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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황산 지키기 시민 문화제에서 피켓을 든 나들목숲학교 어린이.
 산황산 지키기 시민 문화제에서 피켓을 든 나들목숲학교 어린이.
ⓒ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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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8일 경기도 고양시 산황산 나무 훼손을 막기 위해 고양환경운동연합 임원들과 일산동구청 공무원들이 동행 조사에 나섰다. 환경녹지과 공무원이 물었다.

"누가, 무엇 때문에 이런 짓을 저질렀을까요?"
"현장을 보지 않았으니 누구라고 말할 수는 없지요. 숲이 훼손되어야 유리한 사람들이 이런 일을 저지르는 게 일반적입니다. 고양시가 그린벨트 지키려는 의지를 안 보이면 이런 행위는 지속될 겁니다."


산림청은 지름 10cm인 나무 1그루가 공기청정기 10대 역할을 한다고 발표했다. 대기질 정화, 정수와 담수 기능, 토사 방지, 기온 조절, 생태 고리 역할, 정서 순화 등 숲의 순기능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무상으로 받는 천혜의 선물을 평소에는 잊고 있을 뿐이다.

산황동 주민인 이용진 노인은 숲의 혜택을 체험하며 사는 농민이기 때문에 저절로 목소리가 높아진다.

"저 산에 있는 낙엽들이 다 댐 역할을 해서 홍수를 막아주고 그렇게 저장된 지하수로 우리가 농사를 짓는단 말이야. 저 산을 없애면 수맥이 끊기는데 농사를 어떻게 지어. 주민 의견 무시하고 골프장만 하려고 들면 그게 어떻게 민주주의 국가야!"

산은 옛 산이로되 훼손지로 둔갑
 
 고양시민들은 산황산이 골프장이라도 설치해서 존치해야 할 정도로 훼손된 곳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매주 토요일 오전이면 산을 찾았다.
 고양시민들은 산황산이 골프장이라도 설치해서 존치해야 할 정도로 훼손된 곳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매주 토요일 오전이면 산을 찾았다.
ⓒ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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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황산이 왜 이렇게 수난을 당하는 걸까? 거리에서 골프장 반대 서명을 받을 때 시민들은 자주 질문한다.

"도심에 자리 잡은 개발제한구역에 골프장 개발이 가능합니까?"

물론 불가하다. 다만, 2011년 12월 1일 이전 접수된 사업 중, '개발제한구역법' 제12조 제1항 제1호에 의거해 설치할 수 있다. 개발제한구역의 존치 및 보전 관리를 위한 골프장이다.

제12조(개발제한구역에서의 행위제한)
가. 공원, 녹지, 실외체육시설,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이 설치하는 노인의 여가활용을 위한 소규모 실내 생활체육시설 등 *개발제한구역의 존치 및 보전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시설


사업자가 개발하고 싶은 산을 '훼손된 그린벨트'라고 주장한 제안서를 내고, 고양시장이 그 주장에 동조하면 가능하다. 개발제한구역을 보호하는 법규의 열쇠는 '훼손지 여부'라는 말이다. '환경오염 종합선물세트'라고 하는 골프장마저 그린벨트에 설치할 수 있는 '편법의 틈'이 '훼손'에 있고, 훼손 여부 결정권은 시장에게 있다.

2013년 6월, 산황산은 '훼손되지 않은 우수한 산림'으로 국토부 판정을 받았다. 고양시가 국토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이하 '중도위')에 골프장 증설 사업 제안을 제출했고, 중도위는 다음 사유로 부결했다.

"산황산은 우수한 산림으로 소수의 골퍼에게 내줄 수 없으므로 도시관리계획결정 변경(골프)을 부결한다."

그런데 불과 3개월 후 중도위는 '산황산은 훼손된 그린벨트이므로 도시관리계획 골프장 변경을 가결한다'를 결정했다. 고양시 거주자이며 도시계획위원회 심사를 여러 번 했던 ㅈ교수는 이런 경우가 있느냐고 의아해했다.

"부결된 사안이 단기간에 거듭 제출되면 그 사안은 제외하고 심사하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현장도 기준도 불변인데 어떻게 결과가 바뀔 수 있겠어요?"
 
 뇌물수수로 기소된 C과장은 국토부 W를 비롯해 여러 공무원이 받았는데 자기만 기소되어 불공평하다고 항의했다.
 뇌물수수로 기소된 C과장은 국토부 W를 비롯해 여러 공무원이 받았는데 자기만 기소되어 불공평하다고 항의했다.
ⓒ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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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조사를 통해 다음 두 가지 사실을 확인했다.

1. 이 골프장 증설과 관련해 뇌물 수수 기소되었던 공무원 C씨의 판결문. C씨의 변호인은 '다른 공무원들도 뇌물을 받았다. 골프장 증설 승인과정에 직·간접으로 관련이 있던 국토부의 W를 비롯해 다른 공무원들에 비해 피고만 처벌하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는 변론을 제기했다. 국토부 공무원 W의 뇌물수수의 효과가 있었던 것일까?

