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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은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의 문제다!"라고 함께 외친 단체 활동가들과 예술가가 함께 제주로 떠났습니다. 제2공항 예정지에서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제주의 모습을 목격하고, 제주 사람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각자의 제주를 마음에 품고, 한껏 느끼고 왔습니다. 제주에 대한 사랑과 아픔을 나눕니다.
 
 독자봉에서 바라본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
 독자봉에서 바라본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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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기억하는 제주는 어떤 모습인가요?

제주는 특별합니다. 그 역사가, 그 자연이, 문화가 그렇습니다. 그렇게 제주를 제주답게 만드는 것들 때문에 우리는 제주를 여러 번 찾게 됩니다. 어느 도시와도 다른 제주만의 아름다움을 오래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제주 한 달 살기, 제주살이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습니다. 저도 그 틈에 끼어 제주살이를 꿈꿨습니다. 두 발로 걸어보기도, 버스를 타고 구석구석 다녀보기도, 차를 타고 자유롭게 돌아보기도 하며 제주를 꿈꿨습니다.

찾을 때마다 제주는 늘 새로웠습니다. 새롭게 아름다웠습니다. 다녀올 때마다 제주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때론 거칠지만 한없이 아름다운 제주 바다도, 날이 맑아 선명히 보일 때는 경이롭기까지 한 한라산도, 저마다 다른 색으로 멋진 섬들도 좋았지만, 저를 가장 설레게 한 건 단연 오름입니다. 처음 오름에 올라 바라본 풍경은 몇 년이 지나도 눈앞에 선명합니다. 오름 너머로 오름이 겹겹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둥글게, 길쭉하게, 작게, 크게 모습도 다양합니다. 오름에 빠져 제주에 정착한 사람들 얘기가 과장이 아님을 알게 됐습니다.

여러분이 찾고 싶은 제주는 어떤 모습인가요?

여러 번 제주에 방문한 지인은 이제 더 이상 제주에 가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왜냐고 물었습니다. "갈 때마다 변해가는 모습에 실망했어요." 숲이 사라지고, 대형 관광시설이 들어서고, 바다가 사라지고, 도로가 생기고. 그에게도 제주는 갈 때마다 새로운 곳이었습니다. 개발주의에 자연이 밀리고, 무분별한 관광문화에 삶터가 사라집니다.

누군가에겐 꿈이고 누군가에겐 삶인 제주가 그야말로 위협받고 있습니다. 그런 제주에 제2공항을 짓겠답니다. 더 많아야 하고, 더 커야 한답니다. 지금 제주에 필요한 게 더 많은 것, 더 큰 것일까요? 부실하고 허술한 데다 거짓투성이인 제2공항이 불러올 크고 많은 것들은 진짜 제주에, 제주도민들에게 더 많고 큰 행복과 기쁨이 될까요?

오름에 올라 다시 제주를 생각합니다
 
 독자봉에서 제2공항 예정부지를 바라보는 답사단
 독자봉에서 제2공항 예정부지를 바라보는 답사단
ⓒ 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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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공항 예정지 답사의 첫 일정으로 독자봉에 올랐습니다. 제주 동쪽 풍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입니다. 쑥부쟁이와 엉겅퀴 얘기를 들으며 오르니 어느새 목적지입니다. 공항 부지를 한눈에 조망하기 위해 만든 전망대입니다. 제2공항 예정지가 펼쳐져 있습니다. 숲, 밭, 아이들, 새, 숨골, 동굴, 오름, 돌, 바람, 바다, 온갖 살아있는 것들이 빽빽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덮입니다.

비행기 활주로가 닦이고, 공항과 건물이 올려집니다. 문득 가리왕산이 떠오릅니다. 빽빽하던 숲이 밀리고 길게 땅이 드러난 모습. 그저 나무가 자리고 숲이 밀렸다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어떤 풀, 꽃, 나무가 뿌리내리고 있었는지, 어떤 생명이 숨 쉬고 뛰놀았는지, 그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야 합니다. 오름에 올라 바라본 그곳은 그저 공항 예정지라는 말로 불려서는 안 됩니다. 오름을 부르고, 숲을 부르고, 새를 부르고, 사람들의 이름 하나하나를 불러야 합니다.

오름은 제주를 제주답게 만드는 대표 자연환경이면서, 또 제주 사람들에게는 삶의 터전 그 자체입니다. 세계에서 단위면적당 오름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 제주입니다. 99년 전수조사 결과로 제주 오름은 368개였지만 개발 등으로 사라지고 훼손되는 오름이 늘고 있습니다. 제2공항 예정지 안에 포함된 오름은 10개입니다. 오름 절취문제로 시끄러워지자 국토부와 제주도는 예정부지 내 오름 절취 계획이 없다고 밝힙니다.

하지만 최소한의 안전을 위해서는 절취가 불가피한 오름이 있습니다. 대수산봉입니다. 답사단을 대수산봉으로 안내한 주민분은 "오름은 손대면 안 되지. 자르는 건 안 되지" 거듭 강조하십니다. 대수산봉을 오르는 길에 공동묘지가 있습니다. 오름 옆에서 나고 자라, 오름으로 돌아간 제주 사람들.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역사와 앞으로 살아갈 사람들의 미래가 잘려나가는 것 같습니다.

300개 중 10개니까 괜찮은가요? 10개의 오름 중 단 1개의 오름이라 괜찮나요? 무엇이든 자르고 쉽게 없애는 이들도 내 손톱에 붙은 작은 살점 하나가 뜯기면 아픔을 느끼겠지요. 대수산봉에 오른 답사단은 아픈 마음으로, 간절한 마음으로 외칩니다. "공항 말고 오름!"
 
 대수산봉에 올라 "공항말고 오름!"을 외치는 답사단
 대수산봉에 올라 "공항말고 오름!"을 외치는 답사단
ⓒ 이매진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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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고 나서야 후회하는 일이 너무 많습니다. 이미 너무 많이 잃었는지도 모릅니다. 사라지기 전에 지켜야 합니다. 여러분이 기억하는 제주는 어떤 모습인가요? 지금 제주는 어떤 모습인가요? 앞으로의 제주는 어떤 모습일까요? 오름에 올라 다시 제주를 생각합니다. 살아있는 것. 살아갈 것. 살려야 할 것. 내가 사랑한 제주, 내가 기억하는 제주, 내가 다시 찾고 싶은 제주. 모두 여기, 모두 여기에 있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박은정 녹색연합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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