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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를 꿈꾸며 지역에서 동아리활동을 하던 그녀들이 일을 냈다. 화성만세길 스토리텔링북을 덜컥 출판해버렸다. 우려섞인 얘기들을 뒤로 하고 그들이 낸 책은 이외로 반응이 좋았다고
▲ 만세길 스토리텔링 북 냈어요 동화작가를 꿈꾸며 지역에서 동아리활동을 하던 그녀들이 일을 냈다. 화성만세길 스토리텔링북을 덜컥 출판해버렸다. 우려섞인 얘기들을 뒤로 하고 그들이 낸 책은 이외로 반응이 좋았다고
ⓒ 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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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러니까, 동화였다. 동화작가를 꿈꾸며 동탄 지역에서 '동심' 동아리로 모였던 그들이었다. 창작 동화를 쓴 지 3년 만에 동심 동아리 이름으로 화성시 3.1운동 100주년 시민공모사업에 선정, 화성시 만세길에 관한 스토리텔링 책을 출판했다. 모든 처음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갔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 

100년 전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던 그 만세길을,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그 버려진 길을, 용기 충만한 동화작가 지망생 세 명이 주구장창 걷고 취재하고 자료를 모으며 책 '해시태그 화성만세길'이란 스토리텔링북을 지난 10월 발간했다.

화성만세길 책자를 펴낸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화성시 동탄에 위치한 노작홍사용문학관에서 지난달 31일 만났다.

역사 속에서 잊힐 수 없는 그 길, 후손이 기록하고 기억해야만 하는 만세길을 걷고 담고 쓴 이지안(40), 최소연(41), 차영선(35)이다.

처음 만세길에 대한 기획은 화성시 3.1운동 서포터즈로 발을 들여 놓은 차영선씨의 아이디어였다.

"알리고 싶었다"
 
차영선 씨는 화성만세길을 90여차례 걷고 취재했다. 무수히 많은 취재와 방문속에서 숨겨진 이야기와 역사속 흔적들을 찾고 이야기를 만들었다.
▲ 만세길을 취재하고 있어요  차영선 씨는 화성만세길을 90여차례 걷고 취재했다. 무수히 많은 취재와 방문속에서 숨겨진 이야기와 역사속 흔적들을 찾고 이야기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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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선씨는 "만세길을 아는 사람이 많이 없었다. 정리된 내용도 없었다. 자세히 취재해서 알리고 싶은 마음이 컸다"라며 "독립유공자 집도 관리가 안 된 모습을 보고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는 마음에 동아리에 제안해서 사업을 기획하게 됐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스토리텔링 북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과연 이 작업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책을 만들어본 경험도 없고, 동화를 쓰고 싶은 마음에 시작한 동아리 활동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지안씨는 "만세길 스토리텔링 책을 잘 만들어 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사실 컸다. 편집과 인쇄 과정에서 힘들었던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완성된 책을 보니 힘들었던 부분보다 뿌듯함이 더 크게 다가왔다. 잘했다고 축하해 주는 분들이 많아서 힘이 났다"며 소회를 밝혔다.

최소연씨도 주민주도로 화성시 기획 사업을 알렸다는 것에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화성만세길을 시민이 주체적으로 기획해서 냈다는 것이 대단하지 않은가. 화성시는 우리게 상을 줘야 하지 않을까?"라며 호탕하게 웃는 그녀다.

이 사업은 공모사업 지원으로 진행됐다. 동심 동아리에서 화성시 3.1운동 100주년 시민공모사업에 지원해 선정된 것. 지원받은 사업비로 동심 동아리는 동화, 삽화집, 그림책 등을 만들었고 동아리에서 이 세 명은 유닛으로 만세길 스토리텔링북을 진행했다.

전문가가 아닌 회원들이 책을 내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질문에 차영선씨는 취재 지원비를 사비로 충당해야 했던 점을 꼽았다.
 
안내표지판이 찾기도 어렵고 글씨고 작게 설치됐다.
▲ 전봇대에 붙은 만세길 안내표지판 안내표지판이 찾기도 어렵고 글씨고 작게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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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40번도 넘게 만세길을 주구장창 찾았던 그였다. 그가 사는 동탄에서 만세길이 위치한 화성시 서부까지 거리는 32킬로미터, 시간은 왕복 2시간여가 걸린다. 품이 만만치 않게 든다.

차영선씨는 "취재비나 활동비 지원이 없이 사비를 털어 취재를 진행했던 부분이 좀 어려웠다. 공모사업비에서 인쇄비 정도만 지원받았다. 책이 나오는 과정에 들었던 것은 오롯이 우리의 몫이었던 부분이 좀 아쉬웠다"고 말했다.

100년 전 독립만세를 외쳤던 화성만세길에 대한 자료가 부족했던 점도 있었다.
이지안씨는 "만세길 자료조사를 하면서 구체적인 역사적 사료가 많이 없구나라는 점이 가장 아쉬웠다"고 말했다.

취재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드디어 제본이 돼서 나온 책을 본 이들은 뿌듯했고 무엇보다 내가 사는 마을에 대한 애정이 생긴 점이 가장 큰 보람이었다고 밝혔다.

최소연씨는 "우리같이 소소한 사람이 이렇게 책을 낼 수 있구나 하는 뿌듯함이 있다. 또 우리가 사는 화성시에 대해 알게 되면서 애정이 생겼다는 게 가장 크다. 우리 다 외지사람 아닌가. 이제 우리 동네라는 느낌이 있다"고 밝혔다.

화성에 온 지 만 3년이 됐다는 이지안씨도 화성시에 대해 거의 몰랐었는데, 화성만세길 책을 만들면서 애향심 같은 것이 생겼다는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고 전했다.

"새로운 화성 이야기 계속 발굴할 것"

이제 이들은 이 작업을 시작으로 더 많은 화성시 마을의 소소하고 중요한 이야기를 엮어낼 계획이다. 팀 이름도 '作;명소'라고 지었다.

최소연 씨는 "해시태크 화성만세길 책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니길 빈다.(웃음) 만세길을 시작으로 화성시 다른 이야기를 발굴해, 마을에 숨어있는 누구도 찾지 않았던 마을 이야기를 기록하는 책을 작업할 것이다"고 향후 계획을 말했다. 

사람을 잇고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기초 작업을 할 것이라는 이들은 초심이었던 동화도 쓰고 에세이도 쓸 계획이다.

이지안씨는 "에세이도 쓰고 동화도 쓸 계획이다. 마을이야기도 쓰지만, 개개인의 이야기를 브런치 작가로 등록해서하고 블로그에 글도 쓰고, 연재도 하고, 동화도 쓸까 한다"는 포부를 전했다.

이팀의 막내인 차영선씨도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장르를 섭렵해 볼 생각이다. 이렇게 굴러가다 보면 우리의 가닥이 잡히지 않을까? 우린 아직 젊으니까"라고 덧붙였다.

이들의 평균나이 39세. 이들은 모두 동탄 2신도시에 이사 온 이주민들이다. 외지인의 눈으로 바라보는 화성시의 낯설고 익숙한 이야기를 펼쳐낼 이들의 다음 작업에선 어떤 마을이야기가 풀어져 나올까 기대를 걸어본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 했습니다.


태그:#화성만세길 , #스토리텔링북, #이지안최소연차영선, #화성만세길책, #시민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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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민신문에서 일합니다. 풀뿌리지역언론운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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