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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4일 국회 정론관에서 박 전 대통령의 자필 편지를 공개한 뒤 인사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4일 국회 정론관에서 박 전 대통령의 자필 편지를 공개한 뒤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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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자 여러분 그동안 안녕하셨나요? 코로나19 때문에 많이 어수선하시지요? 

온 나라가 뒤숭숭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잘 계신 것 같습니다. 편지도 쓰시고 말이지요. 지난 4일 그분의 편지글 전문이 실린 어느 기사는 조회 수 42만 회를 기록해 네이버 가장 많이 본 뉴스 10에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나라 걱정으로 시작해 거대 야당 중심의 보수통합을 주문하는 내용인데, 보수 야권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입니다. 따뜻한 보수를 외치던 분이나,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탄핵 결정에 불복하는 분이나, 그저 이합집산의 계기가 필요했나 봅니다. 

"무능하다. 위선적이다. 독선적이다. 더 살기가 힘들어졌다. 희망이 없다." 

그녀가 현 정부에 대해 내놓은 평가이지만, 저는 오히려 박근혜 정부의 추억이 떠오르더라고요. 20대 총선 패배의 앙갚음으로, 시민단체를 향해 날아왔던 그 표적 수사가 생각났습니다.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박근혜 정부의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가 끝나고 바로 다음 날에 2016총선시민네트워크 공동대표 2명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7월에는 소환대상자가 4명으로 늘어났고, 압수수색도 벌였습니다. 8월에는 소환장을 남발했고, 결국 22명으로 불어났습니다.

첫 공판은 2016년 11월에 시작되었는데요. 도중에 김진동 재판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뇌물 사건도 맡으면서 6개월 가량 연기되었다가 2017년 12월 1일에 1심 선고가 났습니다. 법원은 낙선 투어 기자회견이 불법집회라는 검찰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고, 박근혜 정부의 표적 수사로 공동정범이 되어버린 활동가 22명 모두에게 벌금형이 떨어졌습니다. 

저는 1심 선고 사흘 뒤에 군대에 가게 되었지요. 머리를 밀며 입대하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다행히 국방부 시계도 흘러는 갔습니다. 그렇게 늦은 군 복무를 마치고, 어느덧 피고인 4년 차가 되었습니다. 좋은 소식이라면, 다행히 사건 분리가 안 되어 군사재판은 피했다는 것 정도네요(관련 기사 : 4일 입대, 군사재판 받게 되겠지만 떳떳합니다).

선거, 시민들이 결정권 행사하는 흔치 않은 날
 
 2018년 8월 2016총선시민네트워크 활동가들에 대한 3심이 시작되었지만, 아직도 기약이 없다. 21명의 활동가들이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2018년 8월 2016총선시민네트워크 활동가들에 대한 3심이 시작되었지만, 아직도 기약이 없다. 21명의 활동가들이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 강홍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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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누구나처럼 막연한 기대를 했습니다. 제대하면 우주 정복이라도 할 듯한, 근거 없는 자신감 덕분일까요. 다시 사회로 나온다면 세상이 많이 바뀌어 있겠다, 지긋지긋한 이 재판도 끝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일이 쉽게 풀리지만은 않더군요.

심지어 2016총선시민네트워크 재판은 아직도 마무리되지 않았습니다. 2018년 8월, 3심인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되었고, 9월 말에 재판부 배당이 되었지만 소식이 없습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일까요? 사건이 장기화되며 한 분은 상고를 포기했고, 21명의 피고인들이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약 없는 대법원의 시간 속에서, 21대 총선을 맞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런데 더 황당한 건 총선이 한 달 남은 이 시점에도, 정당들이 어떤 공약을 내놓는지 잘 모르겠다는 겁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분위기가 가라앉은 상황에서 현실론만 들썩입니다. 비례대표제 확대를 통해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자는, 개혁의 취지는 보이지도 않습니다. 보수 야권은 앞장서서 불법적인 위성정당을 만들었고, 범 진보세력의 참여를 두고 벌어지는 갈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물론 선수로 뛰는 직업 정치인들이니 규정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정치생명이 보장되어야 훗날을 도모할 수 있는, 그들의 고뇌와 현실정치의 어려움도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저는 도무지 '쿨'하게 넘길 수가 없습니다. 선거는 저같이 돈 없고 빽 없는 시민들이 결정권을 행사하는 흔치 않은 날이기 때문입니다.  

정치에 모든 답을 내놓으라고 말하는 건 무리한 요구일 겁니다. 개인의 노력을 통해 성취해야 할 것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풀어가야 하는 문제들이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선거시즌만큼은 누가 어떤 정책을 펼쳐왔고,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를 진지하게 논의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아직도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집값 때문에 위협받는 주거권,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수많은 불평등의 문제들, 기후변화를 비롯해 소리 없이 다가오는 위기들,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이슈들, 유권자들의 손발을 묶어버린 시대에 뒤떨어지는 선거법, 국민의 통제를 받지 않으려는 권력기관에 대한 문제들까지. 우리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현안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2020총선시민네트워크, 출범합니다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17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416연대,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보육연석회의,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진보연대 등 1천여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2016총선시민네트워크(2016총선넷) 발족식'이 열렸다.
 2016년 2월 17일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416연대,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보육연석회의,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진보연대 등 1000여 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2016총선시민네트워크(2016총선넷) 발족식"이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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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가 있을 때만 위대한 국민이 등장하고요. 이벤트가 끝나고 나면 국민은 사라져 버립니다. 국민이 왜 일상 속으로 들어오지 못합니까? (중략) 국민들이 아래로부터 권력기관들을 철저히 통제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바로 이게 제대로 된 민주국가가 나아가는 길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MBC 이용마 기자님이 광화문에서 하셨던 마지막 연설이 떠오릅니다. 2017년 3월 11일, 탄핵 선고가 있던 주말이었지요. 우리는 왜 이벤트가 있을 때만, 선거철에만 위대해져야 할까요?

"Change 2016 정치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시민이 나서서 뭐라도 해야 합니다." 

박근혜 정부의 권세가 절정이던 2016년 2월 출범했던 2016총선시민네트워크 발족선언문을 다시 들여다봅니다. 그렇게 바라던 2020년은 왔는데, 조마조마합니다. 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희망은 어디에 있을까요? 그동안 무엇이 바뀌었고, 앞으로는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까요? 

12일 2020총선시민네트워크가 출범합니다. 선거의 열기가 고조될수록 누구의 편에 설 것이냐를 요구받는 어려운 시기이지만, 1000여 개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다시 힘을 모아보려 합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인데 2020총선시민네트워크가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실종된 정책들을 되찾고 주권자의 권리를 얼마나 대변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뭐라도 해봐야 덜 후회하지 않을까요?

함께 분노하고, 참여하고, 희망을 키워주세요.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2020총선시민네트워크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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