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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올 신년사에 어떤 내용이 실릴지가 관심이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취임 후 7년 만에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았다. 대신 지난 연말에 개최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결과가 <로동신문>에 실렸다.

전원회의에 실린 내용을 보면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을 비난하며 "곧 머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향후 미국의 대북 입장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대화의 여지는 열어 놓았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이를 미국과의 협상 중단이라고 주장한 전문가가 있다. 바로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이다.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 지난 1월 29일 판교에 위치한 세종연구소에서 정 센터장을 만나 이야기들 들었다. 다음은 정 센터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트럼프 재선돼도 지금 방법으론 북한 못 바꿔"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 센터장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 센터장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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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연말에 개최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결과와 관련해 정성장 센터장님은 "비록 김정은이 미국과의 '협상 중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비핵화 협상 무용론을 주장했기 때문에 사실상 미국과의 협상 중단을 선언한 것과 다를 바 없다"라고 하셨던데 그렇게 판단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1월 신년사를 통해 미국과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겠지만 미국이 계속 제재와 압박에만 매달린다면 북한은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2019년 2월 말에 있었던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4월에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을 통해 2019년 말까지 미국과 한 번 더 협상해볼 용의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판문점에서 다시 만나고 스톡홀름에서 북미 실무회담이 개최됐는데 아무 성과가 없었죠. 결국 김 위원장이 2019년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로 가겠다는 것을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정면 돌파 노선을 제시함으로써 구체화한 것입니다. 북한의 새 노선은 미국과의 대결과 제재가 장기화할 것을 염두에 두고서 자력갱생과 자강력 강화를 바탕으로 제재를 이겨내겠다는 거죠."

- 그럼 아예 협상 판이 깨진 거라고 보세요?
"김 위원장은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핵과 미사일 능력을 질적·양적으로 계속 강화하겠다고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리고 올해 1월 김계관 외무성 고문은 담화를 통해 미국이 양보할 수도 없고 미국의 입장이 바뀔 수 없다는 걸 잘 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상 미국과 협상이 안 된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한 것입니다. 이미 김 위원장이 자신의 입으로 2019년 말까지만 한 번 더 협상해 보겠다고 했는데 또다시 협상에 나서면 자신의 말을 부정하는 거죠."

- 올해 미국 대선이 있는데 그때까지 협상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고 그 이후로는 모르는 것 아닌가요?
"올해는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있으니까 북한이 더더욱 협상에 소극적으로 나오겠죠. 왜냐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더라도 현재의 접근방법 가지고는 북한의 태도를 바꿀 수 없습니다."

- 여기까지 온 것도 트럼프 대통령 덕분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여기까지 온 데는 트럼프 대통령의 김 위원장과의 직접적인 협상 의지가 매우 중요하게 작용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상의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북·미 모두 수용 가능한 협상안이 있어야 합니다. 단순히 정상의 의지만 가지고는 북한 비핵화와 같은 불가능에 가까운 어려운 문제를 풀 수가 없습니다. 북한의 핵 포기는 북한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북한이 만족할 만한 상응 조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미국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북한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새로운 전략 무기'에 대해 언급했는데요. 새로운 전략 무기가 뭐라고 보시나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는데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또는 기존의 미사일방어체계로는 막을 수 없는 극초음속 미사일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그동안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바지선에서만 발사했고 신형 잠수함에서는 쏘지 못했는데, 북한이 동해에서가 아니라 만약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신형 잠수함으로 SLBM을 발사한다고 하면 큰 충격을 주겠죠.

그리고 또 그것 외에도 생각할 수가 있는 게 EMP(Electro Magnetic Pulse, 핵 전자기파)탄입니다, 2017년 9월 북한은 6차 핵실험을 강행하기 직전에 EMP 공격능력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북한은 수소폭탄 사진을 공개하면서 북한이 개발한 수소탄은 거대한 살상파괴력을 가질 뿐만 아니라 전략적 목적에 따라서 고공에서 폭발시켜 광대한 지역에 대한 초강력 EMP 공격까지 가능할 수 있는 다기능화된 열핵 전투부라고 주장했습니다. 만약 북한이 핵폭탄을 1.5t으로 소형화해서 노동미사일을 사용해 충청도 상공에서 20kt급 EMP 핵폭탄을 터트리면 엄청난 전자기 쇼크가 수도권, 강원도, 충청도, 경북 북부지역을 강타해 대부분의 전압시설과 전자부품이 파괴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엄청난 위력을 가진 탄이죠."

- 2018년 이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많다고 보세요?
"상당 부분 그렇게 될 수 있는데 그렇다고 완전히 과거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입니다. 2018년 이전에는 북한이 미국에 대해서 매우 공격적인 발언들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앞으로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핵과 미사일 능력을 더 강화한다면 미국이 그것을 가지고 특별히 추가 제재를 가할 명분이 약합니다. 그래서 북한의 핵무기가 100개 정도로까지 늘어나게 되면 미국도 현실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겠죠."

- 미국은 너무 제재 만능주의에 빠져 있는 것 아닌가 생각되는데.
"맞습니다. 미국은 제재로 북한을 굴복시킬 수 있다고 보는데 그런 전략이 결국은 실패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제재를 완화시켜주면 북한이 그것을 이용해 외화를 벌어 핵무기와 미사일을 더 많이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하니까 제재 완화에 대해 매우 경직된 태도를 보이는 겁니다."

