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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서지윤 간호사가 태움(의료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세상을 떠난 지 1년이 지났다. 1년 동안 변한 건 없었다. 서 간호사의 사망 이후 출범한 진상대책위원회가 간호사 노동조건 개선 등 34개 내용을 포함한 권고안을 발표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100% 이행을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2일 열린 서 간호사의 1주기 추모행사에서 가족들은 권고안이 이행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MBC 뉴스데스크는 13일 이국종 권역외상센터장을 향한 '막말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은 곪을 대로 곪은 의료현장의 문제들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중증외상센터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오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이 센터장은 닥터 헬기 사업과 병실 부족 문제, 인력 충원의 세 문제점을 꾸준히 제기해왔지만 크게 해결된 것은 없었다.
 
 국화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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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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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발견하면 우리 병원은 가지 말아줘. 조문도 동료들이 안 왔으면 좋겠어."

1년 전, 서 간호사가 세상을 떠나며 세상에 남겨둔 말이다. 죽어서도 가고 싶지 않았던 병원 현장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생명을 살리는 현장이라기보단 끼니조차 때우지 못 하고 철저하게 태워지는 현장에 가까웠을 것이다.

관계자들은 태움의 원인이 '인성'의 문제가 아닌 '인력 부족'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 병원 내의 전체 간호사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신규 간호사를 전담하여 교육하는 과정이 생략된다. 신규 간호사들은 아무런 준비없이 초를 다투는 현장에 내던져진다. 이러한 현장에서 신규 간호사에게 맡겨지는 업무의 강도는 그들의 능력범위를 벗어나고, 자연히 그들의 능력 부족은 꾸짖음을 받게 된다.

서 간호사가 세상을 떠나고 같은 계절이 돌아왔다. 하지만 간호사가 자기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현장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간호사들에게는 '침묵'과 '견딤'이 덕목이 되고 있다.
    
 MBC < 뉴스데스크 >는 13일, 이국종 아주대 권역 외상센터장이 과거 아주대 유희석 의료원장으로부터 욕설 등 폭언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MBC < 뉴스데스크 >는 13일, 이국종 아주대 권역 외상센터장이 과거 아주대 유희석 의료원장으로부터 욕설 등 폭언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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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려쳐 XX야, 인간 같지도 않은 XX가 말이야."

영화 속 영웅 같았던 그가 꽤 지쳐있었다.

15일 MBC <엠빅뉴스>가 공개한 영상에서 이국종 센터장은 이번 욕설 사태를 두고 병실 부족 문제와 인력 충원을 꼬집었다.

이 센터장에 따르면, 아주대학교 병원 측은 응급 환자를 외면할 수 없으니 부족한 병실을 본관의 병실로 보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력 충원의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67명의 간호사 인력 충원을 요청했지만, 그중 30명 남짓이 승인되었다. 각자의 역할이 생명과도 같은 집중치료실 간호사, 외상 병동 간호사, 마취 간호사, 항공전담 간호사 등이 자리를 잃었다. 이 센터장의 언급대로 또다시 간호사들이 몸을 '쪼개서' 일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박민숙 전국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2018년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 "우리나라는 간호사 1명이 20명의 환자를 돌본다. 그러다 보니 노동강도가 어마어마하다"면서 "간호사 법정인력 기준이 있지만 병원이 지키지 않고 있다. 대학병원 정도 되어야 간호사 1명당 20명의 환자를 돌보는 수준이고, 지방에 있는 민간 중소병원을 보면 간호사 1명이 50명의 환자를 담당하기도 한다"며 의료 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를 꼬집었다.

두 의료계 종사자는 참 닮아있었다. 인력 부족이라는 고름이 곪고 곪아 본인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환자의 고름은 손쉽게 치료할 수 있는 그들이 본인의 고름은 곪아 터져도 어찌할 바 없었다. 누군가 확실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그들의 고름은 치료될 수 있다.

지난 2019년 1월, 고 서지윤 간호사가 세상을 떠났다. 네 계절을 돌아 다시 겨울이 찾아왔다. 이제라도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돼 우리 사회가 또다시 누군가를 등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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