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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지침이 현재의 교육을 못 따라와서 교육을 훼방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법과 지침은 잘 되어 있는데 교육현장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법으로 본 교육, 교육으로 본 법'으로 교육과 관련된 법과 지침을 살펴보면서 교육을 위하는 법 개정을 제안하고자 한다.[기자말]
전례없는 감염병의 창궐로 대한민국 교육사에서 최초로 모든 학교들이 개학과 입학을 못하고 있다. 2일 유은혜 교육부장관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교육 분야 학사운영 및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전국의 모든 유‧초‧중등학교의 신학기 개학일을 당초 3월 9일에서 3월 23일로 2주일 추가 연기하였다. 3주간 미뤄지는 수업은 여름과 겨울방학을 조정하여 확보하면 된다고 했다. 수업일수 확보를 위해서 23일에 개학을 하게 되면 당연히 여름과 겨울방학 기간은 3주를 줄여야 한다.

2차 연기한 개학이 1주만을 남기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볼 때 23일 개학 역시 쉽지 않아 보인다. 개학 추가 연기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교육부의 고민도 깊어서 관계자들과 협의를 거쳐서 개학을 다시 연기할지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미 SNS에서는 2주 더 연기한 4월 6일 개학이 기정 사실처럼 구체적인 내용까지 퍼지고 있다. 4월 6일로 개학을 연기하면 개학이 5주 미뤄지는데 그러면 기존의 학사 일정을 운영하는 데 여러 문제가 생긴다.

현행법으로 따져봤을 때 코로나19로 수업일수를 10% 줄일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5조에 의하면 '천재지변, 연구학교의 운영 또는 제105조에 따른 자율학교의 운영 등 교육과정의 운영상 필요한 경우'에는 10분의 1의 범위에서 수업일수를 줄일 수 있게 되어 있다. 최소 수업일수에서 최대 18일(유치원)과 19일(초중등)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교육부가 작성한 '학생 감염병 예방·위기 대응 매뉴얼' 108쪽 휴업 및 휴교에 따른 조치 사항 수업 일수 확보 방안에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학생 감염병 예방·위기 대응 매뉴얼’ 108쪽 ‘휴업 및 휴교에 따른 조치’ 사항에 나와있는 내용이다.
▲ 수업 일수 확보 방안 ‘학생 감염병 예방·위기 대응 매뉴얼’ 108쪽 ‘휴업 및 휴교에 따른 조치’ 사항에 나와있는 내용이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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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5조와 '학생 감염병 예방·위기 대응 매뉴얼'을 보면 코로나19와 관련되어 수업일수를 10분의 1의 범위에서 줄일 수 있는 이유는 천재지변일 때다(학생 감염병 예방·위기 대응 매뉴얼 참고사항에 나오는 '천재지변 등'은 '천재지변'의 오타다). 코로나19가 천재지변이 아니면 수업일수를 10분의 1의 범위에서 줄일 법적 근거가 없다. 그렇다면 코로나19는 천재지변일까?

"코로나19는 천재지변이 아니다"

교육부는 2월 7일자 해명자료에서 코로나19를 '천재지변으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교육부는 2월 7일자 해명자료에서 ‘코로나19’가 ‘천재지변으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 교육부 해명자료 교육부는 2월 7일자 해명자료에서 ‘코로나19’가 ‘천재지변으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 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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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지변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자연현상으로 일어나는 재난'으로 나와있기에 코로나19는 천재지변이 아니라는 교육부 판단은 맞다. 관련법을 찾아보니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3조(정의)에 재난을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감염병인 코로나19는 자연재난(천재지변)이 아니고 사회재난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법적 근거로 제시되어 있는 천재지변도 아닌데, 3월 2일자 보도자료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교육 분야 학사운영 및 지원방안'에서는 '추가 휴업이 발생하는 경우 법정 수업일을 10%(유 18일, 초중고 19일) 범위에서 감축하다'고 발표하였다.

그렇다면 천재지변이 아닌 코로나19로 법정 수업일을 10% 범위에서 감축할 수 있다고 판단한 법적근거는 무엇일까? 학생 감염병 예방·위기 대응 매뉴얼(교육부, 2016)에 제시되어있는 관련 법령 중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대통령훈령 제318호)과 감염병 위기관리 표준매뉴얼(보건복지부)을 살펴보려고 정보공개청구를 했더니 두 자료는 비공개 내용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럼 이곳에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뛰어넘는 특별히 예외적인 내용이 들어있기라도 한 걸까?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보완해야 

현재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전례없는 감염병 전파의 위기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감염병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각종 자연재난이 전보다 많이 발생하리라는 것도 충분히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5조 수업일수 감축에 대한 내용에 재난과 관련해서는 자연현상으로 일어나는 재난인 천재지변밖에 나와 있지 않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으로는 감염병과 같은 사회재난으로 수업일수를 감축할 근거가 없다.

45조 뿐만 아니라, 제47조(휴업일) '②학교의 장은 비상재해 기타 급박한 사정이 발생한 때에는 임시휴업을 할 수 있다'에서 비상재해도 비상재난으로 바뀌어야 한다.

관련 용어만 바꿀 게 아니라 앞으로 어떤 재난이 닥치더라도 학교현장에서 학사일정을 원활하게 운영하는데 숨통이 트이도록 내용을 전면적으로 확대 보완해야 한다. 왜냐하면 코로나19를 보면 앞으로 더 강한 재난이 닥쳐서 '수업일수의 10% 감축'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 충분히 예견되기 때문이다.

태그:#코로나19, #감염병, #수업일수10%감축, #휴업과 휴교,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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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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