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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지난 12일 단독보도한 국가정보원(국정원)의 '명진스님 X 파일'은 국가기관이 나서서 한 자연인을 철저하게 파괴하려 한 광기, 그 자체였다. 이 문건은 가공할 만한 파괴력으로 명진 스님의 봉은사 주지직을 박탈한 치밀한 불법 공작의 기록이지만, 사실 왜곡과 과장, 허위 사실 적시 등 국가기록물로 보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엉성한 구석도 있었다.

이번에 <오마이뉴스>가 공개한 국정원의 명진 스님 불법 사찰 문건은 2009년부터 2012년 사이에 작성된 13건이다. 명진 스님은 국정원을 대상으로 한 30건의 정보공개 소송에서 일부 승소해 지난 12월 '명진 봉은사주지 관련 각종 추문 확인 결과 및 평가', '명진 주도 불순모임 명쫓사 특이동향 및 평가' 등 30쪽의 문건을 받아냈다.

국정원의 불법사찰 문건 대부분 실행된 듯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명진스님 국정원 사찰 문건 중 일부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명진스님 국정원 사찰 문건 중 일부
ⓒ 명진스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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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건은 국가기관이 MB정부를 비판하는 명진 스님을 퇴출하기 위해 종교계뿐만 아니라 언론, 보수단체와 교감하거나 동원한 의혹이 짙은 불법 공작의 기록이다. 문건에 따르면 "조계종 호법부를 통한 (명진 스님) 승적 박탈 등 징계절차에 착수토록 주지"시켰고, "보수 인터넷 언론으로 하여금 명진의 부조리 의혹·설 등을 기획·연재보도토록" 했다. 또 "보수성향 신도단체로 하여금 명진 실체 폭로 유인물을 봉은사 등에 배포"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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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국정원이 기획한 공작은 대부분 현실로 나타났다. 당시 보수언론, 인터넷 매체들은 명진 스님을 비난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보수단체들은 봉은사에 유인물을 뿌렸다.

지난 7일 각종 불법 정치공작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징역 7년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판결문 설명 자료에서 명진 스님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적시했다.
 
심리전단 방어팀 소속 직원들로 하여금 이○박 대통령을 비판해온 승려 명○의 책자 출판에 대한 견제 활동 전략을 수립하여 보고하거나 위와 같이 수립된 대응계획에 따라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를 동원하여 명○을 규탄하는 집회 개최, 비난 광고 게재 등의 활동을 실행하게 함으로써 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함.

"대표적 종북좌파" "승려생명 치명타"... 노골적 적대감 표출
 
 명진 스님
 명진 스님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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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국가 공무원이 작성했다고 보기에 어려울 정도로 명진 스님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감을 문건에서 감추지 않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명진 스님에 대한 MB정부의 전반적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정원은 문건에서 명진 스님을 '대표적인 종북좌파'로 낙인찍었지만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또 "승려 생명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는 확실한 물증"을 찾기 위해 골몰했다. 명진 스님이 일부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의 4대강사업 등을 비판하면, 국정원은 "좌파성향 언론 등을 활용해 정부 흠집내기 주력" "망발" "불만표출" 등 문건에 감정적 표현을 써가며 적었다.

과장되거나 거짓된 내용도 많았다. 또 정부 기관이 작성한 문건치고는 엉성한 부분도 있었다.

이 문건에 대해 명진 스님은 지난 3일 오마이뉴스 등과의 인터뷰에서 "굉장히 무성의하게 사찰했기에 보고서를 쓴 사람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조작된 사실을 바탕으로 사람을 계획적으로 음해하기 위한 정부의 공작"이라고 평가했다.

사실 국정원은 이 문건에 시종일관 등장하는 명진(明盡) 스님의 법명조차 '明眞'이라고 다른 한자로 표기했다. 2010년 3월 24일 작성된 '봉은사 관련 주요 현황' 문건에서는 학력사항도 '동국대 철학과 졸업'이라고 잘못 기재했다. 명진 스님은 서울공고를 졸업한 뒤 출가했다.

2010년 3월 31일 '명진 봉은사 주지 관련 각종 추문 확인 결과 및 평가'라는 문건에 보면 "산문 출입을 금하고 1000일 기도를 올리겠다고 공언하였으나 지하주차장을 통해 외부에 들락거리다 신도들에게 들통"이라고 나와 있는데, 봉은사에는 지하주차장이 없다.

