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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띠띠띠~.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에 몸이 반사적으로 튕긴다. 오른손엔 소독제, 왼손엔 비닐을 들고 현관문 앞에서 남편을 맞는다. 마스크는 비닐봉투에 넣고 남편 손에 소독제를 뿌린다.

손을 소독한 남편은 겉옷을 벗어 문 앞 옷걸이에 건다. 핸드폰과 지갑, 사원증은 책장 위 지정석에 놓고 옷을 탈의한 뒤 화장실로 간다. 남편이 씻는 동안 옷은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핸드폰과 지갑, 사원증을 소독한다. 핸드폰은 손이 많이 가는 물품이라 2번에 걸쳐 소독한다.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매일 저녁 9시 전후로 우리 집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오른손엔 소독제, 왼손엔 비닐을 들고 현관문 앞에서 남편을 맞는다.
 오른손엔 소독제, 왼손엔 비닐을 들고 현관문 앞에서 남편을 맞는다.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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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이용하기와 외식 안하기

코로나19가 유행하고 나서부터 택배 주문이 늘었다. 평소에는 온라인 구매보다 오프라인 구매를 선호하고 대형 마트가 아닌 집 앞 생협을 이용했다. 택배를 이용하면 과하게 포장된 비닐과 종이상자로 쓰레기가 많이 발생해 환경에 좋지 않을 뿐더러 물건은 직접 보고 사야 된다는 고지식함 때문에 온라인 구매를 멀리 했다.

코로나19가 터지고 나서도 한동안은 주 1회 생협에 가서 장을 봤다. 대구, 경북에서 확진자 수가 하루 5백명씩 증가하면서 생협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주 2회만 공급하는 생협 공급 서비스가 한때 서비스 신청이 몰려 물건을 2주 후에 받아야 했는데도 직접 장을 보러 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택배 이용이 늘어난 것 말고 일상에서 가장 크게 변한 것 중 하나는 집밥이다. 보통 아침은 빵이나 씨리얼, 계란과 김 정도로 대충 때웠다. 아이는 점심을 원에서 먹고, 나는 혼자 사먹는 경우가 많았다. 저녁도 아이 친구들이랑 같이 놀다 배달 음식을 먹거나 집에서 생선이나 고기를 구워서 먹는 경우가 많았다. 주말에 한 끼 정도는 외식을 해 평소 외식비가 가계 지출에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요즘은 하루 세 끼를 모두 집에서 먹는다. 배달음식도 먹지 않고 외식도 안 한 지 40일이 넘었다. 이번 주말엔 잔치국수, 소불고기, 낙지볶음, 떡국, 닭다리살 튀김, 쑥국, 딱새우된장국을 해 먹었다. 예상 외로 식비는 줄지 않았고, 몇 개의 메뉴를 돌아가면서 먹다 보니 MSG들어간 음식이 생각난다. 치즈가 쭉쭉 늘어나는 피자, 시원한 생맥주와 치킨이 먹고 싶다.

도서관 휴관으로 전자책에 입문하다

택배와 외식 안 하기는 다른 집도 흔하게 겪고 있는 변화다. 이외 내 일상에 코로나19가 미친 치명적인 변화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도서관 휴관이다. 희망도서 신청을 통해 신간 도서도 도서관 대출로 보고, 타 지역 도서관까지 이용하면서 집에는 항시 도서관 책이 40여 권씩 쌓여 있었다(아이 그림책 30여 권, 어른 책 10여 권). 이런 내가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없게 되자 실로 막막했다.

확진자가 많지 않은 지역은 드라이브 스루 도서관, 택배 서비스 등이 한시적으로 운행된다고 한다. 그러나 감염병 시기 도서관이 문을 열어도 책을 대출해 보기는 힘들 듯해서 전자책을 선택했다. 이동 중 편하게 읽을 수 있으며 자신의 밑줄을 다른 이와 공유할 수 있다면서 전자책의 편리성을 설파하던 이에게 책은 종이책으로 봐야 오감으로 읽을 수 있다고 주장했던 나인데... 코로나19 이후 지금까지 구입한 전자책이 20권이 넘는다.