2. 퇴직한 고양시 도시계획과 김용섭 전 과장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우리는 왜 가결됐는지 모른다. 사업자가 탄원서를 중도위에 냈기 때문이다." 관리 주체로서 모든 서류를 검토 후 국토부에 전달하는 고양시가 사업자와 국토부에 책임을 미룬 셈이다.

"산황산이 좋은 그린벨트고 골프장 경계선이 주택 30여 가구와 겹치는데 고양시는 왜 입지타당성 검토 시 반려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적법했다"고만 답했다. 고양시는 보관 중인 탄원서 공개 요청을 개인 정보라는 이유로 거절했다.  

개발의 열쇠는 '훼손지' 여부
 
 붉은 선 안쪽이 골프장 증설부지다. 위성사진으로 보아도 53%가 훼손지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붉은 선 안쪽이 골프장 증설부지다. 위성사진으로 보아도 53%가 훼손지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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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만 그루 이상 나무가 청청하게 서 있는 그린벨트를 훼손지로 조작해 골프장이나 자동차전용도로를 개발한 지자체가 있다면 승인권자인 시장이나 군수가 곧 산을 살해한 당사자라 할 수 있다. 훼손지 조작 사실이 시민들의 감시망에 포착되지 않았으면, 산황산도 2015년 12월 31일 골프장이 준공되고 산은 사라졌을 것이다.

훈령 '개발제한구역 훼손지 복구 및 정비사업 업무처리 규정' 제3조의 '훼손지' 정의에 의하면, 산황산은 훼손지가 아니다. 골프장 사업 제안서에는 증설부지 28만㎡ 중 53%가 분묘, 비닐하우스, 농장 등으로 훼손된 상태로 기록되어있다. 네이버 위성 지도만 보아도 이것이 허위사실임을 알 수 있다.

마을 주민의 반대 민원에 대한 답변서에는 생활 쓰레기들이 버려져 있고 분묘가 700여 기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2016년 2월, 주민들이 조사한 결과, 폐묘 상태인 분묘 23기를 포함해 총 172기가 있을 뿐이었다. 이마저도 100여 기는 산자락의 박씨, 장씨, 정씨 문중 선산에 집중 분포한다. 분묘가 숲 자체의 질을 훼손하지 않는다.

시민들의 여론이 산황산 보전을 원하고, 고양시장 역시 '파리기후협약 준수'를 고양시 주요 정책으로 삼고 있다. '훼손지'가 아닌 산황산을 복구하는 데는 건축물, 공작물 제거조차 불필요하다. 정기적으로 임목보육(林木保育)을 하는 육림(育林) 조치만으로 충분하다. 같은 훈령 제6조, 복구되어야 할 훼손지의 조건에 다음 항목이 있다.

다. 훼손지 복구사업을 통하여 무분별한 도시의 평면적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지역
라. 도시기능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하여 차단녹지, 완충녹지, 시설녹지 등 녹지 확보가 필요한 지역이거나 광역녹지축, 도시녹지축 등의 기능이 큰 지역
3. 대중교통, 주차장 등 기반시설을 추가적으로 설치하지 않아도 도시민의 여가이용이 가능한 지역


고양시장의 공익성 판단 기준, '나무권리선언'이어야
 
 일산 호수공원에 세워진 '나무권리선언' 기념석.
 일산 호수공원에 세워진 "나무권리선언" 기념석.
ⓒ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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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에서도 증설 후에 어린이 무료 골프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합니다. 그것도 공익성이 있어서 판단하기가 어려워요."

지난 5월 1일, 범대위 관계자가 고양시장에게 산황산 파괴를 막기 위한 공익성 판단을 잘해달라고 요청하자 나온 시장의 답이다. 고양시장은 시민 다수의 생존이 걸린 문제보다, 사익 극대화를 위한 소소한 프로그램에 큰 공익성을 부여하고 있었다. 부끄러움은 수준 낮은 답을 들은 시민의 몫이었다.

금년 3월 28일 일산 호수공원에서는 고양시장의 '나무권리선언문' 선포와 나무권리선언 기념석 개막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고양시장은 TF팀이 8개월간 정리한 선언문을 낭독했다.

시장이 전국 지자체 최초라고 자랑한 나무권리선언은 산황산 28만㎡에 우선 적용될 수 있을까? 고양시장이 역사적인 나무권리선언을 산황산에 적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말짱 속임수다.

고양시장의 실천을 기대하며 시민들은 이번 주말에도 쓰레기봉투와 집게를 챙겨 들고 산황산 정화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자연 숲 보전은 우리 시대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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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한국작가회의. 2000 한국일보로 등단. 시집 <이발소그림처럼> 공동저서 <그대, 강정>.장편동화 <너랑 나랑 평화랑>. 2011 거창평화인권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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