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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1월과 2월. 바야흐로 총회의 계절이다. 대의원 대회도 열린다. 이런 자리는 축제가 되기도 하고 갈등과 대립이 부딪치기도 한다. 갈등의 외형은 어찌 보면 자질구레한 것들이 많다. 절차의 민주성 문제, 정관과의 합치 문제, 결정의 정당성 문제는 그래도 제법 비중이 있는 주제다. 혐오성 발언 문제, 성평등 훼손 문제, 정회원 자격과 의사정족수 문제도 그렇다. 그러나 그 내면에는 상한 감정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안타깝게도 이 과정에서 폭력이 등장하기도 한다. 물리적 폭력이야 없겠지만(있기도 하나?) 언어·문자적 폭력, 정서적 폭력, 배재와 외면이라는 폭력으로 마음 상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지리한 논란 끝에 다다르는 해법들은 대개 공개 사과, 해임, 자진 사퇴, 정직, 사퇴 권유 등이다. 그러나 강요된 것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이것도 일종의 '폭력'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폭력적(!) 방법으로 해결을 해 가는 과정에서 그 누구도 원치 않는 일들이 생겨난다. 활동 중단을 선언하면서 잠행을 하는 회원도 있고 아예 탈퇴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드러나지는 않아도 마음에 상처를 입고는 매사에 소극적으로 되는 회원들은 더 많을 것이다.

이 책 <비폭력대화>를 '폭력이 없는 대화법'이라고 이해한다면 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주고받는 언어와 대화의 방식을 바꾸자고 주장하는 책이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마음을 나누자고 강조한다. 누구나의 내면에 잠겨 있는 긍정적인 면이 밖으로 잘 드러나도록 하자고 역설한다. 

다들 주관적으로는 정의가 죽느냐 사느냐, 원칙이냐 타협이냐, 개인이냐 조직이냐 등등의 논리로 무장한 채 겨루고 있으면서  마음을 나눈다거나 긍정성만 키우는 게 가능할까?

비폭력대화의 시작은 관찰하기

이 책 제9장 '우리 자신과 연민으로 연결되기'에 아주 잘 나온다. 191쪽에서 193쪽에 걸쳐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말 중에는 수치심과 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많다고 하면서 수치심과 죄의식을 불러 일으키는 단어나 주장들은 자신이 참으로 바라는 바를 결코 달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꾸지람과 비난을 띈 말로서 자신이 원하지도 않는 방향으로 사태를 몰고 간다는 지적이다.
 
책 책 표지
▲ 책 책 표지
ⓒ 전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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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자신의 바람이 충족되고 있는지, 어느 만큼이나 충족되었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말이 비폭력대화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구체적인 방법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그대로 관찰하기다. '관찰'을 실패할 때 문제가 커지기 시작한다. 가장 비중을 둬야 하는 비폭력대화의 기초라 하겠다. 둘째는 관찰에 대한 느낌 알아채기다. (어설픈) 관찰과 동시에 일어나는 생각과 판단, 단죄가 우리의 일상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의 생략되어 있는 '내 안의 느낌'을 보듬어 내야 한다. 

셋째는 내가 참으로 바라는 것이 뭔지를 다시 들여다보는 것이 비난과 분노와 편 가르기를 하지 않는 지혜라 하겠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가 '부탁하기'다. 그것도 아주 공손하게.

나는 이 '부탁하기'를 읽으면서 역지사지의 측면을 보았다. 상대방의 비난과 공격도 '부탁하기'가 거칠게 드러났을 뿐이라는 사실을 직시하는 것 말이다. 둘째의 '느낌 알아채기'도 매우 중요하다. 사실, 말이나 글은 매우 거친 의사표현이다. 본의가 제대로 전달되기에는 큰 한계를 가진다. 느낌과 직관이 훨씬 풍부하고 정확한 전달 수단이다. 때론 말 없는 침묵이 제대로 뜻을 주고 받던 경험들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장마다 요약이 나오거나 사례가 나오며, 연습문제가 나온다. 몇 차례에 걸쳐 함께 책 읽기를 하기에도 좋은 책이다.

피해자는 물론 가해자까지 모두의 상처·고통 치유하기

<비폭력대화>는 쇄를 거듭하면서 대상 독자를 세분화하여 청소년, 교사용 책이 나오기도 했다. 실습과 익힘 행사도 많이 열린다. 비폭력대화의 철학과 원리와 심리를 깊이 있게 파고드는 책이 <우리 시대의 회복적 정의>가 아닐까 한다. 전혀 새로운 접근법을 보여준다.

갈등 해결의 기법과 기술을 넘어 갈등의 뿌리가 무엇인지, 눈에 보이는 것과 안 보이는 것의 바탕을 파고들면서 '회복'을 추구하는 책이다. 개인 간의 갈등과 개인과 사회, 집단과 집단의 갈등에 대해서 우리의 관점에 변화를 주는 책이다.

