
 대구시가 지난 12일 오전 10시부터 코로나19 환자가 집단 발생한 신천지 대구교회와 "다대오 지파장"을 비롯한 주요 신천지 간부 사택 4개소에 대한 행정조사를 실시했다. 사진은 신천지 대구교회 앞 모습.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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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수업 시간표는 아예 오전으로 몰았다. 아니면 이틀 동안 모든 수업을 들었다. 전도를 위한 낮 시간을 비워두기 위함이었다. 낮에 아르바이트를 하면 "믿음이 부족한 애"라고 낙인 찍힌다고 했다. 얼마 전 코로나19에 감염된 콜센터 직원 중 일부가 신천지 교인이었음이 뒤늦게 드러난 것에 대해 서연씨는 '일반적인 일'이라고 했다.

"신천지에서 콜센터를 권장해요. 바로 위 사명자(조직에서 동아리 반장 역할을 하는 사람)가 '누구는 콜센터 해서 전도가 늘었다고 하던데 너도 마음이 어려우면 그거 해봐'라는 식이죠. 콜센터는 일단 취직하기 쉽고요. 포교 활동 할 때도 길거리에서 설문조사 등을 미끼로 번호를 딴 후에 전화를 하거든요. 그런데 상대는 대개 만남이나 이야기를 이어가는 걸 거부하죠. 계속 거절 당하면 멘탈이 갈려요. 그럼 전도 목표치가 떨어지니까, (전화 응대하는) 콜센터 일이 전도에 도움 된다고 보는 거죠."

콜센터 취업은 거절에 익숙해지게 하는 방책이라고 했다. 신천지 활동을 위해 학교 수업을 조정하고 아르바이트를 선택할 만큼, 일상을 신천지에 갈아 넣게 된다고 했다. 서연씨는 "세상은 허망하다는 식으로 교육이 돼서 삶의 가치관 자체가 바뀌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했다.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120 경기도 콜센터에서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옆자리를 비워두고 근무하고 있다. 2020.3.11
 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120 경기도 콜센터에서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옆자리를 비워두고 근무하고 있다. 2020.3.11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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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에서는 '영혼을 위한 투자'라고 영(영혼)과 육(육신)을 구분하는 수업을 받아요. 그게 첫 번째 교육이에요. 영을 선택하고 육을 포기하게 만들죠. 죽지 않을 만큼 먹고 나머지 돈을 전도하는 데 쓰는 게 가장 가치 있는 일이 돼요. 노는 데 돈을 쓰면 비웃음거리가 되죠. 취직을 위해 스펙을 쌓고자 하는 의욕이 전혀 없어져요. 콜센터 취직해서 평생 그렇게 살면 된다고 생각하게 되죠. 죽을 때까지."

신천지는 말 그대로 "새 나라, 자기들끼리의 나라를 만든다"고 했다. 서연씨에 따르면, 신천지가 생긴 날을 기점으로 '신천기(신천지에서 쓰는 연호)'를 센다. 시험에 통과하고 1명을 전도하면 '입교'할 수 있고, 신천지 '민증'이 나온다고 했다. 또 "세상의 축소판처럼 원하는 활동을 지원해주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했다. 서연씨는 "신천지 들어오기 전에 연극에 관심이 있던 친구는 신천지 극단에서 활동하고 노래에 관심 있는 친구들도 따로 모여 활동을 한다, 아나운서도 따로 뽑는다"라며 "창립기념일에 문화부 대표를 하는 경쟁이 굉장히 치열하다, 그게 그 안에서 최고의 스펙"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포교에 중독됐었다"고 말한다.

"포교하고 싶은 대상에게 내 모든 걸 맞춰요. 이 사람이 됐다가 저 사람이 되죠. 그 과정에서 거짓말에 중독돼요. 내가 망가지는 것도 인지를 못해요. 배도 안 고파요. 마약 같아요. 저도 거기 있을 때 10kg이 빠졌어요. 그런데 전혀 몰랐어요. 4~5년 신천지에 있던 언니 오빠들 보면 병이 많이 생겨요. 결석이 엄청 많이 생긴다든가 인대가 아예 파열 된다든가. 20대에 걸릴 수 없는 병에 걸려요. 잠도 못자고 의식주 자체를 거의 못하니까요."

신천지가 위험한 이유 "끊임없이 발전한다"
 

왜 신천지에 빠진 20대가 많을까? 서연씨는 포교 과정에서 그 답을 느꼈다고 했다.