또 같은 날 작성한 문건에서는 "명진에게 연간 수십억 원대의 별도 수입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 "명진은 09.8.31 용산 유족들에게 '개인적'으로 모은 1억 원을 성금으로 전달할 정도로 재력 과시"라고 적었다. 하지만 명진 스님을 보좌해온 유병문 '평화의 길'(이사장 명진 스님) 사무처장은 "신도들이 별도로 주는 시주금은 새해인사, 생일 등 인사차 올 때 주는 것이 전부이며 이를 4년동안 모은 것이 1억4천만 원이었고 그 중 1억 원을 용산 유족들에게 기부했다"고 말했다.

2010년 4월 16일 '명진의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의혹 등 비리 수사로 조기 퇴출'이라는 문건에서는 "개인적 축적자금 일부를 좌파 지원에 활용 시민단체 등에 은밀 지원"이라고 적었다.
 
 봉은사참여신동 일동이 1일 <동아일보> <중앙일보>에 "명진스님! 제발 그만 하십시오, 이러다가 불교 다 죽습니다"라는 제목의 광고를 냈다.
 봉은사참여신동 일동이 1일 <동아일보> <중앙일보>에 "명진스님! 제발 그만 하십시오, 이러다가 불교 다 죽습니다"라는 제목의 광고를 냈다. 2010.4.1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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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명진 스님이 시민단체에 후원한 건 봉은사에서 매년 공개적으로 지원하던 사회단체 지원금이다. 신도들과 함께 예산회의를 통해 공개적으로 편성된 예산이기도 하다. 물론 언론에도 이미 보도된 것들인데, 이를 '은밀'하게 지원했다면서 음모적으로 표현했다. 국정원이 합법적인 사회단체 지원조차 편향적 시각으로 바라봤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정원은 2012년 3월 22일에는 단순 식사 모임을 두고 '명진 주도 불순모임 '명쫓사' 특이동향 및 평가'라는 문건을 만들어 확대 해석하기도 했다. 이 문건에서 국정원은 "최근 반정부 활동에 가담해온 종북 성향 인물들이 명진 봉은사 전 주지 주도 아래 이른바 '명쫓사'를 결성해 대정부 손해배상소송 제기 등 대외 활동 확대를 기도한다는 언론보도 관련 특이 동향을 점검"이라고 적었다.

명쫓사 모임에는 당시 김미화 방송인, 정연주 전 KBS 사장, 신경민 전 MBC앵커(현 국회의원), 서기호 전 판사, 쌍용자동차 노동자, 용산참사 유가족 등이 참여했다. 이명박 정권 당시 부당하게 해고당하거나 핍박을 받았던 인사들이다. 유병문 처장은 "이 문건은 명쫓사에 대한 과장된 평가도 평가지만 국정원이 이런 모임조차 불온세력으로 본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허위·과장 정보, 탄압의 근거로 활용돼

실제 이런 모임에 대한 과장과 확대 해석은 불법 탄압의 근거로 활용됐다. 가령 2009년 11월 13일 작성된 '좌파인물들의 이중적 행태 및 고려사항' 문건에서는 "검찰, 경찰, 감사원, 국세청 등과 긴밀하게 협조해 좌파의 부정부패 등 취약점을 철저히 조사, D/B를 구축"이라고 적혀있다.

여기에 그친 게 아니라 "좌파 핵심 인물들의 반도덕적, 파렴치한 행태 폭로를 통해 조직내 분열을 꾀하면서 기존 회원들의 탈퇴 및 지원중단 유도에 박차"를 가했다. 또 "정부 보조금 횡령, 공금 유용 등 범죄에 대해서는 관련법을 적극적으로 적용, 의법처리"하는 방안을 대책으로 내놨다.

명진 스님은 이 문건을 보면서 황당하다는 듯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스님은 "명쫓사는 이'명'박에게 '쫓'겨난 '사'람들인데, 1년에 한두 번씩 모여서 MB 정권 당시 각자의 자리에서 물러난 분들이 모여 밥이라도 먹고 서로 위로를 하자며 만들어진 모임"이라며 "집단적으로 모여 조직을 만들고 행동을 하는 그런 모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명진 스님 퇴출 공작을 위해 막연한 '설' 등의 첩보와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하기도 했다. 다음은 2010년 3월 31일 작성된 '명진 봉은사 주지 관련 각종 추문 확인 결과 및 평가'에 나온 내용이다.
 
