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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의를 밝힌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사의를 밝힌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를 나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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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 소식을 접하면서 '말벌과 뱀'이라는 이솝우화가 연상 되었다.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말벌이 머리를 쏠 때, 그 머리를 달려오는 마차 바퀴에 밀어 넣어 말벌과 같이 죽음을 맞는다는 다소 섬뜩한 동화.

후보자 지명부터 몇 달 동안 본인과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부당해서 참기 어려운 고통이었다면, 사퇴는 우화에서 뱀의 선택처럼 극단적 결단일 수 있다고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사퇴 전문을 읽으면서 사퇴는 고통을 끝내기 위한 선택이 아니라, 검찰개혁 불쏘시개 역할이 끝났다는 판단의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을 피울 적에 불이 쉽게 옮겨 붙게 하기 위해 먼저 태우는 물건 - 불쏘시개의 사전적 의미다.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이유는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는 것이었고 조국 장관의 취임 일성도 검찰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것이었다. 조국 장관 일가 수사는 역설적이게도 온 국민이 검찰 개혁 필요성을 절감하는 결과를 낳았다. 

장관 후보자 지명부터 사퇴에 이르는 66일 동안 조국 장관이 의도했든 아니든 검찰개혁에 불쏘시개 역할을 해왔다는 건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조국 장관의 짧은 임기를 아쉬워하는 민심도 있지만, 불쏘시개가 타서 검찰 개혁의 당위에 불을 붙였다면 나름 역할은 충실히 했다고 본다.

서초동 촛불은 그렇게 생겨났다

조국 장관 후보자 지명부터 시작된 모든 의혹을 문재인 정권 흠집내기로 봐서는 안 될 일이다. 상류층 특권이 자녀의 스펙에 이용되었다는 사실은 청년들의 분노를 키웠고 공정과 평등을 주창한 문재인 정부 국정철학을 의심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조국 장관 사퇴를 요구하며 광화문에 모였던 수많은 인파와 최저치로 떨어진 정부·여당 지지율도 단지 야당이나 여론의 무차별적 의혹 제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부모의 권력과 지위에 따라 자식의 출발선이 다를 수 있다는 현실을 새삼 확인했던 국민들의 위화감과 불신은 법적 잣대를 넘어서는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광화문에는 종교인의 거친 정권 규탄 목소리만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될 분노의 민심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조국 장관 의혹에 칼날을 겨눈 검찰 수사 태도가 분열과 갈등을 키워온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장관 청문회 마감 직전에 후보자 부인을 조사도 없이 기소한 것은 이례적이었고, 검찰 개혁을 천명한 장관 임명을 막으려는 비열한 검찰 권력 지키기 꼼수라는 지적도 피할 수 없었다.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수사 정보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이 수시로 야당 의원 입을 통해 정부를 공격하는 빌미로 등장했고, 언론은 하루가 멀다 않고 '특종'과 '단독' 꼬리표를 달아 검찰의 일방적 주장을 뉴스 첫머리에 올렸다.

대통령의 윤석열 검찰총장 지명에 국민이 환호했던 건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검찰이 되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조국 장관 일가 수사를 보며 많은 국민들은 윤석열 체제의 검찰이 이전 검찰보다 검찰 권력 지키기에 더 집착했으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서초동 촛불은 그렇게 생겨난 것이다. 검찰 수사가 검찰 의도대로 흘러간다면 또다시 논두렁 시계 사건처럼 검찰 개혁이 좌초되고 국민 위에 검찰이 군림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촛불을 서초동으로 불러낸 것이다. 서초동 촛불을 두고 조국 구하기일 뿐이라는 냉소적 진단도 있지만, 검찰 개혁은 더 미룰 수 없는 지경에 왔다는 국민의 분노가 모인 결과였다.

