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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석 기장군수. 1995년 초대 민선 기장군수를 지낸 그는 2010년부터 3선 연임으로 기장 군정을 살피고 있다.
 오규석 기장군수. 1995년 초대 민선 기장군수를 지낸 그는 2010년부터 3선 연임으로 기장 군정을 살피고 있다.
ⓒ 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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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의 마스크 판매대가 텅텅 비고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을 때, 저 멀리 부산 기장군에서는 마스크를 무상으로 배포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마스크 1차분 세대별 5매씩 배부 중". 매일같이 울리던 확진자 동선 안내 문자가 아닌 난데없는 무상 마스크 소식에 기장군민들은 환호했다.

누리꾼들도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관련기사: "세금은 이럴 때 써야죠" 부산 기장군 마스크 무상배포 이유). 포털 사이트 댓글 중에서 1400개가 넘는 추천을 받은 내용은 "나랏돈을 쓰려면 이렇게 써야 하는 거다"였다. 이후 인근 지자체들도 기장군의 무상 마스크 대열에 동참했다. 

11일 무상 마스크 정책을 추진한 오규석 기장군수(3선 연임)를 기장군청에서 직접 만났다. 오 군수는 특유의 남색 상·하의 '작업복'을 입은 채 나타났다. 

확산 전부터 움직이다

부산에서도 90여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기장군에는 아직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이 없다. 오규석 군수는 "다행스럽다"면서도 "그러나 앞으로 피할 수는 없다"고 예측했다. 인근 지역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을 기장군도 잘 알고 있다. 바로 옆 해운대구의 확진자는 16명이다. 그는 "기장까지 확산하지 않도록 차단하는 데 전 행정을 집중하고 있다, 자만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확진자가 나오기 전, 양산으로 군수님하고 안 뛰어갔으면 확보가 어려웠어요." 무상 마스크 이야기를 꺼내자 함께 자리한 김종천 기획청렴실장이 다급했던 당시를 설명했다. 기장군은 코로나19가 국내에 본격화하기 전부터 마스크를 구하기 시작했다.

"지난 1월 코로나19 보도가 나오면서 전국 확산을 예감했습니다. 중국의 위기가 인접한 한국의 위기고, 서울의 위기는 기장의 위기인 거죠. 바로 관련 부서에 빨리 주민에게 전달할 마스크를 확보하라고 요청했어요. 전국을 뒤져서라도 물량 확보가 시급했어요. 메르스 사태를 겪어보니 약도 없고 예방주사도 없다면 손소독제, 마스크, 방역이 전부예요. 바로 마스크 공장으로 달려갔죠."

오 군수는 직원들과 함께 바로 관내, 양산 등 인근을 뒤져 마스크 공장을 찾아냈다. 관내 공장을 찾았지만, 주민 공급량을 맞추기엔 태부족이었다. 그는 바로 양산의 한 공장을 찾아 "도와달라"고 사정했다.

오 군수는 "그렇게 겨우 성사가 됐지만, 이후에 사정은 알 수 없으나 갑자기 안 된다고 했다"며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며 절박하게 설득하고 수송까지 우리가 맡겠다며 협조를 구했다"고 말했다. 11일 현재까지 기장군민 7만여 세대에 1, 2차 배포한 마스크 70만 매는 이 결과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부산 기장군이 배포한 무상 마스크 중 일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부산 기장군이 배포한 무상 마스크 중 일부.
ⓒ 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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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어린이, 임신부, 산모, 취약계층, 우체부 집배원, 택시·버스기사 등 추가 배포가 이루어졌다. 면역력이 약한 이들과 대중 접촉을 피할 수 없는 이들을 보호하는 조처다. 앞으로 지급 예정인 물량까지 포함하면 마스크는 총 170만 매, 소독제는 500ml 12만 병이 나간다. 물론 주민들이 부담하는 비용은 없다. 이 때문에 기장군 내 마스크 줄서기는 다른 지역보다 훨씬 덜한 편이다.

무상 마스크 관련 기사가 나가자 전국 곳곳에서 "고맙다", "진심으로 감동받았다"는 전화가 기장군청으로 쇄도했다. 다른 지자체 주민이라고 밝힌 이들도 "일주일째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좋은 정책을 우리 구에도 할 수 있게 알려달라"고 오 군수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예산은 핑계가 될 수 없다, 충분히 가능"

기장군 표 무상 마스크는 오 군수를 비롯한 공무원들의 앞선 '예측'과 '결단', '준비' 삼박자가 맞았기에 가능했다. 지금은 어떤 수를 써도 지자체 단독으로 수십만 장의 물량을 확보할 수 없는 상태다. 그렇다면 55억 원에 달하는 예산 투입의 문제는 없었을까? 오 군수는 갑자기 자매도시 무주군의 이야기를 꺼냈다.

"한 예로 전북의 무주군도 무상배포를 합니다(2월 28일부터 면 마스크 5만여 장 배포). 그곳도 예산이 넉넉하지 않아요. 무주군은 왜 이게 가능하겠어요. 기장군민의 안전과 생명은 기장군과 군수가 책임져야 합니다.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사태가 발생했을 때, 이때 세금을 써야죠.

전 업무추진비가 없습니다. 부군수도, 부서별 업무추진비도, 정부 가이드라인 3분의 1 수준이에요. 이러한 돈 아끼고, 쪼개고, 모아놨다가 위기 때, (주민들이) 고통받고 불안해 할 때 최소한의 조처를 해야 도리예요. 중앙정부 도움만 바랄 게 아니라 지방정부가 한발 앞서서 몸을 던져야 해요. 있는 돈, 없는 돈, 꺼내야죠."


'포퓰리즘 정책이다', '예산이 부족한 지자체는 어렵다'는 지적을 아느냐는 질문에도 오 군수의 입장은 확고했다. 그는 "여기에 예산은 핑계가 될 수 없다, 충분히 가능하다, 우리도 예비비를 쓴다"면서 "재난관리기금도 있다, 지금보다 중차대한 재난이 어딨겠느냐"라고 반문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경험은 2020년 코로나19 대응의 교훈이 됐다. 기장군 무상 마스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당시 오 군수는 백신도 없는 상황에서 환자가 늘자 급히 예비비 투입을 결정, 90만 장의 마스크를 세대당 10매씩 무상 지급했다. 오 군수가 직접 단장을 맡아 방역에 나선 노력은 2017년 기초지자체 처음으로 방역전담부서를 만드는 성과로 이어졌다.

오 군수는 예정된 170만장에다 추가로 마스크를 배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3차 이후에도 조금 더 보태면 4차 물량 확보가 가능하다. 필요하면 5차도 하겠다." 오 군수의 의지다.
 
세 차례 170만장 무상 마스크 배포에 이어 4, 5차 배포까지 계획하고 있다는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
 세 차례 170만장 무상 마스크 배포에 이어 4, 5차 배포까지 계획하고 있다는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
ⓒ 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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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오규석, #기장군수, #무상마스크, #기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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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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