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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일_그리고 포옹하지 않았다_혼합재료. 분절된 그림자를 달고 마주선 두 남자는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렸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남북정상회담을 생각나게 합니다. 그림자의 마디수보다도 훨씬 많은 허들을 넘고 마주섰지만...
▲ 오상일_그리고 포옹하지 않았다_혼합재료. 분절된 그림자를 달고 마주선 두 남자는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남측 ‘평화의집’에서 열렸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남북정상회담을 생각나게 합니다. 그림자의 마디수보다도 훨씬 많은 허들을 넘고 마주섰지만...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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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빛 단면으로 잘린 나무들의 주검이 가득한 곳에서 흰색 영혼이 이탈하는 모습이 나를 맞았습니다. 그 숲의 죽음에 레퀴엠이 흐릅니다.
  
 오상일展
 오상일展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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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의 인간은 거대한 심판자 집단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심판의 결과는 자명해 보입니다.
  
 오상일展
 오상일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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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파고가 다가오는 망망대해에서 흰 돛단배가 점처럼 존재합니다. 검푸른 바다의 이 흰 점은 희망처럼 보이지만 곧 덮칠 해일을 견뎌낼지는 의문입니다.
  
 오상일_희망이라는 이름의 돛배_폴리에스터
 오상일_희망이라는 이름의 돛배_폴리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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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에 올라앉은 남자는 새를 흉내 내어 보지만 정작 날아오를 날개는 갖지 않았습니다.
  
 오상일_Bird Man_혼합재료 부분
 오상일_Bird Man_혼합재료 부분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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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했지만 부부는 서로에게 족쇄입니다.
  
 오상일_Marriange Bed_혼합재료
 오상일_Marriange Bed_혼합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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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신대의 두 남자가 마침내 마주 섰지만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입니다.

오상일 작가의 조각전 '새상곡 塞上曲-변방의 노래'의 풍경입니다.

8년 만의 개인전이라는 이 조각가는 DMZ 아랫마을 파주 헤이리에 자리 잡은 논밭갤러리의 전시 현장에서 "생활에 떠밀려 이곳 변방으로 흘러온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습니다.
  
 핏빛 나무토막 앞에서 선 오상일 작가
 핏빛 나무토막 앞에서 선 오상일 작가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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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에서 수자리를 사는 병사의 탄식인 당나라 왕열(王烈)의 시, '새상곡(塞上曲)'에서 전시명을 차용했습니다.

오 작가는 시의 제목을 차용했다기 보다 파주라는 최전방에서 분단, 기후변화, 멸종, 소비, 기피, 단절, 혐오 등의 현실에 몸담고 있으면서 더 암울해질 미래를 염려하는 1200년 전쯤의 그 시인의 처지에 이입되었을 것입니다.

오 작가는 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은퇴했습니다. 같은 대학에서 다른 전공을 가르쳤던 50년 지기 후배가 말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인류에게 부여된 가장 큰 축복은 신령한 선물인 광기를 통해서 온다(The greatest blessing granted to mankind come by way of madness, which is a divine gift).'라고 말했습니다. 이 전시장의 오선배에게서 그 선물을 확인합니다."

전시장에 마련된 소곡주 몇 잔을 나누며 함께한 사람들과 말을 섞었습니다.

"제 아들도 공예과 교수로 있는데 저희하고는 완전히 다른 생각을 살고 있더군요. 저희는 암산으로 계산을 했던 시절이라 대략 근사치이면 답으로 여길 수 있었는데 아들 세대는 컴퓨터 세대라 단 1이라도 다르면 틀린 답으로 여기더라고요."
"그러니 이제 우리는 꾸준히 읽고 기도할 뿐이지요."
"어떤 이는 아무것도 읽지도 쓰지도 말라고 하더라고요."
"왜 그랬을까요?"
"신성에 도달하지 못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모든 것은 편견일 뿐이라는 얘기가 아닐까요?"
"사람이 신이 아닌 만큼 신성을 지니기는 어렵고 결국 편견만을 말할 수밖에 없다면,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말해야 되지 않을까요? 그 편견들이 편견을 깨야 하니까요."


오랜 장벽에 작은 문을 만들고 서로 마주 선 두 사람의 그림자는 마디마디 분절되어있습니다. 이렇게 마주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허들을 넘어왔는지에 대한 은유 같습니다. 그러나 그 작품의 제목은 '그리고 포옹하지 않았다'입니다.

오 작가는 오히려 희망을 말하지 않으므로 희망을 추동하고 있습니다.

나는 부의주 한 잔을 더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먼저 일어서야 하는 미안함을 담아 자리를 함께한 분들께 말씀드렸습니다.

"오 작가가 묘사한 이 암울한 현재, 끝없는 분열과 대립... 이것에 대한 해법이 있다면 전혀 다른 패러다임으로 사고하는 다음 세대에서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 정치도 젊은 세대에게 하루빨리 자리를 내주는 것이 우리 세대가 할 미덕 같습니다."

■새상곡 塞上曲-변방의 노래 / 오상일展
-일시 | 2019년 10월 4일~ 10월 28일
-장소 | 논밭갤러리(경기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93-45)
-전화 전화 031-945-2720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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