또 해마다 생일이 되면 친구가 책을 선물해주는데, 이번에는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전자책을 부탁하기도 했다.

"나 코로나 이후 전자책에 입문했어. 종이책이 주는 물성을 포기할 수 없긴 한데 일단 외부 접촉을 최소한으로 하려고 전자책을 보다보니 또 적응 되네. 이번 생일엔 전자책으로 선물해주라."

아파트 드림 문화도 비대면으로

코로나19 이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손소독제가 비치된 것 외에 아파트에 또 다른 변화가 생겼다. 우리 아파트는 입주민 1000여 명이 모여 있는 단톡이 있다. 이곳에서는 주로 아파트 주민 간 물건을 나누는 이른바 '드림'과 아파트 주변 정보(김밥 집, 약국 전화번호 문의) 교환이 이루어진다. 최근 이 가운데 '드림'이 비대면 문고리 드림으로 바뀌었다.

"아이가 쓰던 장난감과 신발이에요. 문고리 드림합니다."

전에는 '몇 동 몇 호로 오세요'라거나 개인적으로 만나 물건을 나누었는데, 이제는 문고리에 걸어 놓는 문고리 드림이 옵션이 아닌 디폴트가 됐다.
   
 코로나19 이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손소독제가 비치된 것 외에 아파트에 또 다른 변화가 생겼다.
 코로나19 이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손소독제가 비치된 것 외에 아파트에 또 다른 변화가 생겼다.
ⓒ 최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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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코로나 지나면 사야지, 코로나 지나면 가야지' 지금까지 일상의 모든 일들을 '코로나 이후'로 미뤘다. '비상 시기니까, 지금은 어쩔 수 없으니까'라는 핑계로 합리화 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심정으로 시간을 떼우면서 견뎠다.

그렇게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했으나 아직 하지 못하고 있는 아이와 '집콕' 한 지 40일이 넘었다. 가벼운 산책을 하면서 면역력 증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으나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

버티는 게 아니고 삶을 사는 것

TV채널을 돌리는데 2018년에 방영됐던 <미스터선샤인> 드라마가 재방송 되고 있었다. 드라마 마지막 부분에 의병들이 산 속에서 일본군에 쫓겨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하는 장면이었다.

"이렇게 (도망다니면서) 얼마나 버틸는지..."
"버티는 게 아니고 사는 거요. 삶을. 저렇게."
(아이들이 어두운 밤 개울가에서 물장구치며 노는 모습이 카메라에 비친다.)


그랬다. 지금 이 순간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 내 삶의 일부다. 시간을 때우면서 버틴다고 해서 나중에 다시 꺼내 살 수 없는 시간이다. 코로나19가 뭔지 모르는 초등학교 입학이 유예된 아이는 일본군에게 쫓기는 순간에도 물장구를 치는 아이들처럼 매 순간 자신이 재밌는 걸 찾아서 몰입한다.

2018년에 보았을 때는 큰 감흥이 없던 장면이었는데...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에 일상을 모두 내어주고 버티고 있는 와중에 우연히 마주하니 어떤 명언보다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더 이상 집콕은 대안이 아니라는 생각에 일요일 아침, 밥을 먹자마자 마스크를 챙겨 집을 나섰다.

주말이 갔다. 저녁 9시가 되면 나는 또 오른손에 손소독제를 왼손에 비닐봉투를 들고 현관 앞에 서 있을 거다. 택배로 온 식자재 중 채소는 모두 비닐을 뜯어 집에 있는 새로운 봉투에 넣을 거고, 다른 물품들 중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건은 모두 소독제로 닦겠지. 산책 나갈 땐 마스크를 쓸 거고 수시로 손을 닦을 것이다.

햇살이 내리쬐는 베란다 창가에서 일광욕을 하며 노안을 걱정하면서도 핸드폰으로 전자책을 읽는 여유도 누리겠지.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이 모든 게 코로나19 때문에 잠시 해야 하는 거추장스러운 혹은 하지 않아도 되는 어떤 일들이 아니라, 내 삶의 일부라는 걸 받아들이는 마음일 거다. 코로나19가 종식 되는 그날까지 지금 변화된 일상과 삶의 모습을 인정하고 기꺼이 살아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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