01년 당시 봉은사 인근 COEX건축 관련 수행환경 훼손을 빌미로 ○○○○○○으로부터 합의금 100억원을 받아내 관련 승려들과 분배후 착복설 *○○(당시 ○○○ 몫), ○○(○○○ 몫), ○○(총무원장 최대지원세력인 제3교구본사 몫) 명진(반대활동 주도 공로) 등에게 각각 25억원씩 배분

조계종의 금강산 방북 신청 불허 관련 사유 설명을 위해 봉은사를 방문(2.26)한 통일부 관계자에게 '인상이 좋으니 진급을 시켜주겠다'고 언동하는 등 자신이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양 과시행태 표출

이와 관련 유병문 사무처장은 "합의금을 분배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면서 "당시 법장 총무원장 시절 총무원과 봉은사 제3교구본사 신흥사 등에서 분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명진 스님은 일체 관여한 바 없다"고 말했다. 유 처장은 또 "당시 통일부 관계자를 만난 사실은 있지만 진급 등의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면서 "이 내용을 보면 국정원이 명진 스님을 퇴출하려고 통일부 관계자의 방문 뒷이야기도 수집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명진 스님은 "국가 기관이 일정한 사실에 근거해 기록을 남겨야 하는데 전혀 터무니없이 조작된 사실을 갖고 사람을 못 쓰게 만들었다"라며 "이게 어떻게 국가기관이 하는 일인지 기가 막히고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문건에서) 재밌는 부분이 '일일이 대응할 경우 명진의 대외 위상만 높여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전략적으로 대처'인데, 이런 대목이 헛웃음도 나고 이 사람들(국정원)이 참 유치하기도 하고. 아니, 명진 개인에 대한 대응을 국가기관이 전략적으로 한다는 게 말이 되나."
 
 생명과 평화를 위한 콘서트 '강의 노래를 들어라'가 29일 밤 서울 강남구 봉은사 특설무대에서 열렸다. 봉은사 명진 스님이 참석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있다.
 생명과 평화를 위한 콘서트 "강의 노래를 들어라"가 29일 밤 서울 강남구 봉은사 특설무대에서 열렸다. 봉은사 명진 스님이 참석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있다. 2010.5.29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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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작성 '주요 목록'의 28번째가 명진... 다른 피해자 더 있을듯

이번에 공개된 국정원 사찰 문건에 따르면, 명진 스님 외에도 사찰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종북좌파연계 불순활동혐의자 주요 목록'이라는 문건에 따르면, 명진 스님은 이 '주요 목록'의 28번째에 있다. 나머지 목록은 가려져 있으나 적게는 27명의 사찰 피해자들의 문건이 국정원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정원 개혁위 관계자는 개혁위가 사찰 문건을 처리할 때 "직접 국정원 파일에 접근한 게 아니라 조사 대상을 넘겨주면 국정원 직원들이 자료를 검색했다"고 밝혔다. 국정원 직원들이 '명진'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해 나오는 것만 찾았다는 것이다. 국정원 직원들이 일부러 은폐하거나 검색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사찰 관련 내용을 숨길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이 관계자는 "(국정원 문건이) 걸러지고 걸러져서 엄폐됐을 가능성은 충분하다"면서 "결국 국정원 사찰 문제를 밝히려면 특별법을 제정하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내놔라내파일 시민행동' 곽노현 상임공동대표(전 서울시교육감)는 11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통화에서 "사실이 아닌 일방적인 내용을 작성했고 의혹도 카더라 수준을 정보랍시고 수집하지 않았나"라면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국정원 수집 문건들은 인권침해적 요소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단순히 공개하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21대 국회가 들어서면서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국정원 특별법을 통해서 수정 혹은 삭제할지를 정해야 한다."

명진 스님의 X파일이 공개되면서 국정원을 상대로 불법 사찰 파일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내놔라 내파일 시민운동'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종교계와 정치권에서도 국정원과 조계종 총무원이 나서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관련기사] "자승 전 원장 집행부가 권력 하급기관 노릇? 진실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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