- 미국이 제재를 완화해주고서 만약 북한이 계속 핵 개발하면 그때 가서 또 다시 제재를 강화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영변 말고 다른 지역의 우라늄 농축시설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얼마나 만드는지 미국이 확인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만 가지고 대북 제재를 완화하기 어려운 거죠. 그래서 중요한 것은 영변 핵시설과 다른 지역의 우라늄 농축시설, 핵무기, ICBM의 폐기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제재 완화뿐만 아니라 북미 관계 정상화 그리고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도 병행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미 양자 회담만으로는 안 되고 남북한, 미국, 중국이 참가하는 4자회담으로 타협안을 도출해야 합니다. 가령 군사시설 같은 민감한 곳을 미국이 사찰하고 싶다고 하면 북한이 거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북한과 중국은 우호적인 관계이기 때문에 미국이 접근하기 어려운 시설에 중국이 대신 들어가서 사찰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중국이 끼어드는 걸 미국은 못마땅해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러니까 미국이 어리석은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중국의 적극적 협력 없이 북한의 비핵화 진전은 불가능합니다. 왜냐면 중국이 북한에 식량 100만 톤 정도를 지원하고 수십만 명의 관광객을 보내면 북한이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고 핵을 포기할 이유가 사라지게 됩니다. 따라서 미국이 중국의 협상 참가를 꺼리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거죠."

- 미국은 혹시 북한 핵 문제 해결보다 현재 상황을 즐기는 것은 아닌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은 이미 2017년에 워싱턴 DC까지 도달할 수 있는 ICBM 능력을 보여 주었습니다. 아직 대기권 진입 기술은 보여주지 못했다 하더라도 미국까지 도달할 수 있는 사정거리 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에 미국은 현재 북한 핵무기를 자국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북한, 3~4월 다시 군사행동 나설 것... 관계 냉각 전망"

-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와 기자회견을 통해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협상을 남북관계 개선으로 살리겠다는 입장을 밝혔어요. 이 입장 어떻게 보세요?
"한국 정부가 개별관광을 통해서 남북관계를 개선해 보겠다고 하는데 한국의 개별관광으로 북한이 벌어들일 수 있는 외화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남한에서 매우 많은 관광객이 북한에 간다고 하면 미국이 반대할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이 그걸 무릅쓰면서까지 대규모 관광을 허용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관광객이 설령 많이 간다 하더라도 북한이 단지 그것 때문에 비핵화 협상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북관계 개선으로 북미관계에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내겠다는 것은 매우 순진한 발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 북한은 개별관광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어요. 한국의 개별관광 수용할까요?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에 대한 우려로 현재 국경까지 거의 폐쇄한 상황이기 때문에 남측의 개별관광 문제까지 고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적어도 수개월 동안 중국에서 북한에 관광객이 들어가지 못함으로써 향후 북한의 외화 사정이 상당히 악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만약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진정되면 북한은 외화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의 개별관광 수용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한국 정부가 정말 북한을 움직이려면 현재 북한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를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굉장한 두려움을 갖고 있는데 거기에 대처할 능력이 부족합니다. 우리는 과거 사스라든지 메르스에 대한 경험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어느 정도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 보건 마스크와 손 세정제 같은 것을 제공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이나 보건당국 간 접촉부터 먼저 제안하고, 만약 북한이 그 같은 제안을 수용하면 그다음에는 한미워킹그룹을 통해 북한에 검역 및 격리병동 운영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 제공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은 북한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함으로써 북한의 마음을 사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때입니다."

- 지난 1월 25일 김정은 위원장의 고모인 김경희 전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어요. 이에 대해 정 센터장님께서는 "고모부 장성택 처형과 이복형 김정남 암살 이후 김정은 가족의 불화와 갈등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백두혈통의 결속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하셨던데 왜 지금일까요?
"김정일 사망 이후 김경희의 건강 상태가 계속 악화되어 2013년 9월 이후 6년 이상 공개활동도 중단되었는데 최근에 그가 김정은과 함께 공연을 관람했다는 것은 그만큼 건강이 상당히 회복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금은 북한이 국제 사회의 제재를 극복하기 위해 내부 결속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백두혈통 김경희와 김정은의 화합과 결속을 내부적으로 과시할 필요가 있는 거죠."

- 북한 신임 외무상에 리선권 전 조평통 위원장이 임명되었습니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는 "리선권은 그래도 대남 실무 경험이 많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인물을 외교수장으로 앉힌 것은 다소 긍정적일 수 있다"고 평가합니다. 그런데 정 센터장님은 왜 리선권 임명이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낮게 보시나요?
"북한에서 외무상이란 직책은 남한을 제외한 비사회주의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직책입니다. 그러니까 리선권 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외무상 직에 임명되어 남북관계와 관련해 할 수 있는 역할이 전혀 없습니다. 당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장이나 조평통 위원장 대신 내각 외무상이 남북대화에 나설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 그럼 왜 리선권을 임명했을까요?
"리선권은 군부 출신으로서 군부의 이익을 대변해온 사람입니다. 현재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고 공고화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런 북한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사람이 필요한 것입니다. 만약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여전히 염두에 두고 있다면 리용호를 해임하고 그 자리에 비외교관 출신의 리선권을 임명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 올해 남북관계 어떻게 전망하세요?
"올해 3월~4월에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비록 축소된 형태로라도 재개되면 그때 다시 북한이 군사적인 행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충격적인 실제 행동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예고한 만큼 2019년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SLBM 시험발사 수준을 넘어서는 행동을 보일 수 있습니다. 특히 올해 10월 10일은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이기 때문에 북한이 대규모 열병식을 진행할 것입니다. 그때 다탄두 ICBM이나 극초음속 미사일 또는 EMP탄과 같은 신형 전략무기를 공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가 더욱더 냉각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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