검찰 개혁 앞장서겠다는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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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조국 장관은 사퇴했다. 정치권은 물론 국민 대부분이 술렁인 하루였다. 정치권 반응도 제각각이었다. "장관으로 최선 다했고 수고 많았다"는 덕담을 건넨 정의당이 있는가 하면, "장관 사퇴는 국민승리이며 대통령이 사과해야 한다"는 자유한국당도 있다. 조국 장관을 옹호했던 진영에서도 검찰 개혁은 좌초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고, 오히려 이제부터 검찰 개혁의 진검승부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온갖 추측과 비난과 한숨이 교차했던 하루가 지났다. 그러나 변할 수 없는 진실은 불쏘시개의 사명을 다했지만 검찰 개혁의 잉걸은 여전히 뜨겁다는 것이다.

조국 장관 사퇴 이후 검찰은 정경심 교수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의혹이 있으면 수사하는 것이고 구속영장 청구도 검찰이 판단할 일이다. 또 조국 장관 일가가 대응하고 감당해야 될 몫이기도 하다. 이제 검찰이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은 따로 있다.

조국 장관 일가 수사를 통해 외압에 굴복하지 않는 모습을 은근히 과시했던 윤석열 체제의 검찰. 지금부터는 검찰 공화국이라는 오명과 싸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우지 않고 심야 조사 하지 않겠다'는 약속만으로 검찰 개혁이 끝났다고 믿는 국민은 없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은 여전히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검찰일 뿐이다. 정당한 민의에 의해 통제될 수 있는 검찰, 이게 검찰 개혁의 본질이자 국민의 요구다.

조국 장관이 사퇴하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개혁은 정권의 검찰 장악 시나리오"라며 "공수처 관련법을 다음 국회로 넘기자"고 주장했다. "진짜 공정, 진짜 정의, 진짜 인권을 보장할 검찰 개혁을 자유한국당이 앞장서겠다"고도 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지정을 물리력으로 막고 국회를 박차고 나갔던 자유한국당이, 검찰의 의원 소환 요구에도 혼자 감당하겠다며 공정한 법 집행조차 거부한 황교안 대표가, 공수처 관련법을 다음 국회로 미루고 진정한 검찰 개혁에 앞장서겠다는 약속. 믿기 어렵다. 법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면 60여 명의 소환을 대표 혼자서 떠맡겠다고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처신이다.

조국 대전 이전과 이후

장관으로 적임자인가 아닌가의 논쟁은 의미가 없어졌다. 하지만 검찰 개혁은 여전히 유효하고 절박하다. 새로운 법무부 장관은 검찰개혁을 이어가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찰 개혁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국회는 공수처법 등 검찰의 개혁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검찰이 과거 못된 검찰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은 아예 없애야 한다. 장관 임명을 둘러싼 오랜 갈등. 불쏘시개가 다 타버렸다고 국민의 마음속 개혁의 잉걸마저 꺼트려 버려서는 안 될 일이다. '조국 대전' 이전과 이후가 분명히 달라야 한다.

조국대전의 기간 동안 수많은 개혁 대상과 마주했다. 언론도 그중 하나다. 검찰의 일방적 주장을 단독과 특종으로 얻어 쓰려고 검찰에 줄을 대는 언론들. 조사 대상자를 여론 재판에 올려놓고 보자는 언론. 그런 언론 때문에 전직 대통령이 유명을 달리해도 바뀌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언론의 폐단이 권력화된 검찰의 폐단과 같다면 처방도 같다. 국민의 요구로 바꿔 내야 한다는 것이다. 고치고 바로 잡아야 할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부모의 권력과 지위가 고스란히 자식의 스펙이 쓰일 수 있도록 허용한 입시 제도와 학력 인증제도. 광화문에 모인 민심이 조국 장관 한 명의 사퇴를 위한 행보가 아니라면 공정과 평등은 또한 국민의 힘이 절대로 필요하다.

조국 장관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는지 아닌지는 생각하기 나름이고 판단도 각자의 몫이다. 그러나 불쏘시개 하나가 국민들의 마음에 옮겨붙어 검찰 개혁, 언론 개혁, 공정과 평등의 잉걸로 타오르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고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타는 들녘 어둠을 사르는 들불. 거센 개혁의 요구는 이제 조국 대전을 떠나 국민들의 마음으로 옮겨붙은 형국이 되었다. 들불처럼, 어둠을 사르는 들불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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