"목표치로는 하루에 20명 이상 번호를 따야 해요. 그러려면 말을 60번 걸어야 하거든요. 그렇게 질문하고 대답이 돌아오고 하는 과정에서 느낀 건데, 20대 청년들은 뭔가 목마름이 있어요. '다른 거'에 대한. '의미 있게 살고 싶다, 가치 있게 살고 싶다'는 목마름이요. (그것만 건드리면 되니) 신천지 입장에서는 가장 전도하기 쉽죠. 20대들은 취업·진로·친구관계·교제 등 문제가 집약돼 있죠. 그런 부분을 '해결해줄게' 하는 사람을 밀어내기 쉽지 않고요. 그런 고민들을 가족과 먼저 의논하는 문화가 한국에는 없는 것 같아요."

20대의 목마름을 신천지가 간파하고 있다는 얘기다. 신천지에는 들어감과 동시에 멘토가 생긴다고 했다. 자신을 전도한 사람이 멘토다. 입교를 위한 교육을 받으며 사명자라 불리는 상사 개념의 멘토가 생기기도 한다. 멘토를 자처한 이들은 이제 막 성인이 된 이들의 고민 해결사로 나선다.

"20대들은 '내가 판단할 수 있다'고 믿어요. 신천지는 그런 걸 부채질하죠. '너는 충분히 똑똑해' 이러면서 동시에 가족에 대한 원망을 심어줘요. '진짜 말 통하는 사람이 너희 가족 중에 있어?'라고. 그럼 대부분 없다고 하죠. '살면서 진짜로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 죽을 때까지 한 명만 만나도 행복할 것 같지 않아?' 이 질문에 동의하게끔 6개월을 지나는 거죠. 그럼 그 사람을 믿을 수밖에 없어요.

신천지에서 수업을 듣는데 강사가 들어가기 전에 학생들의 정보를 다 받아요. 무슨 문제가 있고 그런 거요. 걔 인생을 아는 거예요. 그럼 그 아이는 이 강사와 눈만 마주쳐도 위로를 받는 거예요. 거의 신이 되죠. 내 마음을 알아주니까. 이 사람이 '너는 이제 힘들지 않아도 된다, 마르지 않는 물이 네 앞에 있다'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할 수가 없죠. 너무 기쁘죠."


사람의 마음을 사기 위해 명리학을 배우는 과정도 있다고 했다. 서연씨는 "제가 있던 교회에서는 명리학 교수를 초청해서 사주팔자를 배웠다, 다른 교회에서는 심리학을 가르친다고 한다"라며 "신천지가 다른 사이비에 비해 더 위험한 이유 중 하나가 이런 식으로 끊임없이 발전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1년 8개월만의 탈퇴... 기다려준 부모님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회원들이 27일 오전 신천지 교주 이만희 총회장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 하기에 앞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신천지 해체와 이만희 총회장에 대한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2.27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회원들이 27일 오전 신천지 교주 이만희 총회장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 하기에 앞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신천지 해체와 이만희 총회장에 대한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2.27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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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서연씨가 1년 8개월 만에 어떻게 신천지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부모님이 '신천지? 미쳤냐'라고 반응하면 '엄마·아빠는 사단이다, 악마다'라고 느끼게끔 신천지가 만들어요. 그런데 저희 부모님은 신천지가 얘기했던 반응과 달랐고, 기다려주셨어요. (결국) 부모님을 믿게 됐죠."


신천지를 탈퇴하면서 1년을 휴학했다. 신천지였던 게 소문이 날까봐 학교를 못갔다고 했다. 복학 했을 때도 신천지가 학교에 찾아올까봐 쥐 죽은 듯이 학교 생활을 보냈다고 했다. 서연씨는 8월 졸업을 앞두고 있다.

서연씨는 "제가 전도했던 친구들이 다 (신천지에서) 나왔다는 거, 그게 다행인 거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도를 하면서도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요즘 청년들이 신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물어볼 사람, 의논할 사람 한 명이 없다는 게 문제인 거 같다"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제가 말을 들어줬을 때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이런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고. 내가 해준 것도 없고 그냥 조금 얘기 들어주고 공감해줬을 뿐인데 저한테 끌려오는 걸 보니까... 이렇게까지 대화할 사람이 없었나 싶더라고요. 근데 탈퇴하고 보니 저도 그런 사람이었어요."
  
서연씨는 코로나19사태 이후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최근 이만희 총회장 기자회견 후에 눈물이 다 나더라고요. 창피해서. 내가 이딴 사람한테 빠졌다니... 일부 뉴스에서 신천지를 '예수교'라고 칭하더라고요. 이러면 신천지만 좋아하죠. 일반 교회 사람들한테는 상처예요. 신천지는 종교냐 아니냐를 따져야 돼요. 신천지가 종교일까요?"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 가평 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열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하던 중 사죄의 큰절을 하고 있다.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이 2일 오후 경기 가평 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열린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하던 중 사죄의 큰절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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