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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사회서비스원 성동재가센터 소속 요양보호사 박정순씨가 15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서비스를 마친 뒤 돌봄 대상자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서울 사회서비스원 성동재가센터 소속 요양보호사 박정순씨가 15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서비스를 마친 뒤 돌봄 대상자와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손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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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동구 금호동 B아파트에 사는 윤아무개(83) 할머니는 11년 차 독거노인이다.

그는 아들이 전세금 3900만 원을 들여 어렵게 마련해준 46㎡ 아파트에서 약간의 용돈을 받아 생활한다. "왜 자식과 함께하지 않냐"는 기자의 물음에 할머니는 "좋은 모습 볼 게 없다. 내가 싫어서 따로 나왔다"며 말을 아꼈다.

가족으로부터 독립해서 홀가분하다고 말은 하지만 할머니의 걸음걸이가 여간 불편해 보인다. 고지혈증에 당뇨와 천식, 고도비만, 협착증 등 온갖 성인병을 함께 앓는 탓이다. 일주일 중 유일한 외출은 교회를 다녀오는 것이고, 특별한 소일거리가 없어 성경을 필사하는 게 낙이다. 아파트 한쪽 책장에 필사 노트북이 수북이 꽂혀있다.

5년 전부터 보건복지부가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기초연금 수급자 등에게 파견하는 독거노인생활관리사가 매주 1번씩 찾아와 할머니의 몸 상태를 확인하고 말동무도 해주지만 성동구에서는 내년부터 이 서비스가 종료된다고 한다.

"가족보다 더 자주 보는 사람이 안 온다고 하니 섭섭하다"고 하지만 할머니에게는 9월부터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이 운영하는 성동종합재가센터의 요양보호사 박정순(49)씨다. 박씨는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과 베란다 청소부터 시작한다. 식사 준비와 세탁, 하다못해 전자기기에 어두운 할머니를 위해 화장실 변기에 장착된 비데를 손보는 것도 박씨의 일이다.

9월 3일 박씨가 할머니의 아파트를 처음 찾은 이후 방문 횟수도 10회를 넘었다. 독거노인생활관리사 서비스가 종료되는 내년부터는 매주 2~3회씩 찾아오는 요양보호사 박씨의 역할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학생 시절이던 1950년 고향까지 밀고 내려온 북한 인민군의 풀 뽑기 사역에 동원된 기억을 떠올리는 윤 할머니는 "자기 몸은 자기가 돌보고 정부의 보살핌을 받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한 세대다.

그러나 윤 할머니는 "너무너무 좋다. 가뜩이나 몸도 불편한데 청소해주고 말동무해 주니 감지덕지"라고 하면서도 "올해 갑자기 생긴 서비스가 언제 없어질지 몰라서 그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아직 '초보'인 박정순씨에게 윤 할머니는 비교적 수월한 보호대상자라고 할 수 있다.

요양보호사들의 도움을 받는 노인들은 심신 기능의 상태에 따라 5개 등급으로 나뉜다.

다른 사람의 도움이 전적으로 필요한 1급 대상자 중에는 종일 침대에 누워있는 와상 환자가 있다. 일부 대상자들은 요양보호사가 기저귀를 일일이 갈아줘야 하고, 식도에 튜브를 꽂아야 음식물 섭취가 가능하다.

몸이 뻣뻣하게 굳는 루게릭병 환자를 맡아본 경험이 있다는 한 요양보호사는 "말씀도 못 하는데 2~3시간 동안 같이 있다 보면 내 몸까지 굳어지는 느낌이다. 요양병원에 보내야 하는데 가족들이 반대하거나 치료비용이 없어서 못 가는 처지의 사람들도 돌봐야 하는 게 우리들의 몫"이라고 말했다.

요양보호사 6년 차의 성혜숙(53)씨는 "개중에는 도와주러 온 보호사를 계속 쫓아다니면서 2~3시간 내내 잔소리하는 분도 있다"며 "그럴 땐 아파 누워있는 1급 대상자를 보살피는 게 차라리 낫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 가정부도 아닌데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고 감정노동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요양보호사들은 대상자를 돌보는 업무가 끝날 때마다 성동종합재가센터로 복귀한다. 센터에 머무는 동안에도 각종 특강과 건강체조 배우기, 다른 팀원과의 사례 공유 등의 일정이 빡빡한 편이다.

성동센터는 7월 23일 문을 열었다. 그동안 민간영역에 맡겨졌던 노인·어린이·장애인을 위한 사회서비스를 공공이 책임진다는 취지로 개설된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아래 사서원)의 1호점이다. 올해 5개 구에 종합재가센터가 들어서고, 2021년까지 서울 25개 모든 구에 센터가 생긴다.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자를 대상으로 공채를 하는데, 최근 경쟁률이 5.8 대 1까지 올랐다고 한다. 그동안 민간기관에서 일하던 인력들이 사서원으로 몰린 것이 경쟁률을 올린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사서원의 설립 취지가 요양보호사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보호대상자들에게 양질의 케어 서비스를 각각 제공하려는 것인 만큼 아직은 순탄하게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성혜숙씨는 "민간서비스는 일한 시간만큼 시급을 주지만, 사서원은 월급을 준다는 점에서 이곳의 처우가 훨씬 안정적인 것은 사실"이라며 "민간회사에서는 고령의 보호대상자가 사망할 경우에는 요양보호사가 새로운 대상자를 직접 찾아다녀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성씨는 "하루 최대 3명의 대상자를 돌보다 보면 이동하는 데 드는 교통비가 월 15만 원 정도 든다. 이 정도만 보전해줘도 바랠 게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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