사과 요구, 징벌과 격리, 질책 등 피해자 중심주의라는 '사법 정의'가 아니라 피해자나 가해자의 상처와 고통을 함께 치유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접근이다. 이를 이 책에서는 '회복적 정의'라고 한다.

실제,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감옥의 죄수들을 상담하고 교화의 과정을 지켜 보면서 정리 해 낸 해법들인데 이를 일반 단체나 조직에 적용해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회복적 정의'란 가해자도 문제지만 난데없이 큰 피해를 당한 피해자 사람 역시 잠재적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바라보면서 이 사회 전체를 보호하는 데에 중점을 두자는 견해다.  
 책 앞표지
 책 앞표지
ⓒ 대장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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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피해자를 또 다른 잠재적 가해자로 본다고? 우리는 사고(?)가 생기면 2차 피해 방지에 전념하지 않는가. 이 '회복적 정의'는 거기에 한정하지 않는다. 가해자는 스스로도 기억 못 하는 큰 피해자로서의 상처가 있을 수 있다고 보는 관점이다. 

그래서 '사법적 정의'인 처벌을 능사로 보지 않는다. 아무리 절차나 규정에 따른 처벌이라고 해도 당사자가 100%로 수긍하지 않는 처벌은 폭력으로 잔존하면서 더 큰 가해자의 역할을 하게 된다는 논리다. 범법자의 재범율이 이를 증명한다는 것이다. 감옥이 도리어 교화의 장소가 아니라 범죄자 양성소가 된다는 현실을 지적한다.

개인의 정의를 세움과 동시에 사회의 정의를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저자인 하워드 제어는 미국의 대학에서 '갈등전환학'이라는 우리가 듣도 보도 못한 학과의 학과장이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법 절차가 다 끝나고 나서도 분을 삭이지 못하고 정부기관과 시민단체, 언론사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면서 어떠한 완벽한 '처벌'도 원한과 상처를 남긴다면서 용서와 화해를 통해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를 끌어안는 '회복적 정의'를 추구하자고 말한다.

인상 깊은 대목은 230쪽에 있다. '실질적 책임'은 다차원적이라고 하면서 피해자, 공동체, 가해자의 역할을 동시에 조망하는 대목이다. 처벌뿐 아니라 보상, 치료, 경청 등을 말한다. 어쩌면 종교인들의 영역이라 여길 수 있지만 사법체계와 집단 관계에서도 얼마든지 이뤄 낼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오랜 현장 경험에서 얻은 결론들이다.

영혼과 정신의 성숙과정서 갈등 바라보고 풀어가는 법
 

<아직도 가야 할 길>은 영혼과 정신의 성숙과정에서 갈등을 바라보고 풀어가자고 하는 책이라고 보면 된다. 당장의 시급한 문제도 풀어야 하지만, 그것을 통해서 어떻게 성숙해 갈지를 가늠하고 그것을 이뤄 낸다면 같은 갈등이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모든 갈등과 대립을 원상회복이라는 소극적 지향을 넘어 당사자는 물론이고 관계되는 주변인이나 집단이 함께 영적 성숙을 이뤄가는 과정으로 대응해야 문제의 근본이 풀릴거라는 점은 이해 되지만 그 과정이 간단치 않을 듯 싶다. 저자는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450쪽이나 되는 책의 대부분은 사랑과 은총의 차원에서 서술된다. 사랑과 은총이라고 하면 규범과 행위 중심의 규제 차원에서 접근하는 일반적인 갈등 해법과 상당히 다르다고 느낄 것이다. 종교지도자의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으나 책 속에 있는 풍부한 사례들을 보면 꼭 그런 얘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일상에서 누구나 사랑과 은총을 베풀과 누릴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저자는 목사나 스님이 아니라 군의관을 지낸 정신과 의사로서 직접 다양한 환자를 치료하면서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모든 인간의 내면에는 건강과 전체성과 신성함을 향한 자연스러운 열망과 추진력이 다 깔려 있다(87쪽)면서 두려움이라는 근거 없는 사슬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된다고 본다. 갈등과 대립의 기저에는 결국 '두려움'이 있다는 말이 된다.

조직이 깨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다른 사람들이 따라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처벌하지 않으면 만연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단호하게 제재를 하지 않으면 정의가 무너질 거라는 두려움.   
 
 책 앞표지
 책 앞표지
ⓒ 율리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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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은 무의식 속의 억압으로부터 나오는데 무의식이 주는 메시지는 두려움 뿐이 아니다. 일상 속에는 다양한 무의식의 메시지가 널려 있다고 한다. 그것을 은총으로 여기고 치료 과정에 따르는 고통을 즐겁게 감수하자고 하는 책이다. 사례들이 병원과 환자들 얘기로 보이지만 갈등과 충돌의 현장 역시 하나의 병실과 환자 현상이라고 본다면, 어떻게 자신과 씨름하면서 보다 높은 차원으로 성숙해 나가는가에 중점을 둔 갈등 해법 책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농어민신문>에도 실립니다.


아직도 가야 할 길

M.스캇 펙 지음, 최미양 옮김, 율리시즈(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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